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성수련의 한 방법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의 심리적 치유효과와 이를 목회상담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12일 서울 돈의동 초동교회(담임 강석찬 목사)에서 ‘바람직한 한국교회의 실천신학적 방향과 실제’를 주제로 열린 제36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윤규 박사) 정기학술대회에서 목회상담분과 발표를 맡은 박노권 교수(목원대)가 이같은 가능성을 모색했다.

박노권 교수는 먼저 ‘렉시오 디비나’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같은 개념이 한국 개신교인에게는 아직 덜 알려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렉시오 디비나는 라틴어 ‘독서(Lectio)’와 ‘신적인(divina)’의 합성어로 영적 독서·성서 독서·성독(聖讀)·말씀묵상 기도·거룩한 독서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며, 성경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마음 깊이 경험하고 그의 현존 안에 머물게 하는 영성훈련 방법이다.

렉시오 디비나의 네 단계, 독서·묵상·기도·관상

▲박노권 교수(오른쪽)가 발제하고 있다. 왼쪽은 좌장을 맡은 김충렬 교수. ⓒ이대웅 기자

렉시오 디비나는 점진적인 네 단계로 구성되는데, 성경 말씀을 읽고(독서·Lectio) 이에 대한 묵상(Meditatio)으로부터 자발적인 기도(Oratio), 그리고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에 대한 경험(관상·Contemplatio)에까지 이른다.

먼저 첫 단계인 ‘독서’에서는 성경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주의깊게 하나님 말씀을 읽고 듣는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쓰인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소설책을 읽듯 눈과 머리로 빨리 읽어버리면 본래의 영적 의미를 깨닫기 어려우므로, 눈으로는 본문을 보고 입으로는 소리내어 읽으며, 귀로는 듣고 마음으로는 그 뜻을 새기는 전인적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대와 중세에 널리 사용됐던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성경 아래에 놓고 그것이 우리를 해석하게 하는 방식’이다.

둘째로 ‘묵상’은 오늘날 주로 생각되는 추리나 상상이 아닌 ‘단순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지속해서 성경 말씀을 되뇌는 것’을 말한다. 중세 수도자들처럼 성경의 한 말씀을 온전히 자기 것이 되도록 끊임없이 되새기고 맛보아야 하는데, 이러한 되새김(ruminatio)은 초대교회 이후 계속 이어져 오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묵상 방법들이 널리 퍼진 르네상스 시기부터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셋째로 ‘기도’는 우리 자신의 노력 대신 하나님께서 활동하시는 길을 준비하면서 우리 마음을 끊임없이 그분께 열고 성령의 처분에 우리를 맡기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독서와 묵상을 통해 갈망하는 것을 직접 느끼는 경지에서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를 도달할 수 없음을 알고, 하나님의 초월적인 도움을 구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나안 여인의 믿음(마 15:27)처럼 자신을 더욱 철저히 비워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많이 등장하는 ‘관상’은 묵상과 기도를 거쳐 직접 하나님을 경험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갈증 못지 않게 하나님도 애타게 다가오신다고 표현된다. 앞의 세 단계와 달리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역할이 없으며,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오시고 일하시는 것이 중심이 되는 순간이다. 이 단계에서는 펌프를 통해 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하나님을 체험하게 되고,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에게 쏟아져내리게 돼 하나님의 거룩한 삶과 우리가 일치하게 된다.

렉시오 디비나의 심리적 치유효과와 목회상담에의 활용

▲실천신학회는 목회상담분과, 예배분과, 설교분과 등 분야별로 모여 다양한 발표를 진행한다. ⓒ이대웅 기자

박노권 교수는 “우리가 내적치유를 위해 렉시오 디비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영성생활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성장과 발전은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고, 영성생활의 결과나 산물도 하나님의 은혜라 할 수 있다”는 말로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간접적인 심리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최근 연구들은 렉시오 디비나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적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스트레스나 불안, 다른 신체적 증상 등을 완화시키는 등 일반적인 명상이 주는 심리학적 유익을 준다고 말한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면서 인격 속에 숨어있던 어두운 면을 인정할 능력이 생기고, 관상기도를 통해 흘러나오는 깊은 평화가 우리의 정서적 장애를 털어내면서 우리 인격의 어두운 부분이 우리의 자아성찰 안으로 들어오면서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내면적으로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고 공허감과 피로를 느끼는 현대인들이 많은 현실에서 렉시오 디비나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경험하는 즐거움과 함께 우리의 심리적인 문제들을 치유하고 올바른 크리스천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며 “렉시오 디비나 같은 영성 수행이 교회에서 활용된다면 성도들의 영적·심리적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목회상담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상담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내담자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렉시오 디비나는 사람들을 영적으로 건강하게 해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만들고,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 말씀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가지게 하며, 자연스럽게 하나님 말씀과 인격적으로 만나게 해 주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치유가 일어나게 했다. 박 교수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직접 렉시오 디비나를 하게 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아직 렉시오 디비나가 목회상담에서 구체적으로 사용된 적이 거의 없어 객관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객관적 결과는 없다”면서도 “상담 현장에서 렉시오 디비나의 공헌과 한계가 연구 결과로 계속 나온다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데 좋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의 발표 이후 목회상담분과에서는 김충렬 교수(한일장신대)를 좌장으로 황병준 박사(호서대)와 최재락 박사(서울신대)의 논찬 이후 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