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몰트만 박사와 은준관 박사 등을 초청한 신학 컨퍼런스가 서초교회 본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소장 이태형)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위르겐 몰트만 박사(독일 튀빙겐대 석좌교수), 은준관 박사(실천신대 설립자) 등 석학들을 초청해 ‘참된 희망,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1일 오전 서울 서초교회(담임 김석년 목사)에서 신학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몰트만 박사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미래’ 말해야”

‘희망의 하나님과 우리의 미래’를 제목으로 발표한 위르겐 몰트만 박사는 “희망의 하나님, 이 말은 유일무이한 말이다. 절대적이며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로서의 신은 많은 종교들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 바”라며 “그러나 희망의 하나님, 우리 앞서 계시고 우리를 앞서 가시는 희망의 하나님은 예언자들과 사도들이 전해준 성경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르겐 몰트만 박사. ⓒ김진영 기자

몰트만 박사는 “기독교 신앙은 온전하고 완전한, 확실한 희망이다. 앞으로 향하는 것이고 오고 있는 것에 대한 기대 속에 있는 삶”이라며 “미래는 기독교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 그 신앙의 핵심 요소다. 모든 성화(聖畵)들이 그려지는 곳에 쓰이게 되는 새벽 여명의 황금색과도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부활희망이라야 기독교 신앙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믿음이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 안에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오고 있는 하나님 나라에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자신을 펼치는 것”이라며 “이 기대 속에서 우리는 매일을 경험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몰트만 박사는 “우리가 종말에 대해 그려 보는 상과 상상들은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경악할 만한 묵시론적인 것들인데,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과연 기독교적인가 하는 것”이라며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기독교적이지 않다. 원초적이고 정통성 있는 미래에 대한 기독교인의 기대는 그러한 종말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기독교의 종말은 오히려 시작과 관계가 있다. 참 생명의 시작, 하나님 나라의 시작, 모든 피조물들이 새롭게 창조되는 시작과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희망의 신학’을 말하기 시작한 1954년 이래로, 우리가 멀리 있는 ‘그리스도의 재림’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미래’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면서 “그리스도의 재림이란 우리에게 이미 현존하는 미래를 의미한다. 언젠가 과거가 되어버릴 미래가 아닌, 그 미래가 현재로 머무르게 되는 미래다. 우리 가운데 계신 성령님은 오고 있는 그리스도 나라의 실재인 것”이라고 말했다.

은준관 박사 “두 가지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어 은준관 박사는 ‘세상에 희망을 여는 공동체-한국교회 희망의 프로세스’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은 박사는 “우리 모두 희망을 노래하지만 속으로는 값싼 희망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며 “그래서 48시간마다 한 명씩 자살을 선택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의 생명조차 담아내지 못하는 한국교회…, 한국교회의 위기는 바로 이 허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은준관 박사. ⓒ김진영 기자

은 박사는 “우리는 지금 피나는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구도자 예배’에서, ‘문화선교’에서, ‘영성운동’에서, ‘셀’(Cell) ‘G12’ 같은 ‘소그룹 운동’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이 모든 시도들은 소중한 몸부림”이라며 “그러나 신앙은 단순히 믿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이며, 동시에 하나님 앞에 응답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신앙공동체인 교회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따라서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즉 종말론적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교회는 엄밀한 의미에서 교회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며 “교회는 본질상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던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는 새 존재로의 인침이었으며, 동시에 하나님과 역사 앞에 응답하는 종말론적인 ‘장’이었다. 그리고 이 교회는 몰트만 박사 등이 호소하는 ‘부활을 축하하고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는’ 희망의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은 박사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두 가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나는 “문화선교, 소그룹 운동, 열린 예배 등의 이름으로 ‘예배-교육-교제-선교’로 이어지는 성서적 신앙 체계를 훼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배와 교육 사이 신앙의 끈을 오래 전에 끊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 교제, 그리고 선교와의 내적 고리도 연쇄적으로 단절지켜 왔다”는 게 은 박사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은 박사는 “그 결과 오늘 한국교회에는 파편화된 프로그램들만 즐비하다. 한국 기독교 신앙은 많은 상품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분열된 신앙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영적 문맹’이 되고 말았다”며 “한국교회의 미래는 초대교회가 우리에게 물려준 예배, 교육, 교제, 선교라는 성서적 신앙체계를 다시 하나님의 백성이 만나고 응답하는 종말론적 통로로 신학화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선 몰트만 박사, 은준관 박사 외에도 임영수 목사(모새골 공동체 담임),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서우경 교수(연세대 코칭아카데미 책임교수), 최윤식 교수(한국뉴욕주립대), 김두현 소장(21C목회연구소 소장)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