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주대 재학생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

기독교 재단 전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강제 채플수업을 폐지해 달라’며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학생은 지난달 29일 인터넷 포탈 게시판에 ‘전주대학교의 강제 개신교 종교수업 고발’이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고, “전주대는 일반종합대학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종교 여부와는 관계없이 모두가 채플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 이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5000여명의 네티즌이 이 글을 조회했고, 댓글만 500여개가 달리는 등 논쟁이 뜨겁다. 430여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전주대 ‘채플에 관한 규정 2조(개정 2012.5.31)’에는 ‘(채플수업은) 한 학기에 15시간 실시를 원칙으로 하며 성적은 출석으로 평가하되, 학점은 패스제로 한다. 단 미 패스자는 F학점 처리한다. 채플 실시 횟수의 3/4 이상을 출석해야 한다. 채플은 8학기 중 4학기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미 패스자는 재수강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학생은 “전주대 입학자격(학칙 제11조)에는 다른 일반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나 검정고시에 합격한 자로 되어 있고 어디에도 입학자격을 기독교인이나 개신교 세례교인에 제한한다고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왜 특정종교 수업을 강제하는 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아예 입학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칙 제17조 “이단종교와 관련 있는 사람은 유기정학과 무기정학도 줄 수 있고, 재범 여부에 따라 제적할 수 있다”는 내용과 관련, “이단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편협하다”고 했다.

이 학생의 주장대로 기독교 대학의 필수과목인 채플수업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주대 강흥구 교무처장은 “기독교 건학이념을 지키기 위해 채플수업은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타 기독교재단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채플은 기독교 수업이지만, ‘교양차원’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크다. 기독교, 천주교 등 타 종교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다른 종교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포괄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채플수업이 기독 신앙 자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내 이단종교 학생들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처벌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시행됐던 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영진 채플 담당자도 “모든 기독교 대학에는 채플수업이 있다. 가장 적은 곳은 2학기이며 어떤 학교는 8학기 이상 된다. ‘채플 수업은 종교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는 98년 대법원 판례도 있다. 채플수업 때 세례를 받으라고 하면 종교의 자유 침해지만, 문화를 보여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불교대학이나 원불교대학도 ‘수양과 봉사’ 같은 교과목을 개설하고 듣게 하고 있다. 현재 학교 내에는 이 문제로 인한 논란이 전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1998년 당시 한 숭실대 법대생이 학교를 상대로 낸 학위수여 이행청구소송에서 “사립대학은 신앙을 갖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종교 교육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하는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대학교 채플의 경우 헌법위배 판결을 받은 중고등학교 예배강요 문제와 달리, 학생에게 학교선택권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과거 헌법소원에서 각하된 사례도 있다. 

이어 ‘채플수업 규정 위반 시 졸업을 할 수 없다는 주장과, 이단종교 학생은 정학, 제학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3/4 이상 수강해야 학점이 나오는 것은 전 과목이 동일하며, ‘채플수업 규정 위반으로 졸업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 못된 것이다. 채플수업은 패스제이기 때문에 성적에는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기독교 대학이기 때문에 이단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 확산의 배후에 최근 전주시를 비롯해 전국교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어떤 이단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전주대가 기독교대학이라는 것이 알려져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기독교 재단 학교들의 경우는 어떨까. 입장은 비슷했다. 연세대학교는 채플수업을 1, 2학년 필수 교양과목으로 정해 놓았다. 1학기 수강 횟수는 12~14번이며, 4학기 총 수업의 1/3을 들어야 한다. 채플수업은 월~금까지 모두 진행되며, 한 채플수업에 평균 1천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다. 1주일 수강 인원은 총 1만여명에 달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꼭 전통적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강사님들의 강연도 듣고, 무용, 연극 등 공연도 펼치고 있다. 채플수업을 거부하는 학생은 몇 안 되며, 따로 상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명지대학교 채플수업은 한 학기에 15주로 편성되어 있으며, 4학기 총 수업의 2/3를 출석해야 한다. 한 수업에 서울캠퍼스는 500여명, 용인캠퍼스는 700여명이 수강한다. 명지대 관계자도 “채플에서는 꼭 하나님 말씀 뿐 아니라, 연극 공연이든지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의무적으로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은 문제다. 채플은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