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새벽기도 인도 마치고, 기도하다 보면 마치 제 영혼이 주님 품 안에 안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평안하고, 기쁘고, 감사하고, 특별히 좋은 것 없는데 그냥 좋습니다. 편히 기대앉아서 쉬는 것 같고, 요즘은 영혼의 안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날은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피곤이 남아 있는데도, 그 시간만큼은 피곤해도 그냥 그 상태가 좋습니다.

정한 시간 되어 집무실로 내려오면 책상 가득 무엇인가 늘어져 있는데, 이리저리 처리하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정렬해 늘어놓고 보면, 어느새 어느만큼 시간이 지납니다. 그러나 새벽의 감흥과 감동은 아직도 살아 있고, 아침이 밝아오는 모습이 또 새로운 감동을 줍니다.

요 며칠은 날씨도 궂고, 새벽기도 마치고 바로 산에 가지를 못해서 아침을 제 방에서 맞이했습니다. 아침이 밝아오는 모습은 언제나 아직도 가슴을 설레이게 할 만큼 좋습니다. 어둠 속에 드러나는 사물의 각 지거나 곡면의 선형을 가진 윤곽들의 물체감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양감과 색감은 언제나 새로운 창조를 보는 것 같은 감동을 줍니다.

때로 조금은 피곤해도, 그 피곤이 기쁘고 감사하고 느낌 좋은 약간의 어지러움일 때, 삶은 행복합니다.

이제 저도 어느덧 부교역자부터, 8년 29년 합하니 37년을, 자격 없는 부끄러운 목사 자리에 있습니다. 평생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지지 않는 부끄러움과 그 자리에 지금도 익숙지 않게 있습니다.

늘 드는 생각은, 목사는 평생 누구에겐가 구조적으로, 은혜도 끼치지만 또 상처도 끼친다는 것입니다. 온전하고 완벽한 좋은 목사라면 은혜만을 끼치고 상처는 끼치지 않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요즘은 저도 인생이란 깊이를 조금은 느끼며, 지난 29년의 이곳에서의 모습들을 생각합니다. 이러저러한 삶의 모습을 보았고, 생각했고, 또 시간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29년간 참 많은 분들을 만났고, 또 많은 분들이 떠났습니다.

모두에게 기쁨과 위로를 드리고 싶었고, 삶의 용기와 주님으로 인한 감격과 은총을 드리고 싶었으나, 늘 인격과 능력의 부족은 그 마음의 원함을 이루지 못해, 항상 흡족치 못한 제 삶과 사역을 아퍼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교류하는 그 순간까지는 이러한 삶의 반복은 지속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계 속의 인생들이 느끼게 되는 실존의 자각일 것입니다.

삶의 평안은 순간일 뿐이고, 그 순간 바로 뒤에는 또 다른 삶의 일렁임이 있는 것이 우리 인생실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이 삶의 평안이고, 주님의 은혜일 것입니다. 오늘 아침도 그래서 우리는 고요한 묵상과 주님 품의 안정됨과 평안함이 필요한 어린 양이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