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네 복음서들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적 발견도 중요하다. 기독교는 역사적 종교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그리고 초대교회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그 구체적인 역사적인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영국의 신약학자 브루스(F. F. Bruce)와 독일의 신약학자 오토 베츠(Otto Betz)의 연구 등은 최근 역사적 예수에 관한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에 관하여 우리들에게 좋은 지식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들의 연구와 등(等)에 의존하여 필자는 다음 네 가지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을 비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사해사본 (쿰란문서)

첫째, 사해사본(the Dead Sea Scroll)이다. 사해의 서북쪽에 위치한 쿰란은 에세네종파들이 살았던 주거지역이었다. 1947년에 이 지역 해변 11개 동굴에서 문서들이 우연히 발견되었다. 어느 베두인 목동이 양을 찾기 위해 들어갔다고 돌항아리 안에 있는 파피루스 두루마리 뭉치를 발견한 것이다. 문서들이 발견된 동굴 주변은 쿰란공동체의 유적지인 ‘키르벳 쿰란’ 언덕이었다. 이 문서들이 발견된 유적지 일대가 사해 해변의 동굴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사해사본” 이라고 하고, 지역 이름을 따서 “쿰란문서”라고도 한다.

이 문서들 중 1/4은 구약사본, 나머지는 구약주석, 신학서, 쿰란공동체의 규정집, 위경(僞經) 등 900편에 가까운 다양한 문헌 등이었다. 양피가죽이나 파피루스 위에 고대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 나바트어 등으로 적어 놓은 것들이다. 이 문서는 기원전 250년에서 기원 후 68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쿰란공동체는 로마군의 예루살렘 성전 파괴(서기 70년)라는 위기 상황에서 사본을 동굴에 숨겨놓고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발견된 성서는 현존 최고의 구약성서 사본으로, 이전까지 최고의 사본으로 알려져 있었던 알렙포 사본(925년경)이나 레닌그라드 사본(1008년경)보다 무려 1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사본을 기록한 쿰란공동체는 나사렛 예수의 생존 당시에 살았던 유대인 신앙공동체로, 쿰란 일대에서 여러 문서와 유물을 통해 유대인들의 종교사상과 생활 방식, 풍습과 조직 등에 대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남겼다. 쿰란문서는 예수 선교사역 당시에 있었던 유대교의 종말신앙과 유대교 종교의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미지 복음서 단편

둘째, 미지 복음서 단편(Fragments of an Unknown Gospel)이다. 1935년에 영국박물관이 『미지 복음서의 단편』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은 최근에 이집트에서 발견된 여러 개의 파피루스 단편의 텍스트를 제시해준다. 그래서 에거턴 복음(The Egerton Gospel)이라고 일컫는다. 분명한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단지 단편일뿐이다. 그리고 정경인 네 복음서와의 명료한 관계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 단편은 실지로 새 복음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예수의 말씀과 행위를 제시해주고 있다. 예컨대 1) 요한복음 5:39-47 and 10:31-39과 유사한 교법사와의 논쟁, 2) 마태복음8:1-4, 마가복음1:40-45, 누가복음5:12-16, 그리고 17:11-14과 유사한 나병환자의 치유, 3) 마태복음 22:15-22, 마가복음 12:13-17, 누가복음 20:20-26에 유사한 납세에 관한 일화, 4) 요르단에서 뿌려지는 씨에 관한 예수의 외경적 설명 등이다. 이러한 예수의 말씀이나 행위는 주로 정경적 복음서에 기초하고 부분적으로는 비정경적 복음에 기초한다. 이것들이 속한 작업은 아마도 예수 사역에 대한 대중적인 재설명이었다. 이 단편은 전혀 이단적이거나 영지주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비밀 마가복음

셋째, 비밀 마가복음(the Secret Mark Gospel)이다. 1958년 뉴욕의 모르턴 스미스(Morton Smith) 교수가 예루살렘 남동쪽 12마일 지점에 있는 마르 사바(Mar Saba) 수도원의 도서관에서 1646년 암스테르담에서 인쇄된 책의 복사본을 발견하였다. 이 복사본은 주후 180년 경에 번창했던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의 작품이기를 의도하는 서신의 부분을 희랍어로 썼다. 최종-문서(end-papers)에 관한 사본이다. 최종 문서에 관해 텍스트를 쓴 자가 누구이든지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원고로부터 베겨썼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텍스트는 누가 부인한다 해도 클레멘트의 참된 서신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마가복음의 더 긴 편집서에 대한 참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문서는 복음서 기자들이 알렉산드리아에서 믿음에 진보한 신자들을 위하여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는 마가복음 10장 34절후에 무덤에서 부자 젊은이를 일으키고 어느 밤에 하나님 나라의 비밀에 관하여 가르치는 예수의 이야기를 재생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요한복음 11장에 나오는 나사로의 일으키심과 요한복음 3장 1-15절에서 밤에 예수를 방문하고 그에게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을 배우는 니고데모의 이야기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2005년 미국 배일러(Baylor)대학의 교수 스테판 칼슨(Stephen Carlson)은 이 비밀 마가복음은 스미스에 의한 위조Gospel hoax)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진위에 대한 논난이 예상된다.

나그 함마디 문서

넷째, 나그 함마디 문서(the Nag Hammdi)이다. 이 문서는 1945년 이집트 나일강 상류 나그 함마디 지역의 자발 알 타리프 절벽에서 발견되어 '나그 함마디 문서'라고 부른다. 13개의 파피루스 묶음(코덱스·codex)으로 구성된 이 문서에는 ‘도마복음’을 비롯해 진리복음, 빌립복음, 마리아복음, 요한비서, 베드로 행전 등 기독교에서 이단시해온 영지주의 위경(僞經)이 포함돼 있어 세상에 공개되는 데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문서는 4세기의 이집트 상류에 있는 기독교 도서관에 속하는 13개의 파피루스본에 묶여 있는 52개의 곱틱(Coptic)문서들이다. 이것들의 대부분은 초기 희랍문서의 번역이며 원래의 언어는 예외 없이 상실되어 있다. 그러나 1977년에는 콥트어(헬라어 알파벳으로 표현된 고대 이집트어)로 기록된 나그 함마디 문서 전체가 영역 출판돼 이제는 누구든지 볼 수 있다. 이 문서는 앞서 세가지 문서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문서로 분류되는데, 그 이유는 영지주의적 시각에서 기독교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지주의 문서라고 부른다.

이들 문서 가운데 하나인 도마복음(Gospel of Thomas)은 예수 어록을 가지고 있으며, 114개의 어록을 지니고 있다. 이것들 중의 절반은 정경적 복음서와 평행구를 가지고 있다. 다른 것들은 충분히 일치성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단 문서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것이 아니다. 많은 부분이 유사하면서 결정적으로 끝에 가서 왜곡하는 것이다. 이것은 몰몬경이 많은 부분 이사야의 예언서와 평행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부분에 있어서 결정적인 왜곡을 말하면서 야훼신과는 다른 모르몬 신을 가르치고 있는 것과 같다.

2003년 미국의 소설가 댄 브라운이 출판하여 종교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소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에서는 사해사본이 예수의 선교를 매우 인간적인 용어로 서술한다는 것으로 돼있으나 이 사본에서 예수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부분은 없다. 『다빈치 코드』에서는 또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고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고 말하나, 사해사본은 물론이고 고대 문헌 어디에도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거나 성적인 관계를 가지거나 아이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 나오는 예수의 결혼설 등은 대부분 전설이나 상상에 근거한 것이다.

『예수는 신화다』를 저술한 프리크와 갠디는 복음서를 이 영지주의 문서의 내용에 따라 재구성했다. 여기서 예수는 영지의 지혜자로서 복음서에 나타난, 십자가를 지시고 죄인을 위하여 죽으시는 인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이다. 그러므로 3세기의 교부들, 저스틴, 오리게네스, 이레네우스 등은 그 시대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영지주의 이단들을 정통 기독교의 흐름에서 이단으로 정죄했던 것이다. 나그 함마디의 주된 문서중의 하나인 『요한외경』(Apocryphon of John)의 헬라어로 된 원본은 초대교부 이레네우스가 『“이단을 반박함』(Against Heresies)이란 책의 한 부분을 쓸 때에 자료로 삼았다.

도마복음은 영지주의적 문서

나그 함마디 문서에서 나온 일부 문서인 도마복음(Gospel of Thomas)은 영지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발견 당시 상형 문자와 그리스 문자를 겸용한 콥트어로 쓰여 있었다. 도마복음은 네 복음서와는 달리 예수의 삶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고 있으며 예수의 가르침만을 다루고 있는데, 소위 겨자씨의 비유 등의 일부 내용이 복음서에도 나온다.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영지주의적으로 역사적 예수를 왜곡하고 있다. 영지주의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도마복음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이것은 살아있는 예수께서 했던 비밀의 말씀이며, 그것을 디두모 유다 도마가 기록한 것이다. 그가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이 말들의 뜻을 밝히는 자는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전형적인 영지주의적 구절이다. 대표적인 것은 다음 세 구절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니라. 만약 너희 인도자들이 너희에게 말하길, ‘보라 아버지의 나라가 하늘에 있노라’고 한다면 공중의 새들이 너희를 앞설 것이요, 만일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길, ‘아버지의 나라가 바다에 있노라’고 한다면 물고기들이 너희를 앞설 것이라. 차라리 그 나라는 너희 안에 있으며 또 너희 바깥에 있느니라. 너희가 자신을 안즉 알려진 바 될 것이요 너희가 살아계신 아버지의 자녀임을 깨달으리라. 그러나 만약 너희가 자신을 모른다면 빈곤 가운데 사는 것이며 또 너희는 빈곤이니라.” 이 구절 역시 내부로부터의 자각을 주장하는 영지주의적인 내용이다. 이는 누가복음 17:20-25와 비슷하지만 영지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누가복음에는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가 너희 안에 있으며. 인자의 십자가의 고난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런데 도마복음에는 이것이 없고 ‘저희가 자신을 안즉 하나님의 자녀임을 깨닫는다’는 영지주의적 자각을 강조하고 있다. 십자가가 없는 지식의 자각은 불교이지 복음은 아니다.

도마복음이 정경으로 채택되지 않고 사라진 이유는 도마복음이 영지주의 시각으로 정경적인 네 복음서들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다나시우스(Athanasius) 등 정통신앙의 교부들은 도마복음을 위조된 복음서라고 낙인찍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단 문서로 정죄되었고 가짜 문서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초대 기독교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한국에서 도올 김용옥이 도마복음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종교적·철학적으로는 허용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독교적·신학적으로는 전혀 이단적인 평론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도마복음은 나사렛 예수에서 유래한 역사적 기독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허위문서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저서 『붓다의 제자가 된 예수』는 영지주의자의 산물

도마복음는 예수의 사상을 불교사상, 그 중에서도 법화경의 불성내재론(佛性內在論)과 흡사하다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인도의 명상가 라즈니쉬는 도마복음이야말로 신약성서에 있는 그 어떤 복음서보다도 예수의 말을 가장 실제에 가깝게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예수가 기독교 역사의 중심을 이룬 33살 이전에 인도의 밀교 집단에서 제자로서 훈련을 받았을 것이며 이 때 인도 종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것이 최근에 나온 반기독교적 저서 『붓다의 제자 된 예수』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네 복음서 어디서도 예수가 인도에 갔다는 기록이 없다. 거기다 이러한 불교적 해석은 네 복음서의 예수 기록과는 전혀 배치된다. 예수는 인간이 신성을 지니고 있고 신성을 깨우치라고 가르친 적이 없고, 오로지 하나님 나라의 복음(막1;14)을 증거하였다. 이 하나님 나라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자만이 들어간다(막1:15)고 가르쳤다.

나그 함마디에서 함께 발견된 문서들은 영지주의 계열의 문서들이다. 따라서 모든 고고학적으로 발견된 문서들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이 도리어 도마복음처럼 네 복음서와 비슷한 내용을 가지면서도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을 “영지적 자각으로 인한 영생”으로 왜곡한다면 그러한 문서들은 도움은 커녕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이것들은 이미 초대교회 때 정죄를 받고 사라진 문서들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문서들이 발굴될 수 있다. 발굴된 문서의 내용이 교회의 전통에 일치하느냐 않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영지주의 문서는 초대교회가 이미 이단으로 정죄한 문서이기 때문에 역사적 예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사해사본 문서, 미지 복음서 단편, 비밀 마가복음 등은 우리들에게 외경적 가치를 가지고 복음서에 대한 배경적 설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새로운 고고학적 문서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나사렛 예수의 이야기가 바로 1세기에 사실적으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