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새에덴교회
▲주한미군을 찾은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마이클 빌스 미8군 사령관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영웅일 것입니다."(You will always be our heros.)

한 참전용사의 눈가가 붉어진다. 60년 전,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한국.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런 대한민국을 있게 한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말에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가 주관한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평화 기원행사'의 19일 일정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곧 주한미군 기지 방문으로 시작했다. 이곳 미8군 마이클 빌스 사령관은 본부 앞까지 나와 참전용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그들을 맞았다.

빌스 사령관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에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흥남철수는 매우 어려운 작전이었지만 여러분들로 인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지금 한국은 최고의 경제대국 중 하나가 되었다. 참전용사들이 낯선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준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한국에는 미군 약 3만 명이 주둔해 있다. 우리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또한 우리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유산으로 간직할 것이다. 그로 인해 한미동맹 역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히 이 자리에 함께 한 소강석 목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와 한국동맹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튼튼한 안보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경제적 발전과 민주화도 이룰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 목사는 "무엇보다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우리들은 그 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전용사들은 다시 2시간을 달려 판문점에 이르렀다. 한반도의 긴장이 응축된 곳이자, 최근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갈등 만큼이나 평화를 향한 기대가 가득한 이곳에서 참전용사들은 어느 때보다 깊은 감회에 젖었다.

로버트 러니 참전용사
▲6.25전쟁이 한참이던 1950년의 12월, 흥남에서 약 1만4천 명의 피난민들을 구출한 메르디스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91) 예비역 해군 제독. 당시를 떠올리던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김진영 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던 1950년의 12월, 당시 흥남에서 약 1만4천 명의 피난민들을 구출한 메르디스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91) 예비역 해군 제독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가 있던 배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도 있었다고.

러니 예비역 제독은 "진짜 영웅은 내가 아니라 그 때 흥남에 있었던 한국인들"이라며 "자유를 찾아 메르디스빅토리호에 오른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우리는 흥남에서 철수한 다음 거제도로 이동했다. 그 때 피난했던 이들의 후손들이 지금 매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우리에게 해준 모든 것, 그 따뜻했던 환대와 간절한 기도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한국이 있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하는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참전용사로 장진호전투에서 싸웠던 미국의 장폴 화이트 예비역 해병대 중령은 "전쟁의 참상을 딛고 경제 발전을 이룩한 한국인들의 저력이 놀랍다"고 했다. 특히 판문점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곳이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후 도라산 전망대에서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을 맞이한 박정환 육군 제1보병 사단장은 "여러분이 눈으로 직접 목격했듯이, 6.25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불과 60년 만에 대한민국은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며 "바로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이 같은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고 믿는다. 정말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이후 박 사단장은 고령으로 몸이 불편한 참전용사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기념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참전용사
▲19일 마지막으로 찾은 도라산 전망대 앞에서 ⓒ김진영 기자
한편, 故 현봉학 박사(1922~2007)의 둘째 딸인 현경선 씨도 이번 행사에 함께 했다. 현봉학 박사는 흥남철수작전 당시 메러디스빅토리호의 선장에게 피난민들을 태워달라고 간절히 부탁해, 결국 1만4천명에 달하는 피난민들을 구출하는 데 크게 공헌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한국의 쉰들러'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현경선 씨는 영어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간혹 내뱉은 한국어에서 "제2의 고향" 한국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언제나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그녀. 현 씨는 "한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고 했다.

특히 그녀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삶 뒤에는 "기독교 신앙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 씨는 "아버지는 매우 신실한 기독교인이셨다. 그 분의 삶, 특히 6.25전쟁 때를 돌아보면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발걸음을 인도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예수님을 사랑을 실천하셨다고 현 씨는 회상했다.

이렇게 공식행사의 3일째 일정을 마친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은 20일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둘러본 뒤 국가보훈처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