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백성을 가게 하라
지난해 우리나라는 건국 70주년을 맞았다. 이는 곧 남북한 분단의 세월을 뜻한다. 임시방편이었던 38선은 5년 후 북한의 전면 남침으로 비롯된 3년간의 6·25 전쟁 이후 휴전선으로 이어졌다. 현재 남북한은 공식적으로 ‘전쟁 중’이고, 문자 그대로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 주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오고 있다.

핵실험 등으로 대결과 충돌 국면을 한창 조성하던 북한 김정은은 지난해 겨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평화 공세’에 나섰고, ‘비핵화’라는 미끼로 문재인 대통령과의 세 차례 정상회담, 그리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6월 세기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정상 국가’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예상대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전무했다.

김정은은 멋들어진 집무실에서 녹화한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원론적 입장만을 천명했을 뿐이다.

도리어 미국에 ‘신뢰성 있는 조치와 상응한 실천 행동’을 요구할 뿐 아니라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이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함으로써, 그들이 말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우리와 국제사회의 그것과 전혀 동떨어져 있음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70년, 아니 그 이상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왕조와 이들을 등에 업은 군부 등의 권력욕과 무기놀음 탓에,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과 자유권, 그리고 기본적인 인권을 빼앗긴 채 볼모로 잡혀 고통받고 있는 2천 5백만 북한 주민들을 생각해 보라.

북한 정권이 만든 정치범수용소에서 나고 자라 극적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충격적이게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다”고 입 모아 말한다. 그런 이들이,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낮고 천한 그 땅에도 친히 찾아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당장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그 정치범수용소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먼저 알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적어도 3-4만명의 성도들이 신음하고 있다.

물론 정치범수용소 바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북한은 더 이상 측정할 필요도 없는, ‘기독교 박해’ 부동의 1위 국가이다. IS와 알카에다, 보코하람 때문에 테러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국가들조차, 북한보다는 못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김정은 정상회담 북한 수용소 인권
▲올해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포럼 발제에서 “김 씨 일가 정권은 불법 구금시설에서 살인, 노예화, 고문, 구금, 성폭행, 강제낙태, 기타 성폭력, 정치·종교·인종 등 차별적 근거에 따른 박해, 강제 이전, 강제 실종, 고의적 기아를 유발하는 비인도적 행위 등의 범죄를 일삼고 있다”고 고발했다.

한국교회에 10여년 전 ‘북한을 위한 통곡기도회’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미국 한인교회에서 시작된 이 기도의 불은 한국교회 내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불러 일으켰지만, 계속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10년,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압제는 변한 게 없다.

그들은 살 길을 찾아 장마당으로 나왔고, 가족과 친척 중 탈북민이 있는 이들은 그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형편이 조금 나아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자발적인 노력에 의한 것일 뿐, 정권 차원의 자유 억압은 여전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양심과 신앙의 자유는 고사하고, 감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리 한국교회 성도들이 잘 나고 받을 만해서, 자유가 넘치는 이 땅에 태어나, 그들이 아직 받지 못한 구원의 은혜를 체험하고, 굶주림과 피흘림 없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마땅히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교회 1천만 성도들이 매주 금요일 철야기도회마다, 주일예배마다, 수요기도회마다 나와 가족만을 위해서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1분이라도 간절히 마음을 모아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 그 땅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라 확신한다.

크리스천투데이는 2019년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내 백성을 가게 하라(Let My People Go, 출 5:1)’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한다. 더 이상 저들을 고아와 같이 버려둬선(요 14:18) 안 된다. 사망의 그늘에 앉아 죽어가는, 고통의 멍에에 매여 울고 있는, 절망과 굶주림에 갇힌 저들의, 멍에를 꺾고 눈물을 씻기기 원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따라, 저들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내 신앙의 자유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고, 이 일을 위해 오래 기도해 왔던 많은 이들과 연대하고자 한다. 정기발표회와 기도회, 세미나와 포럼 등으로 한국교회 내에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3·1절 1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기념하고 시작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100년만의 제2의 3·1운동은 ‘북한 동포들을 위한 독립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믿음의 형제들이 자유를 얻는 그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을 비롯한 한국교회 1천만 성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