백성훈
▲백성훈 목사.
다윗은 동굴로 도망갔지만, 동굴에서 빛을 노래했습니다

시편 57편은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동굴로 도망을 갔을 때 쓴 시입니다. 다윗은 두 번 동굴로 피신을 했는데, 아둘람 굴과 엔게디 굴이었습니다.

동굴은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입니다. 우리가 흔히 고난을 당했을때나 사람들을 떠나 혼자가 되었을 때 동굴로 들어갔다고 표현하듯, 동굴은 고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고난이라는 동굴에 들어가면 언제나 불평하고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기 쉬운데, 다윗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동굴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빛을 갈망하고 노래하였습니다.

그래서 찬란한 성공의 인생이 아닌, 고난의 동굴 속에서 다윗의 믿음이 오히려 빛을 발했습니다.

오늘도 지난 시편 55편과 56편에서처럼 ‘날개’를 언급합니다. 다윗의 시에서 발견되는 고난의 상징이지요.

세상에는 두 가지 날개가 있습니다. 고난 속에 도망가고 싶은 날개와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 하나님의 날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의 날개를 노래하면서 하나님의 보호를 소망합니다. 고난의 상징이 하나님 은혜의 상징으로 바뀌어지는 놀라운 장면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1절과 2절에서 은혜를 반복하여 외치면서 간절히 구합니다. “하나님이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 영혼이 주께로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이 재앙들이 지나기까지 피하리이다 내가 지존하신 하나님께 부르짖음이여 곧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이루시는 하나님께로다”.

어두운 동굴의 그늘을, 하나님의 날개 그늘 밑이라고 고백한 사람들

다윗은 지금 비록 어두운 동굴로 피하였지만, 오히려 자신은 하나님의 날개 아래로 피하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제 동굴은 다윗의 기도처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진정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들은 고난을 당하는 중에도 기도합니다. 고난이 있기에 더욱 기도가 깊어짐으로 오히려 감사해 합니다.

182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호레시오 스페포드는 28세에 변호사가 되어 시카고에서 법률사무소를 개업했습니다. 그는 린드대학과 시카고 의대 법의학 교수로도 활동하며 사회적인 엘리트로 성공의 길을 걸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도 모범적이었습니다. 평신도로 주일학교 교사, YMCA 활동, 노스웨스트 신학교 이사로 섬겼습니다. 그의 인생은 한없이 형통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나이 57세였던 1871년에 큰 고난이 왔습니다. 당시 시카고에 대화재가 나서 구제활동을 하던 중 안타깝게도 아들을 전염성 피부질환으로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게 됩니다.

너무 절망했던 그는 아픔을 잊기 위해 미국을 떠나 영국으로 가서 살게 됩니다. 영국에서 법률사무소를 열고 조금씩 삶이 회복하고 있을 때쯤, 미국에서 친구의 소식이 들립니다. 절친이었던 친구 무디가 부흥사가 되어 집회를 한다며 그를 초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와 네 명의 딸을 데리고 미국을 건너가기로 결정을 합니다. 그의 가족은 당시 프랑스 대형 호화 여객선이었던 ‘빌르 드 아브르’ 에 탑승하기로 했는데, 탑승 직전 사무실에서 급한 업무가 있다고 연락을 받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네 명의 딸만 먼저 배를 타게 하고, 자신은 일을 처리하고 나중에 배를 타기로 합니다.

그가 일을 다 마치고 자신도 배를 타려고 했을 때, 아내에게서 급한 전보가 도착합니다. 단 한 줄의 전보였습니다. ‘Saved Alone’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가족들이 타고 갔던 배가 대형 선박과의 충돌하여 침몰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아내만 구조되었고, 나머지 네 명의 딸들을 잃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큰 슬픔에 빠진 그는 나중에 영국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고 가는 길에, 선장이 말하기를 “곧 지나갈 지점이 바로 사고가 지점입니다” 라는 말을 듣습니다.

배가 사고지점을 지나면서 기도하던 중에 그는 하나님의 깊은 은혜와 위로를 얻게 되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it is well, with my soul’ 바로 내 영혼이 평안하다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 편의 시를 썼습니다. 이 시가 시카고에 있던 무디 찬양단의 작곡가였던 ‘블리스’에 전달되어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의 고난이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3년 뒤인 1876년 아들을 낳았으나 4살 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2년 뒤인 1878년 또 낳은 아이가 자라서 아버지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것입니다. 그가 썼던 시로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지금 우리 찬송가 413장 ‘내 평생에 가는 길’입니다.

호라시오 스패포드
▲호라시오 스패포드 부부.
가사를 묵상해 봅시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저 마귀는 우리를 삼키려고 입 벌리고 달려와도 주 예수는 우리의 대장 되니 끝내 싸워서 이기겠네.
내 지은 죄 주홍빛 같더라도 주 예수께 다 아뢰면 그 십자가 피로써 다 씻으사 흰 눈보다 더 정하겠네.
저 공중에 구름이 일어나며 큰 나팔이 울려날 때 주 오셔서 세상을 심판해도 나의 영혼은 겁 없겠네.
(후렴)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다윗이 동굴 안에서 빛을 노래한 이 시편과도 너무 비슷하고 함께 나누기에 은혜가 됩니다. 다윗도 이처럼 동굴에서 노래합니다.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 내 영광아 깰지어다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주여 내가 만민 중에서 주께 감사하오며 뭇 나라 중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7-9절)”.

그는 동굴에서 밤새도록 찬양하고 기도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그의 찬양과 기도는 그 누구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며 새벽이 되도록 계속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확정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우리도 고난을 만났을 때 이런 마음의 확정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새벽을 깨울만큼 찬양하고 기도하겠다는 확정 말입니다. 그 확정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응답을 받는 큰 통로가 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세상의 눈에는 고난의 길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생명의 길입니다

필자도 20대 중반 결혼을 하고 아이를 셋을 낳고 나니, 대학원생 신분으로는 가정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목회의 길을 계속 걷고자 가난과 싸우며 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치킨 하나 시켜 주기가 어려웠고, 짜장면 하나 시키려고 해도 부담이 커서 망설였을 정도입니다.

한 번은 보건소에 갔더니 아이들이 빈혈 증세가 있다고 했습니다. 순간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주의 길 간다는 명목에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몰려왔습니다.

하나님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비추며 이 고난에서 벗어나고자 했을 때, 어떤 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유명한 뮤지션이었는데,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다른 뮤지션과 함께 돈을 모아 매달 후원을 해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두 분이 무려 3년 정도를 계속 후원해 주셨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까마귀 편에 먹을 것을 보내주시며 위로하시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 작은 도움의 손길이 저에게는 하나님의 크신 날개 아래 그늘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큰 확신이 다시 생겼습니다.

다윗이 자신의 영혼이 확정되었음을 노래했던 것처럼 감사의 노래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손에 놓지 않았고, 아르바이트를 같이 병행하면서 목회의 길을 걸었습니다.

13년이 훨씬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던 것이 지금 목회하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고난 속에 믿음으로 걸어가 본 사람은 압니다. 그 길이 세상의 눈에는 고난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그 길은 생명의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시편의 위로
▲시편의 위로 백성훈 | CLC | 280쪽 | 13,000원
하나님은 하늘보다 높으시고, 동굴보다 깊으시며, 고난보다 크십니다

오늘 다윗이 이 말씀처럼 마음에 확정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고난보다 크신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하나님의 크심을 고백하면서 시편을 마무리 합니다.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11절)”.

오늘도 온 세계 위에 하나님의 권능과 위엄이 임하여 우리의 고난을 덮으시고 밝히 비추실 것을 믿음으로, 우리는 이제 새벽까지 찬양과 기도함으로 멈추지 않을 것을 고백합시다.

우리 마음은 이제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찬양할 것입니다. 기도할 것입니다. 그렇게 믿음으로 고백하는 하루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백성훈 목사(김포 이름없는교회)
<팀사역의 원리>, <시편의 위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