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마리아 생명공학연구소의 박세필 박사팀은 사람의 체세포에서 핵을 추출한 뒤 핵을 제거한 소의 난자에 이를 이식하는 이종간 핵치환술을 통해 사람의 유전형질을 99%이상 가진 배반포기배아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밝힌바 있다.


인간배아복제를 반대하며 인간생명을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실험은 단순한 인간배아복제를 넘어서 이종간의 배아복제실험이기에 실로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핵을 제거했다 하더라도 소의 난자는 송아지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난모세포이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여기에 인간의 핵을 주입하는 경우 기존의 세포질에 존재하는 여러 단백질과 세포 구성요소들이 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직 하나도 밝혀진 바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종간 배아복제실험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동물의 세포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종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으며, 특이한 항원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무서운 에이즈 바이러스 역시 침팬지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넘어 온 것이며, 광우병 역시 마찬가지이다. 창조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시술은 예기치 못한 심각한 재앙을 인류에게 가져올 수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최근 인간배아복제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골수 등 성인의 조직을 이용하거나 태줄이나 태반을 사용하여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연구가 성공을 거두어 임상에 이용되기 시작한 마당에 굳이 줄기세포를 얻기 위하여 이종간의 배아복제실험을 강행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이종간의 핵치환술이나 배아복제 만큼은 모두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이런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생명은 목적적 존재로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되며, 생명은 단회적이며 한 번 잘못 판단하면 되돌이킬 수 없기에 함부로 취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생명윤리는 아무리 신중히 다루어도 지나침이 없으며, 과학자의 호기심이나 기업의 이윤추구보다 생명의 존엄성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이러한 생명윤리의 문제를 방치해 두지 말고 각계의 의견을 듣되 생명존중의 정신을 살려 인간배아복제를 포함한 어떠한 인간복제도 시도되지 못하도록 엄격한 법률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생명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시행가능 한 성인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생명윤리의 제반 문제를 감독하며 조율해 나갈 생명윤리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설치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박상은 박사(안양병원 부원장, 누가회 생명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