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서창수 목사, 이하 비대위)가 비상총회 개최를 전격 결정한 가운데, 향후 사태 추이에 교단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비대위는 교단의 신년하례회가 열리던 지난 3일 ‘전국 노회장 및 서기, 자문위원 연석회의’를 갖고 비상총회 개최를 결정했다. 당시 참석자 185명 중 180명이 여기에 찬성했다. 지난해 가을 소위 ‘파회 사태’ 이후, 약 3개월간의 비대위 활동이 결국 비상총회 개최로 결론 난 셈이다.

비상총회는 비대위가 꺼내든,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다. 비대위는 지금까지 기도회와 시위 등의 방법으로 그들의 뜻을 이루려 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 사이 총회장 정준모 목사는 교단 유지재단 이사장에 임명됐고, 임원회 역시 제97회 정기총회 회의록을 채택하며 총회 파회를 인정했다.

위기감을 느낀 비대위는 끝내 비상총회 개최를 결정했다. 비대위 내에선 “처음부터 비상총회로 갔어야 했다” “온건한 방법으론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판명됐다”는 등, 비상총회 개최를 처음부터 지지해 온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비상총회 개최에 찬성하는 비대위 위원들이 손을 들어 의견을 표시하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하지만 비상총회가 과연 그들의 기대 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비대위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비상총회 자체가 가진 위법성이 꼽힌다. 이미 총회 파회가 임원회를 통해 인정된 상황에서, 총회 ‘정회’를 전제로 한 비상총회(속회)는 법적 명분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교단 관계자는 “총회는 비상설 조직체로서 파회한 후에는 총회장을 대표로 하는 교단만 존재한다”며 “즉 총회도 없어지고, 총대도 없어진 상태다. 따라서 차기 총회 전에는 임시총회나 비상총회 등 어떤 총회도 열 수 없다. 이같은 교단법은 사회법으로 가도 인정받는 불변의 법”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가 비상총회를 연다면 안건은 정준모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에 대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 비대위 구성이 정 총회장에 의한 ‘파회 사태’로부터 비롯됐고 그 이면에 총회장과 총무에 대한 논란도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위가 비상총회를 통해 총회장과 총무에 어떤 제재를 가한다 해도, 그것이 현 총회 지도부에 실제 영향을 미칠 확률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만약 비대위가 비상총회 결의를 바탕으로 사회법에 호소한다 해도, 비상총회가 법적 결함을 가진 이상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교단 안팎의 의견이다.

일부는 비대위가 비상총회에서 ‘세례교인 헌금’이나 ‘상회비’ 등 총회 재정과 관련된 부분을 결의, 이를 가지고 현 총회 지도부를 압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영향은 크지 않을 뿐더러 자칫 ‘교단 분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비대위 입장에선 이런 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까지 비대위는 그 활동 목적을 ‘총회 정상화’로 규정하며 ‘교단 분열’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어왔다.

또 일각에선 비대위가 비록 비상총회라는 강수를 던지긴 했으나 이미 그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총회장의 기습 파회와 총무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촉발된 분노가 당사자들의 해명과 사과를 거치며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고, 비대위 활동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위원들 사이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일 비대위 모임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당시 비대위 임원들은 새 출발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위원들은 끝내 이를 만류했다. 이에 대해 한 노회 관계자는 “임원들도 다 목회자들이라 비대위 활동에만 매달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들 입장에선 비대위 내 강경파들이 임원을 맡아 비상총회 등 향후 비대위 활동을 이끌어 주길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본인들의 뜻과 달리 연임된 현 임원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적극성을 갖고 비상총회를 준비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게다가 비상총회 개최를 결정한 지난 3일 모임에서 비대위 스스로가 문제를 노출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비상총회 개최 여부를 거수로 투표하는 과정에서 한 비대위원은 “누가 유권자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투표는 노회장들로 제한하자”고 했지만 투표는 제한 없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한 교단 관계자는 “노회장 회의에 각 노회의 소위 자문위원을 비롯해 은퇴목사와 노회장이 아닌 목사, 장로들까지 185명이 동원된 가운데서 투표에 들어갔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비대위 구성원인 노회장이 아닌 자문위원과 은퇴목사, 일반 목사·장로들까지 투표한 결의를 누가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비상총회 개최에 대해 비대위 부회계인 신규식 목사(맨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위원장 서창수 목사에(맨 왼쪽)게 항의하자 한 비대위원이 이를 저지하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뿐만 아니라 비대위 임원 중 한 명이 비상총회 개최 결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대위원들과 마찰을 빚는 등 그 조직의 결속력에도 흠집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노회장 등 여전히 상당수의 교단 내 목회자들이 비대위에 참여해 교단 개혁을 외치고 있다는 점은, 지금의 총회 지도부가 반드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단 관계자는 “비록 법적인 부분에선 비대위가 불리할지 몰라도 그들이 외치는 명분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원장 서창수 목사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비상총회 개최 일정 등 구체적인 부분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음주 쯤(14일 주간) 비대위 임원들이 모여 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동총회 실행위원회는 오는 30일로 예고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