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신학교 박기호 교수
▲풀러신학교 박기호 교수가 한인세계선교대회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주제강연을 전했다.

박기호 교수(풀러신학교)는 "선교하는 교회로 시작된 한국교회가,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선교운동에서도 중요하고 독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조언했다. 7일(현지시각) 한인세계선교대회(KWMC)에서 박 교수는 "한국교회의 선교운동"이란 제목으로 주제강연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는 1907년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7명이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았을 때 이기풍 목사를 선교사로 제주도에, 1909년 9명이 안수를 받았을 때 최관흘 목사를 블라디보스토크에 파송했다. 1912년 장로회 총회 조직을 기념하며 중국 산동성에 3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선교하는 교회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교회는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상황이었기에 약자의 입장에서 겸손하게 선교할 수밖에 없었다. 산동성에 선교사를 파송할 때 중국교회 및 미국장로교 선교부와 상의하고 그들의 허락을 받았으며, 그들이 할당해 준 지역에서 선교했다. 동료 한국인 선교사들과 팀 사역을 했으며, 현지 교회와는 동반자적 관점이었다.

이런 전통은 독립 이후에도 유지됐다. 1945년 주권은 회복했지만 6.25 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한국교회는 정치적·경제적 후원 없이 선교적 책임을 감당하게 되는데, 이 기간에도 한국교회는 서양 선교사나 현지 교회 아래서, 혹은 그들과 동반자적으로 사역했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박 교수는 이 기간을 "풍요 속에서의 선교기"라고 했다. 교회가 폭발적으로 부흥했고, 한국의 경제력·외교력·이민 인구가 크게 늘면서 선교의 최전성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교회의 풍성한 자원들은 선교사들이 성령과 말씀보다 물질을 의지하게 하고, 현지인들이 선교사 의존적이 되도록 만드는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했다.

박 교수는 이 외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데에는 충실하지만 사회적 책임은 등한시하는 불균형적 선교신학, 하나님나라가 아닌 개교회 지향적 선교 태도가 부정적 요소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단일문화적 관점에서 선교지에 한국교회를 이식하려는 경향이 발생했고, 특히 가부장적인 태도로 현지인들 위에 군림하고 다른 선교사들과 협력하지 않는, 심지어 경쟁하는 일도 많아졌다. 열정만 앞선 나머지 정확한 정보나 바람직한 전략 없이 사역하기도 했다. 일제 치하나 독립 직후 약자의 자리에서 선교하던 때에는 현지인들을 존중하며 타 선교사들과 협력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지만, 풍요 속에서의 선교 시기에는 강자의 입장에서 선교한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에 동반자적 관계 회복을 주문했다. 현지인들을 선교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선교 동반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현지 교회가 있는 곳이라면, 선교사는 현지 교회와 협력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역을 해야 한다. 또 그들이 선교사에게 의지하도록 하지 말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가부장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복음의 토착화 및 지역교회 독립에 힘쓰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단 우리 교단 선교사 보내기" 식을 지양하고, 지역을 연구하고 선교사의 은사를 분석한 후 배치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무엇보다 차세대 선교를 이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데에 노력하라 주문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역동적인 선교 교회가 되도록, 교회의 부흥과 갱신을 위해 기도하고 물질적 자원이 아닌 성령과 하나님의 말씀을 의존해야 한다"면서 "선교에 있어서 평신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기선교·전문인선교·비거주선교·사업선교 등으로 동원하고, 특히 학생을 위한 선교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과거의 성공과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21세기의 동향에 맞는 선교를 하자"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