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형 교수, 기독교학술원 발표회서 새로운 비평 시도
‘신사도 운동’에 대한 신학적 평가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은 7일 오후 서울 종로 동 학술원 세미나실에서 ‘신사도 운동의 영성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제35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황덕형 교수(서울신대 조직신학)가 ‘신사도 개혁운동, 성령의 바람인가? 거짓 예언자의 나팔인가?’를 제목으로 전했다. 논평은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조직신학)와 서충원 박사(샬롬나비 사무총장)가 맡았다.
미국의 피터 와그너 박사 등이 주도하고 있는 ‘신사도 운동’은 오늘날에도 사도와 선지자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쳐, 한국의 보수·개혁 신학계에서 강한 반발을 받고 있다. 이미 이 운동을 주제로 한 신학 세미나나 발표회가 다수 열렸는데, 발제자들 대부분 “개혁신학적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된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황덕형 교수 역시 이날 발표에서 “신사도 운동과 연루되어 있다는 일부 단체들의 집회 모습 속에는 정상적인 예배에 익숙한 우리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들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배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부가 혼돈처럼 보이는, 그런 집회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더욱이 그런 단체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도덕적 타락과 모순들도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러한 형태들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을 다 싸잡아 이단으로 몰아선 안 된다”
하지만 황 교수는 “쏠림현상이 강한 한국사회가 하나의 입장만을 강조하면서 다른 입장의 관점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태도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신사도 운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조심스레 시도했다.
황 교수는 “신사도 운동과 관계된 예언운동과 신비주의가, 꽤 많은 부분에서 지극히 사적인 공간 속에서 만족을 주기 위한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종교적 판타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운동들 속에는 성령의 역사로 보이는 그런 성경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다 싸잡아서 이단으로 몰아서도 안 된다. 오히려 다른 운동과 구별해 그것들을 지켜주고 보호해 한국에서 시작된 성령운동이 세계적 운동이 될 수 있도록 감싸 주는 것이 우리 신학계가 할 일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신사도 운동에 ‘은사중지론’ 등의 신학적 관점에서 오류인 부분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 역시 “앞으로 더 많은 토론과 대화를 통해 서로 교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신학적 논의”라며 “이런 비판을 통해 과도한 점을 (신사도 운동 관련 단체들이) 고쳐야 할 것이며, 오해가 있다면 더 선명하게 바른 위치로 교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신사도 운동을 하고 있는 자들이 성서를 유일한 계시의 기준으로 보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경험을 하나님의 말씀 앞에 내세우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사이비”라며 “하지만 그들 중에는 신학교육을 전문으로 받지 못한 자들도 있기에,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오류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지적 나약함이나 혹은 어리석은 표현의 잘못, 감정적 기복에 따른 과장된 발언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들을 교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황 교수는 “정작 왜 이 신사도 운동을 정상적인 교회 안에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비전을 발견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이 운동은 기존의 교파 교회에서는 찾을 수 없던, 다른 것을 전제로 시작됐고 그것은 바로 성령께서 일으키시는 새로운 선교의 물결이었다. 신사도 운동이, 정말 그들의 말대로, 혹시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것을 선점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신사도 운동에 사이비적 요소가 있을 수 있고 사도성이란 주장 자체가 임의적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신사도 운동이 새로운 변화의 한 표지일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만일 그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것은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시는 기회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다가오는 새로운 성령의 선교에 복음적이고 한국적인 신학이 나타나도록 다양한 성령운동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그들을 지도해서 한국교회가 명실공히 세계의 지도적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사도 운동, 사도적 가르침에 충실하지 않아”
이 발표를 논평한 이승구 교수는 “사도적 직분과 사도적 인물의 계속적인 계승을 주장하는 동방정교회나 천주교회와 달리, 개신교의 전통적 입장은 사도는 주께서 세우신 13사도(12+이방인의 사도인 바울) 뿐이고, 그 어떤 의미로도 사도적 인물의 계승이나 사도적 직분의 계승은 있지 않았고 단지 사도적 가르침의 계승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라며 “신사도 운동은 근본적으로 사도적 가르침에 충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사도 운동을 다 싸잡아서 이단으로 몰아서는 안 되고 다른 운동과 구별해 그것들을 지켜주고 보호해야 한다”는 황덕형 교수의 주장에 대해선 “(신사도 운동과 관계된) 분들이 하고 있는 주장들이 과연 성경적인 성령 운동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는 아주 심각하게 질문할 내용”이라며 “이 분들 가운데서 교계의 비판에 대응해 자신이 하던 활동을 검토해 보고 조금이라도 고치겠다고 한 분은 이동원 목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건전한 교계의 비판에 반응하며 나아간다면 좋겠으나 나머지 분들은 자신들의 운동에 대한 비판을 조금도 수용하지 않고 갈수록 더 심각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특히 오늘의 주제가 되는 신사도 운동의 여러 운동가들과 연관해 사역을 계속하고 있기에 더 많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 운동의 비성경적인 것을 명확히 지적하며, 특히 신사도 운동과 관계를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한국 신학계가 이 분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독교학술원 원장 김영한 박사는 ‘신사도 운동은 하나님 말씀과 성령의 열매를 신비적 체험으로 격하하는 종교현상’이라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하며 “신사도 운동은 오늘날 신자들의 신비로운 체험에 비추어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는 죄인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열매를 인간의 신비로운 체험으로 끌어내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김 박사는 “신사도 운동에 비판할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체를 성령운동이 아니라 부정하고 전체를 사이비라고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 애정 어린 마음으로 비판을 가하고, 이들이 제도권 교회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운동에 대해 은사중지론에 선 비판가들의 피상적인 비판에 근거해 무조건 정죄만 하려고 하지 말고, 이들의 일차적 자료들을 신학적으로 심도 있게 연구해 이들의 공과를 학문적으로 지적하고 그 대안을 바르게 제시하는 것이 요청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