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목사가 김영한 박사의 발제문을 대신 낭독하고 있다. ⓒ최우철 기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이하 한복협)가 지난해 SBS TV <신의 길 인간의 길>을 비롯, 최근 계속되고 있는 ‘예수의 인성과 신성을 부정하려는 시도’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13일 오전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에서 열린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에서는 ‘나사렛 예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본지에 <나사렛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을 연재 중인 김영한 박사(숭실대)를 비롯한 4명의 발제자들이 ‘예수는 신화’라는 영지주의적 주장들에 맞서 예수의 실재(實在)에 대한 복음주의적 변증을 펼쳤다.

[김영한 박사의 <나사렛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 바로가기]

‘역사적 예수’는 과거 인물
‘신앙의 그리스도’는 살아있는 예수

한복협 신학위원장이면서 이번 주제 선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김영한 박사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바른 이해’를 주제로 고고학적 예수 연구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학교 일정 관계로 김영한 박사가 해외에 나가 발제문은 김명혁 목사가 대신 낭독했다. 김 박사는 발제문에서 “역사적 예수는 역사적 기독교가 출발한 역사적 실재”라며 “그분의 처녀 출생, 메시아적 삶,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 승천 없이 오늘날 기독교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바른 이해를 당부했다.

발제에 따르면 고고학적 연구만으로는 단지 외형적인 예수 역사성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며, 나사렛 예수에 대한 신앙을 갖는 것은 고고학적 연구와는 별개다. 예수 인격에 대한 신앙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이뤄지는 것으로, 역사적 연구만으로는 만날 수 없고 ‘신앙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는 바울과 어거스틴이 회심하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신앙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비로소 나사렛 예수가 하나님의 성육신 사건이요, 쿨만이 말한 것처럼 시간의 중심이고 세계사의 정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답했다.

그는 ‘나사렛 예수’라는 역사적 인물이 역사적·신앙적인 두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슈바이처를 비롯한 19세기 신약학자들이 탐구를 시도했던 ‘역사적 예수’는 과거 2천년 전 계셨던 과거의 인물이고, ‘신앙의 그리스도’는 예수를 따르고 신앙을 갖고 고백한 초대교회가 가졌고 오늘날 기독교회가 고백하는 ‘살아있는 예수’라고 주장했다.

“역사적 예수가 바로 신앙의 그리스도”
두 인물이 별개라면 기독교 신앙은 역사성 사라져

김 박사는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는 데도 탐구자의 태도, 즉 인식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수 부활’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놓고서도 초대교회 종교지도자들조차 제자들이 환상을 보았다거나, 빈 무덤 사건은 제자들이 스승의 시체를 훔쳐갔다는 등 자신들의 고정관념에 따라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청년 사울’도 다메섹 도상에서 영적 체험을 하기 전에는 예수를 유대 율법을 무너뜨리는 신흥종교 교주로 봤으나, 다메섹 도상에서의 영적 만남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바울’이 돼 예수를 그리스도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상기하며 “인식의 관심이란 탐구하는 자의 태도이며, 이는 바로 신앙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신앙 없이는 아무리 역사적 자료를 들여다 봐도 예수가 단지 ‘현자(賢者)’, ‘기적을 행하는 자’, ‘반체제 인물’, ‘열락을 좋아하는 자’ 등의 인간적인 평가로 끝난다. 신앙의 눈을 가져야 역사적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 ‘태초의 말씀’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는 서로 다른 인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둘이 별개의 인물이라면 독일의 신약학자 케제만과 본캄 등이 말하듯 “기독교 신앙은 역사 없는 공중누각에 서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역사적 예수는 하나의 역사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 오신 역사적 인물을 가리키고, 신앙의 그리스도는 이런 역사적 예수 안에 있는 나사렛 예수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역사적·신앙적 시각 균형 필요”
4복음서 통해 역사적 예수 바르게 알 수 있어

▲이른 아침, 궂은 날씨 가운데서도 1백여명이 넘는 한국교회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새문안교회에 모두 모였다. ⓒ최우철 기자

김 박사는 19-20세기 역사적 예수 탐구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신앙적 접근 없이 단지 역사비판적 과학적 시각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시대착란증에 걸린 예수(슈바이처)’, ‘자연과 인간을 사랑한 휴머니스트(르낭)’, ‘복음서의 예수는 역사적 예수와 다른 신앙고백의 산물(불트만)’ 등의 시각이 싱겨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 시각과 신앙적 시각이 균형을 이뤄야 하며, 그럴 때 우리는 역사적 예수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역사적 예수’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시각도 경계했다. 그는 “신앙의 눈은 반대로 역사적 논구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적 논구에 들어오지 않는 예수는 육신을 쓰고 이 세상에 오신 역사적 예수가 아닌 신비스러운 영의 예수, 영지적 예수였고, 이러한 예수가 이단이라는 사실을 사도 요한은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4복음서를 통해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바르게 알 수 있다”는 말로 최근 도마복음이나 영지주의 문서 등으로 ‘역사적 예수’ 논쟁이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추구했던 순수 객관적인 사실적 예수는 존재하지 않으며, 예수는 처음부터 우리의 구세주로 탄생했고 메시아적 삶이 그 분의 본성이었다. 그는 “나사렛 예수는 오늘도 그 분이 보내신 성령을 통해 우리 가운데 계시고, 오늘날 우리는 그 분의 말씀과 성령의 교통하심을 통해 그 분과 교통할 수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히 13:8)”는 말로 논의를 마무리했다.

김 박사의 발제에 앞서 박형용 박사(성경신학대학원 총장)는 ‘<예수는 신화>에 대한 오류’ 발제에서 “성경말씀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지 않고 역사적 예수 연구를 하게 되면 폐쇄된 우주관으로 하나님의 위치를 역사적으로 제거시키고, 자율적인 사고방식으로 성경 내용을 자기 구미에 맞춰 조작하게 된다”며 대표적인 예로 <신의 길 인간의 길> 방송을 들었다. 오성종 박사(칼빈대 신대원장)는 ‘<예수는 신화다>에 대한 비판과 기독교적 대응’에서 “반기독교적이고 성경파괴적인 주장에 무시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지나치게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이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 차원에서 이들 비판서를 공동으로 연구해 출판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