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검진 결과가 나왔는데요.”
“어떻게 나왔니? 암이니?”
“그게, 저….”
“어서 얘기해봐라!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요, 아버지가 대장암 말기래요.”

“뭐? 암이라고?”
“네, 흑흑….”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렸을 때, 그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 주어야 할 것인가, 숨겨야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암 환자를 주로 대하는 어느 대학병원 황 교수에게 어느날 환자 A씨가 찾아와 “저는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으니 바른 대로 병세를 알려 달라”고 사정했다. 그 말을 믿은 황교수가 “죄송합니다. 선생님은 암 말기입니다!”라고 통보하자 A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몇 일 만에 급사했다. 이래도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하는가? 그런가 하면 평소 교회에 다니는 아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외과의사 B씨는 황 교수로부터 자기가 암이라는 통보를 받자마자 기독교에 입문해 비교적 평안한 임종을 맞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환자에게 죽을 병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그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대개 살려고 하는 의지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즈음의 환자들은 대체로 심신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이므로 이것을 알려 줌으로 인해 더욱 충격을 받게 되고 삶의 의지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즈음의 환자들은 대체로 심신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이므로 이것을 알려 줌으로 인해 더욱 충격을 받게 되고 삶의 의지를 잃게 되어 결국 죽음을 재촉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를 쓸데없이 혼란에 빠뜨리지 않게 하며, 불필요한 고통과 불안을 야기시키지 않고, 환자에게서 삶의 희망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 알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암 통보를 받은 후 죽음의 공포에 괴로워하다 생을 마치는 불행한 경우가 많다. 의사 입장에서는 가족이나 환자를 대하기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에 통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함구 효과(mum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발생한 나쁜 소식에 대해서 서로 알리려고 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좋지 않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함구하고 싶어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불치병(terminal ill)에 걸린 환자에게 불치병이라는 것을 누구도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통보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데 죽음의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죽음을 준비해야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환자의 병에 대한 진실을 말해 주었다고 해서 환자의 삶에 대한 희망이 모조리 박탈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사실상 환자의 상황을 알려 주어야 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의사에게 있다. 의사의 공식적인 발표없이 가족이 환자에게 미리 말을 해 버리면 환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의사도 하지 않은 가장 충격적이고 결정적인 말을 가족이 환자에게 했을 때 환자 자신은 마치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리고 결국 환자는 의사에게 다시 확인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의사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이 전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가 물어 볼 때 알려 주어야 한다. 환자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환자가 먼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여 그가 궁금하여 질문할 때 설명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불치병임을 말하지 말아야 할 환자는 완치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다. 이때는 치료과정을 잘 설명해서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에게는 설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주의 사항은 시한부라는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 가족이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환자 가족이 의사로부터 이 사실을 먼저 통보 받고 가족 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이를 잘 수용해야 하며 그 후에 환자에게 알려야 될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환자 앞에서는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이 이 사실을 알리게 될 경우에 절대로 울음을 터뜨리거나 비이성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환자 가족의 감정이 통제되기 전에는 알려서는 안된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