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앤 넌센스

케빈 랠런드·길리언 브라운 | 동아시아 | 488쪽 | 19,000원

창조론과 지적설계론 등 ‘기독교’ 입장에서 여러 책을 읽었으니, 이번엔 ‘진화론’ 입장을 들어볼 차례다. <센스 앤 넌센스>는 150년간의 ‘진화론 논쟁’을 간략히 소개하고, 사회생물학과 인간행동생태학, 심리학과 문화·유전자론 등  20세기의 다섯 가지 진화론 접근법의 주요 개념과 비판적 평가를 시도한다.

저자들은 “진화론을 비판적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건설적이고 공정하며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재판 서문에서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진화론적 방법으로 인간 행동을 얼마나 타당하게 연구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으며, 인간 사회나 문화에 존재하는 고유한 특징들이 때때로 그러한 방법론을 무력화하지는 않는지 검토한다.

저자들의 이러한 방향은 인간의 본성을 생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노력들이 양육과 문화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과학자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기 때문에 나왔다. 실제로 진화론은 우생학적 주장이나 인종차별, 성이나 계급적 불평등의 정당화 논리에 악용되기도 했다. 저자들은 이런 직선·진보적 진화론은 사실 다윈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20세기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교과서’로 소개된다.

“오늘날 진화론은 세련된 균형을 필요로 한다. 비록 방법론상으로는 진정한 다원론이 필요하지만, 그렇다 해서 진화론적 추측에 바탕을 둔 두루뭉수리한 분석이 모두 유익한 것은 아니다. …(중략)… 진화론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원적이지만 엄격하고, 다산적(多産的)이지만 자기비판적 과학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 참된 진화론적 방법과 추론을 옹호하지만, 무분별한 담론이나 해롭거나 지나친 진화론적 추론은 엄격하게 단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물학과 사회과학의 참된 결합은 센스와 난센스의 비율이 개선될 때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414-4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