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설교를 한국교회의 한 트렌드로 정착시킨 하정완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하정완 목사(꿈이있는교회)는 정확히 11년 전, 하나의 실험을 단행한다. 거룩한 예배시간, 성가대의 찬송이 흐르고 엄숙한 기도가 있다. 여느 예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잠시 뒤 이어진 설교. 조명이 어두워지고 스크린에 영상이 흐른다. 영화였다. 하정완 목사의 ‘영화설교’는 이제 한국교회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영화설교는 그야말로 특별 케이스일 뿐, 여전히 설교는 높은 강단 위에서 거룩한 가운을 걸친 목사가 차분하게, 때론 열정적으로 회중을 향해 ‘선포’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이를 전형적인 ‘구연(口演)설교’라 한다면 하 목사의 영화설교는 ‘특수설교’라 할 수 있다. 한국설교학회가 8일 오전 안양시 성결대학교에서 ‘구연설교를 넘어 특수설교로’를 주제로 제11차 정기학술대회를 가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특수설교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취지였다.

정인교 교수(서울신학대학교)가 주 발제자로 나서 ‘특수설교는 가능한가?-새로운 설교방법론에 대한 설교학적 고찰’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일단 전통적 설교방법인 구연설교의 흔들리지 않는 중요성을 강조한 뒤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정체 및 쇠퇴 중인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특수설교가 하나의 해답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하나님은 말씀하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구연설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말씀의 종교인 기독교가 그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 구연설교의 위치와 기능은 확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뉴미디어의 출현”이 한국교회에 특수설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특수설교 필요한 이유… 정보통신 발달, 교회 쇠퇴

그는 “오늘의 세계는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고 그 변화의 동력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며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은 세계 전반에 이르러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왔고 그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감지된다”며 “기술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논리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 기능이 강해진다. 그들은 능동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인식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불확실한 것으로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분석은 지금까지 강단이 추구해온 ‘선포’의 일방성이 더 이상 수용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며 “전통적인 설교가 보였던 ‘신적 권위’에 기저한 일방적 선포는 신앙적으로 준비가 된 극소수 외에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교의 전달 기법이 회중과 설교자의 연대성으로 구체화될 경우에만 회중들이 그 설교를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정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 기독교의 대사회적 이미지 실추, 한국교회 설교의 독특성 등에서 특수설교의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한국교회 위기상황과 대사회적 이미지의 실추는 특수설교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며 “위기의 주범으로 설교가 거론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홍수처럼 넘쳐나는 설교임에도 그것이 과연 성도를 살리고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라고 했다.

정 교수는 또 “다양한 행사와 각종 프로그램에서 설교는 빠지지 않지만 그것 하나하나가 전혀 새롭지 않다”며 “설교는 항상 일반 예배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특히 절기 설교의 경우 절기가 가진 기본적인 성격이 회중에게 노출돼 있어 배가의 노력이 필요함에도 대부분이 뻔한 설교, 식상한 설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방성의 전통적 구연설교만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교회가 발맞추기 어렵게 됐다. 쌍방성의 다양한 특수설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크리스천투데이 DB

“특수설교가 하나의 보완적 영역으로 인정받길”

정 교수에 따르면 구연설교를 보완할 특수설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설교의 입체화-전통적 설교가 성경의 주석적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특수설교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다양한 도구와 자료들을 동원해 묘사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다양한 장르와의 연합-특수설교는 간단한 도구에서부터 영상과 인간 그리고 음악이나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에 한계가 없다. ▲회중이 설교진행에 동참할 기회의 보장-설교자 홀로 서재에서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 회중들이 동참하게 된다. ▲귀납적 구도-일방적 교훈의 전달을 지양하한다. ▲움직임(doing)의 추구-설교자가 단순히 말만이 아닌 몸을 이용해 설교하며 회중들 역시 이 움직임에 동참한다.

정 교수는 “구연설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독교 설교의 철칙이다. 이런 점에서 특수설교는 별종이자 비주류이며 자칫 이단아일 수도 있다”며 “특수설교의 기저에 흐르는 것은 충정이다. 주류인 구연설교를 도와 강단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그 밑바닥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관습적 익숙함은 하나님이 주시는 창조적 생명력까지 사장시킬 수 있다.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제거와 보완이라는 개혁이 필수적”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특수설교가 하나의 보완적 영역으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