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속 송강호(박두칠)와 김산(변요한) 캐릭터의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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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디즈니+ <삼식이 삼촌> (제1화)

박욱주 박사님의 이번 주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는 지난 15일 OTT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16부작 드라마 <삼식이 삼촌>을 해부합니다. 제작사는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라고 소개합니다.

드라마 첫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신인(新人·神人) 배우 송강호 씨와 변요한 씨 외에도 이규형·진기주·서현우·오승훈·주진모·티파니 영·유재명 등의 배우가 출연합니다. 이 드라마는 영화 ‘로마서 8:37’을 연출했던 신연식 감독이 극본과 제작을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1950년대, 풍운의 시대에 활약했던 야심만만한 정치깡패의 일화를 다룬 드라마, &lt;삼식이 삼촌&gt;.
▲1950년대, 풍운의 시대에 활약했던 야심만만한 정치깡패의 일화를 다룬 드라마, <삼식이 삼촌>.

박두칠, 당대에 있을 만한 인물
김산 캐릭터, 2000년대 감성 인물
사회주의 혁명적 역사관 반영돼
부조리와 불평등의 프로파간다
보수 진영은 재벌 총수 중심 서사,
좌파 진영은 야권 지도자가 중심

◈인물과 역사적 정황: 시대 정황을 크게 벗어난 이질적 인물상 문제

<삼식이 삼촌>은 1950년대 후반, 부와 정치권력 중심부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야심찬 정치깡패의 일화를 다룬다.

이 드라마는 지난 5월 15일부터 디즈니+를 통해 현재까지 초반 다섯 편이 공개된 상황이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정치깡패 박두칠 역에 배우 송강호, 육사 출신 엘리트 내무부 공무원 김산 역으로 배우 변요한이 캐스팅됐다.

<삼식이 삼촌> 서사는 주제 및 시대배경 면에서 2003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야인시대>와 겹치는 감이 있다. 자유당, 민주당, 진보당의 정치 3파전과 각 세력에 붙은 정치깡패, 군인, 공무원들의 암투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박두칠은 원래 정치인들의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밑에 여러 건달 세력들을 거느린 이른바 암흑가의 흑막이다. 출신 성분이 미천한 탓에 기득권층(정치인과 기업가들)에게 천시당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의 중심부로 올라가겠다는 커다란 야심을 품은 인물이다.

그는 모략과 편법을 동원해 필요한 인재들을 포섭하고 성공한 사업가로서 이미지를 구축한다. 미군 군수물자 가운데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이나 폐품을 암시장에 유통시켜 막대한 부를 얻고, 이 자금을 활용해 정치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엘리트들을 포섭한다. 그리고 정권에 큰 불만을 품은 소장파 군부 인사들을 회유해 쿠데타까지 기획하는 대담한 간웅이다.

작중 박두칠이나 김산 모두 역사적으로 실존하지 않는 가상 인물이다. 단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정황은 실제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삼는다. 1950년대 중후반은 전쟁의 상흔이 걷히지 않은, 빈곤과 안보 불안, 정쟁과 좌우 이념 대립이 뒤죽박죽돼 사람들의 삶을 괴롭게 하던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였다.

정치와 경제 양면 모두 발전을 위한 기초 시스템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아 모든 일들이 몇몇 엘리트들에 의해 좌우되던 시절. 이것이 <삼식이 삼촌>이 그려내는 1950년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는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자주와 자치의 권리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 민중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삼식이 삼촌> 전반부는 크게 두 사람의 주인공을 내세운다. 한 사람은 야심에 찬 간웅 박두칠이고, 한 사람은 이상을 앞세우는 엘리트 관료 김산이다.

두 사람 가운데 작품 내부 갈등을 깊어지게 만드는 인물은 사실 박두칠이 아니라 김산이다. 박두칠은 정권 전복 모략의 흑막으로 등장하지만,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부와 권력을 노리는 암흑가의 인물로서 충분히 납득될 만한 행동양식을 보여 준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인물, 당시 시대배경에 녹아들지 못하는 인물은 김산이다. 김산은 이질적 인물이다. 당대 권력자들 앞에서 소신을 굽힐 줄 모르고, 정권 수뇌부는 생각해내지 못한 탁월한 조국 근대화 및 경제개발 계획을 구상해내며, 그러면서도 자신이 불의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선을 긋는, 몽상가와 혁명가의 모습이 뒤섞인 엘리트로 그려진다.

▲작중 몽상가와 혁명가의 모습이 뒤섞인 엘리트로 그려진 내무부 공무원 김산(변요한 분).
▲작중 몽상가와 혁명가의 모습이 뒤섞인 엘리트로 그려진 내무부 공무원 김산(변요한 분).

◈혁명과 역사적 정황: 혁명 전위의 영웅적 면모를 앞세우는 프로파간다

인권 개념도 희박하고 권위주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1950년대에 2000년대의 인권 및 민주주의 감성을 표현하는 김산 캐릭터는 ‘진보적’ 지식인 상을 동경하는 이들에게는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역사적 개연성 관점으로 보면 어색하기 그지없다. 당시에 그 정도 소신과 신념을 보이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재력과 권력, 출신성분이 뒷받침돼야 했다.

박두칠의 캐릭터는 바로 이 점에서 돋보인다. 그는 당시 사회 기득권층이 자신 같은 반건달 출신에게 권력을 나눠 줄 리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숙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뒤로 막대한 부와 무력, 그리고 인재를 모으는 것이다.

이런 힘의 뒷받침 없이 권력 수뇌부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김산의 모습은 1950년대 현실에서 실제 찾아보기 거의 불가능한 인물이다.

김산 캐릭터가 허구적인 데는 역사적 이유도 있다. 김산이 작중 그토록 성사시키려 하는 국가주도 경제개발 계획은 실은 말단 내무부 관료에 의해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 이승만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의해 수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삼식이 삼촌>은 김산이라는 진보적 혁명가, 진보적 영웅을 그려내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민족과 민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더독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야심을 가지고 김산에게 접근하는 박두칠(송강호 분). 작중 김산은 당대 정치권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진보적 혁명가로 묘사된다.
▲야심을 가지고 김산에게 접근하는 박두칠(송강호 분). 작중 김산은 당대 정치권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진보적 혁명가로 묘사된다.

이는 진보정치 진영의 사회주의 역사관을 반영한 캐릭터 설정이다. 마르크스로부터 레닌과 스탈린까지, 사회주의 혁명이념을 창안하고 실행한 이들은 혁명 전위(前衛, vanguard)라는 개념을 중시했다. 혁명 전위란 자본주의 전복을 위한 폭력 혁명을 앞장서 지휘하는 이들, 즉 사회주의 지식인들로 이루어진 공산당 핵심 구성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와 체계화된 사회주의 혁명이론은 이 혁명 전위가 과도기적이기는 해도 혁명 성공을 위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계층이라고 가르친다.

당시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하던 이들은 커다란 현실적 제약에 부딪혀 있었다. 그들은 사회주의 운동을 지지하거나 직접 혁명에 동참하던 이들 대다수가 지식도 재산도 사회적 영향력도 없는 노동자와 농민들이 대부분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사회주의 혁명은 혁명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인류 정치경제사 전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져야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엘리트 지식인 계층은 대부분 기득권층에 속해 있어(혹은 기득권층에 속하기 위해), 사회주의 운동에 잘 동조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회주의 혁명은 극소수 이념 엘리트가 대다수의 교육받지 못한 혁명 후위(rearguard)를 선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혁명이론에 따르면, 혁명 전위는 혁명 성공 이후 원래 사라져야 하는 계층이었다. 혁명 후위로 따라온 민중들이 투철한 사회주의 이념 교육을 받고 생산수단을 나눠받게 되면, 전위와 후위 구별 없이 모두 평등하고 생존을 넉넉히 보장받는 공산주의 낙원이 도래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이상이었다.

그러나 혁명 현실에서 이 전위 계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산국가 독재자와 과두 기득권으로 남게 됐다. 충분한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이 뒷받침된 다음, 이 경제성장의 결실을 혁명을 통해 모든 민중이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 원래 이상이었지만, 이 이상을 바라보고 혁명에 뛰어든 대다수 민중의 기대는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혁명 전위에 의해 철저히 배신당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이 잘 묘사하고 있듯, 혁명의 과실은 종국에 소수 사회주의 엘리트들에 의해 독점당했고, 민중은 새로운 형태의 압제 하에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lt;삼식이 삼촌&gt;의 김산은 배신당한 혁명을 정당한 것으로 포장해 줄, 사회주의 혁명 전위의 모범적 형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런 김산의 캐릭터는 2000년대의 진보정치 이상이 집약돼, 1950년대라는 작중 시대상과 크게 괴리돼 있다. 반면 주인공 박두칠은 영웅도 아니고 절대악도 아닌 입체적 성격의 서민 출신 캐릭터로서, 엘리트주의 역사관을 벗어난 현실적 인물상을 보여준다.
▲<삼식이 삼촌>의 김산은 배신당한 혁명을 정당한 것으로 포장해 줄, 사회주의 혁명 전위의 모범적 형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런 김산의 캐릭터는 2000년대의 진보정치 이상이 집약돼, 1950년대라는 작중 시대상과 크게 괴리돼 있다. 반면 주인공 박두칠은 영웅도 아니고 절대악도 아닌 입체적 성격의 서민 출신 캐릭터로서, 엘리트주의 역사관을 벗어난 현실적 인물상을 보여준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런 배신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두 가지 술책을 썼다. 하나는 혁명 영웅들을 앞세우는 것이다. 혁명 전위에 든 이들이 누리는 기득권은 혁명에 모든 것을 바친 영웅들에 대한 당연한 포상임을 강조하면서 다수의 사회주의 민중 역시 그만한 헌신을 하면 포상을 받으리라는 기대감을 준다.

둘째는 아직 외부에 남아있는 자본주의 열강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혁명은 완수되지 않았고 따라서 혁명 전위의 권력독점은 이론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삼식이 삼촌>의 김산은 바로 이런 혁명 전위의 일원이 가져야 할 영웅의 특성들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기득권 압제에 굴하지 않고, 항상 민족과 평등을 외치며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는 혁명가 이미지가 김산 캐릭터에 덧씌워져 있다.

이로써 <삼식이 삼촌>은 기득권층뿐 아니라 무수한 노동자, 농민, 일반 서민들이 함께 노력해 이룩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공을 일부 ‘진보적’ 영웅, 엘리트들에게 돌리는 부조리와 불평등의 프로파간다를 전개한다.

보수정치 진영이 산업화 시대 정치지도자들과 소수의 재벌 총수들을 대한민국 경제 발전 영웅으로 옹립하는 동안, 진보정치 진영은 일부 노동운동가와 진보진영 야권 지도자들을 대한민국 민주화와 선진화의 영웅으로 옹립한다.

양측 모두 전근대적인 엘리트주의 역사관으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논한다. <삼식이 삼촌>의 역사관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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