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교회만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한 교회가 8개의 지교회를 개척했다고 하면 무엇을 상상하게 되는가? 엄청난 인적·물적 능력을 가진 교회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뉴라이프선교교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차세대 한인들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영배 목사가 교회 개척과 세계 선교라는 비전에 부합되는 교회를 꿈꾸며 19년 전 이 교회를 세웠다.

▲뉴라이프선교교회 담임 박영배 목사.

그 후 남가주와 북가주를 중심으로 곳곳에 교회를 개척했다. 이 교회들은 모두 뉴라이프교회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서로 연합해 선교하고 교회를 개척한다. 이 교회가 개척하면 다른 교회들이 기도와 물질로 돕고, 저 교회가 선교하면 다른 교회들이 힘을 모은다. 뉴라이프교회 부목사들이 개척에 소명을 받으면, 대개 개척지로 파송되는 형식으로 교회 분립이 이뤄지기 때문에 뉴라이프의 비전에 의기투합되어 있다.

이 뉴라이프교회들의 모교회라 할 수 있는 풀러튼 뉴라이프선교교회의 담임 박영배 목사는 1.5세다. 중학교 3학년 때 이민 와 문화 차이로 인해 갈등하다 수련회를 통해 주님을 깊게 체험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신학교로 진학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대학에서 복음에 소외돼 있던 한인 2세들을 만나면서 소명에 사로잡혔다. UC샌디에고에서 사역할 때는 2명과 함께 성경공부를 시작해 3년 만에 그 모임이 100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산호세주립대학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M.Div. 학위를 받았으며 커버넌트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에 있다.

현재 뉴라이프선교교회에는 한어권이 120명, 영어권이 150명 출석한다. 어린이까지 합하면 매주 300여명이 출석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중국인과 백인도 있다. 최근 이 교회는 새 성전을 구매해 입당하기도 했다.

-교회가 교회 개척과 세계 선교에 상당히 열심을 내고 있는 것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80년대 한인교회에 단기선교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선교단체를 통해 선교를 다녔습니다. 굉장히 열심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한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헌신된 일부 한인들도 선교에 제대로 헌신할 수 있는 그 어떤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6년간 한인 2세 청년대학생을 위한 캠퍼스 사역을 하다가 1993년 6월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훈련할 수 있는 교회를 꿈꾸며 뉴라이프선교교회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1세 선교사는 많았지만 2세 선교사는 거의 없었기에 2세들을 선교에 동원할 수 있는 교회가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1.5세 출신이 교회를 개척한 경우가 드물기도 했지만 저는 제가 1.5세라는 장점을 살려 1세와 2세가 공존하는 교회, 2세를 훈련하는 교회라는 비전을 갖게 됐습니다.”

-19년 역사를 돌아 볼 때 그 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뉴라이프’라는 이름에서 우리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보내고 파송하는 것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선교교회’라는 이름에서 선교지향적인 꿈을 꾸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2세 선교사들을 세 가정 파송했고, 열 가정에 달하는 선교사들을 공동으로 협력해 돕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2세 선교사를 파송한 것이 7년 전이었는데 그 당시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2세들은 선교에 헌신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데 저는 1세나 2세나 하나님이 주신 확신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올바른 도전과 마음이 2세들에게 심기면 그들도 얼마든지 선교에 헌신합니다. 우리 교회가 2세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 것은 교회가 2세들에게 단기선교를 통해 도전과 확신을 많이 주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뉴라이프교회는 2세 교회인가요? 아니면 1세와 2세가 공존하는 교회인가요? 그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제가 시무하는 풀러튼 뉴라이프선교교회의 경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교회’입니다. 세대 차별이 없습니다. 다만 타 교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차세대 2세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동역하고 섬기는 교회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 교회는 1세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교회입니다. 그러나 제직회나 당회를 보면 2세들이 주도적이기 때문에 1세들이 약간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볼 때는 이 교회는 2세들을 위한 교회인 것 같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1세대, 2세대, 3세대가 공존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2세들에게 ‘2세들은 가족을 상당히 중시하는데 자신과 배우자, 자녀만 생각하지 말고 부모님도 생각해야 한다’고 도전합니다. 하나님도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렇게 3세대가 공존하며 하나님을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2세들이 주도하는 교회 시스템에서 갈등은 없습니까?

“없지는 않죠.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1세-2세간 차이가 큽니다. 저도 다양한 세대를 목회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러나 가정을 보십시오.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녀의 세대 차이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세대 차이가 좀 있다고 서로 갈라섭니까? 문화적 갈등이 있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두 세대가 분리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진 못합니다. ‘서로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서로 간섭이 아니라 ‘지원해 주는 섬김’이 필요할 뿐입니다.

2세들은 1세들이 자신을 어린 아이 취급한다고 싫어합니다. 사회에 나가면 다 변호사, 의사 등 사회 지도적 위치에 있는 성인인데 교회에만 오면 어린 아이가 되니 누가 그런 교회에 가려 하겠습니까? 1세들이 성인이 다 된 자녀들을 여전히 어린 아이 취급하며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려 한다면 두 세대의 갈등은 끝날 수 없을 것입니다.”

-3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는 담임목사가 1.5세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이중언어가 되고 양쪽의 문화를 이해하기에 양자를 잘 조율해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1.5세들이 가진 독특한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1세라고 해도 생각이 조금만 더 열려 있다면 1.5세들이 할 수 있는 이 사역을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1.5세들이 1세 목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1.5세 담임목사가 2세들을 껴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세 담임목사가 2세 사역자를 이해하고 품고 사랑하는 일에 더욱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2세 목회자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 주는 1.5세 목회자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뉴라이프교회들의 관계는 어떤가요?

“저는 지교회들이 개척하면 그들이 독립적인 교회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야 독립성을 갖고 서로의 사역을 지원해 줄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교회 개척을 함께 하고 선교를 함께 합니다. 우리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면 다른 뉴라이프교회들이 협력선교사를 돕는 차원에서 돕고, 저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면 우리가 기도와 물질로 지원해 줍니다. 자매교회의 관계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러다 보니 이 자매교회들이 뉴라이프선교협의회라는 네트웍을 구성해서 협력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리소스를 나누고 있습니다. 담임목회자들은 모두 개교회를 맡고 있는 담임이며 1년에 한번씩 만나 비전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줍니다. 대부분이 우리 교회 부목사들 출신이기에 이런 비전이 잘 공유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개척한 교회들 중 2개는 뉴라이프선교협의회에서 아예 독립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민족교회로 발전시켜 보고 싶은 욕심은 없으셨습니까?

“한동안 많은 2세 교회들이 다민족교회를 지향하는 붐이 일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다민족교회화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교회에 1세들이 출석하고 있는 한, 다민족교회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2세들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그들은 아시안입니다. 이런 민족적 한계를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어 외에도 다양한 문화 차이가 사람들 간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1세와 2세가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다민족교회 모델을 지향하지 않았습니다. 다민족교회 모델이 잘못됐다거나 옳지 않다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제 목회 철학과 달랐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 모델도 완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좋은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뉴라이프교회들은 또 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겠으나 제가 시무하고 있는 이 풀러튼은 제가 1.5세이기에 이 장점을 이용해 1세와 2세가 하나되는 교회로 가고 있습니다.”

-창립 19년 만에 새 성전을 구매하셨지요?

“솔직히 저는 건물이 그렇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에너지를 선교와 교회 개척에 쏟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6번이나 이사하게 됐습니다. 결국, 보다 안정된 교회 사역을 위해 건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인식을 성도들과 나누었을 때 1세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찬성했지만 2세들은 건물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세들은 빨리 건물을 찾아 보고 기금을 마련하자 했고 2세들은 기금을 마련한 후 건물을 찾자고 했습니다. 문화차이죠. 저는 이 갈등을 1세들은 건물을 찾고 2세들은 3년간 기금을 마련하자는 대안으로 풀었습니다.

그리고 5년간의 노력 끝에 이 건물을 발견하고 구매하게 된 것입니다.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마련된 기금이 있었기에 비교적 쉽게 건물을 살 수 있었습니다.”

-아마 교회 개척이나 분립을 하지 않으셨다면 훨씬 일찍 건물을 사실 수 있었을 텐데요.

“우리가 개척을 할 때 쉬운 상황에서 개척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한번은 우리 교회 영어목회자가 개척에 소명을 받았다며 분립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때는 건물을 사기로 결정하고 온 성도들에게 발표까지 한 그 시점이었습니다. 교회가 경제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는데 그 목회자가 성도들을 데려 나가면 교회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건축을 중단할 것인가, 개척을 중단할 것인가 고민이 됐습니다. 저는 ‘좀 개척을 늦추자’는 말이 목 밑에까지 올라왔지만 하나님의 큰 뜻이 있다 믿고 개척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만약 그분이 개척을 하겠다고 미리 말했으면 교회 구매는 생각도 못했을 텐데 교회 구매를 결정한 후, 소명을 받은 것도 뜻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그래서 우리 교회 2세 200명 중 50명이 그 교회로 파송되었습니다. 담임목사 입장에서 성도가 교회를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슬픈 일입니다.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그 개척 예배에서 다른 교회에 다니는 2세들이 와서 그런 증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들은 교회가 갈라지면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 것만 보았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싸우는 통에 자녀들인 자신들도 원수가 되어 얼굴도 보지 못하게 되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이런 축복을 나누며 교회를 분립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이것이 큰 도전이고 감사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간증을 들으며 이 사역이 참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역이란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도 물론 기적적으로 무사히 구매했습니다. 이런 기적적인 역사와 함께, 우리는 어쨌거나 교회 개척과 세계 선교에 비전을 두고 설립되었고 성도들 역시 이런 점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 때문에 혹은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개척을 멈추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까지 8개를 개척했는데 앞으로 저는 제가 목회하는 동안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계속해서 교회를 분립, 개척해 나가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