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0장 학교생활 적응상담

청소년에게 학교생활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에게는 학교생활은 거의 모든 생활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에게 학교생활은 중요한 삶의 바탕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만 학교생활을 즐거워하면서 잘 적응하는가, 아니면 힘들어하면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남녀 학생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1. 남자 고등학생의 사례

내담자는 남자 고등학생 1학년으로, 학교생활 적응 문제를 상담하고자 했다. 그는 남에게 뒤질세라 하루 5시간 정도 잠을 자며 노력하고 있는데, 3년간을 견디어 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중학교와 전혀 다른 고등학교의 분위기에, 그는 아마 전쟁터에 들어선 전사의 기분을 가진 모양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뒤떨어지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기 때문에 피곤하고 불안하다. 더욱이 좋은 대학에 기필코 합격해야 된다는 마음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 사례 분석과 상담 계획

상담에서는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한 합리적 해결책이 시도되어야 한다. 그가 처한 상황과 형편에 맞게 대안이 제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안은 해결 방법이 되는데, 여기에는 심리적인 부담감과 불안감, 자신에 맞는 장기적인 계획, 꾸준한 노력 등이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상황 파악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중학교와는 달리 고등학교 생활은 모두 다 잘하려는 마음자세부터 다르지만, 초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심리가 작용한다.

그럼에도 점차 세월이 가면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물론 고등학교의 공부 방법은 중학교와 많이 다를 수 있지만, 공부 자세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 본래 공부하던 습관대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 몇몇 학생은 고등학교에서 더 분발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은 좋은 결실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인 공부방법이 아니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내담자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일단 멀리 갈 생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2) 상담의 과정과 절차

내담자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장기적인 공부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효과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중요 과목에 대한 시간적 배분과 효과적인 공부의 방법에 따라야 한다. 고교 3년은 마라톤처럼 생각하고, 도착점을 향하여 가는 선수처럼 착실하게 체계적으로 실행하면 그 성과가 있다. 그에 따라 차츰 자신감도 생겨 심리적인 안정감도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너무나 지나친 목표를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만 급해지고 성과가 없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내담자의 목표는 단계적으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고, 더 점진적이거나 증가하는 상태로 발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중요과목에 기초가 부족하면 기초 쌓기에 중점을, 다음 단계로 한 단계 진전을, 그와 관련되는 것과 연계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보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절약을 하여 효과를 올리는 경제원칙을 체계적으로 적용해 보는 방법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3) 실제적 치료

내담자는 규칙적이고 꾸준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 공부 달성을 향한 장기적인 계획은 규칙적이고 꾸준하게 해 나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밤새도록 공부를 하고 어떤 때는 피곤하다고 못하고 하는 등의 불규칙적 습관은 결국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가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일단 결정 및 확인하였다면,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그 결과를 체크해야 한다. 체크 결과에 따라 전략적 방법을 수정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거듭하는 것이 좋다.

그리하여 자신의 방법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면 여유를 가지고 즐거움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붙여야 한다. 좋은 성적을 올린 학생일수록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또 취미를 즐기며 공부했다는 예상 밖의 말을 듣게 된다. 이것은 덮어놓고 공부하여 실력을 향상시켰다는 것과 대조되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학생은 쉬어가면서 적절한 규칙성을 따라 계획 있게 하여 좋은 결과를 보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내담자의 경우도 멀리 보면서 달리는 장거리 선수처럼 여유를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게 되리라 믿는다.

학교생활의 적응에 관한 상담에서는 공부하는 것과 교우관계의 문제로 요약된다. 학생의 실력이 향상되어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교우관계가 좋아야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다. 공부를 잘 하는데 교우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고, 공부를 잘 하지 않는데 교우관계가 좋은 학생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상담자는 어느 한쪽이든지 잘하는 쪽을 만들게 해야 하지만, 두 부분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2. 학교 가기 싫다는 여고생의 사례

여고 1학년인 내담자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불평한다. 동료들이 자신을 따돌림시킨다고 불평하여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하겠다고 부모님을 조른다. 그녀는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내담자의 증상은 대인공포증, 회피적 성격장애로서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았으며 상당한 효과가 있었지만, 미국에 교환 학생으로 갔기 때문에 치료가 중단된 경우이다.
 
1) 치료의 기초과정

내담자는 학교에 가기를 싫어했는데,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공부는 아예 하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잔다고 했다. 공부 시간에 잠만 자니까 선생님들이 좋아하지 않게 됐다. 공부에 흥미와 관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심해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분석해 가면서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공부시간에 잠만 자는 근본 원인을 몇 가지 찾게 되었다. 이는 대인공포증으로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를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었다. 본인은 그 원인을 친구들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자신의 문제를 친구들에게 투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내담자는 친구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 표정으로 동료들에게 “내 옆에 가까이 오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것은 비(非)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을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동료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J양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친구들을 비난한다. 어쩌다 한 친구가 J양에게 다가와 말을 걸거나 동정을 보내면, 내담자는 발끈해 “너나 잘해라, XX 같은 년아!”라고 욕을 한다. 그 친구는 무안해 다시는 내담자에게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우 내담자는 스스로가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으면서 그 원인을 친구들에게 돌리고 있음을 하나씩 분석해 나갔다. 치료 초반에 내담자가 공부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공부를 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영어과 선생님이 어쩐 일이냐고 이야기한 것을 두고, 내담자는 불쾌해 그 다음부터는 영어 선생님을 욕하고 다녔다. 선생님이 관심을 보여준 것을 수치심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담자는 모든 것들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와 같은 내담자의 문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별로 문제가 없었지만, 6학년 때 일어난 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담자가 학교 공부에 힘들어하자, 어머니가 눈치를 채고 J양에게 “이번 학력고사에서 반에서 1등을 하면 너를 이태리에 유학을 보내 주겠다”는 말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내담자가 학급 동료들에게 ‘이번 학력고사에서 일등이다’는 말을 뺀 채, “나는 이태리에 유학을 간다”는 소문을 퍼트린 것이었다. 학급 친구들은 내담자를 부러운 듯 쳐다보고, 내담자에게 주의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담자가 유학을 가지 않게 되자 친구들은 내담자를 거짓말쟁이로 보게 되었고, 내담자는 스스로 미안해하면서 친구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게 된 것이었다. 사건의 밑바닥에는 내담자와 친구들과의 어려움이 깔려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이제 내담자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관심을 끌기 위한 무의식적인 전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내담자는 현재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H양이라고 했다. H양은 같은 학교가 아닌, 여상에 다니는 야간부 학생이었다. H양과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이었다. H양과 같이 있기 위해 어머니에게 H양이 다니는 상업학교로 전학을 시켜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담자가 다니는 학교가 인문계 학교이고 전통이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그냥 다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담자가 학교에 다니기 싫으니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하면 어떠냐고 조르고 있었다.

내담자의 어머니는 J양에게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학교에 가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이때 내담자는 엄마가 말한 대로 학교에 다니기 싫어하는데 그냥 학교에 가기만 하면 되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특히 내담자가 학교에서 싫어하는 것은 특수 교실에 가서 공부를 하는 과목과 체육, 그리고 야외 학습, 즉 소풍을 가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다른 학생들은 삼삼오오(三三五五) 짝을 지어 가는데 자신은 친구가 없으니 외톨이처럼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담자가 학교 공부시간에 잠만 자는 또 하나의 이유는 눈-맞추기를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치료실에서 내담자는 “선생님의 얼굴을 정확하게 볼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안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안경이 있는데도 쓰지 않고 다닌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내담자가 의도적으로 안경을 쓰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치료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곧바로 안경을 쓰게 했다. 상대의 얼굴을 바로 보고 이야기를 해야 상대방의 표정어(表情語)를 읽을 수 있고, 그래야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게 했다. 그 다음부터 치료실에서나 학교에서 J양은 콘텍트-렌즈를 하고 다니게 되었다.

2) 진단적 이해

내담자의 대인공포증은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낸 전략이다. 그런데도 본인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대인관계가 어려우니 그것을 피하기 위해 행동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최근 대인공포증이 급증하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거나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괴롭힌다거나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이야기 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녀의 말만 믿고 친구들을 처벌하려고 하거나 담임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서 따돌림을 시키는 학생을 처벌하게 만들거나 심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하려 한다. 그 이유는 대인공포증을 가진 자녀들은 집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친한 몇몇 친구들과는 별로 문제가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기에, 부모님은 자녀의 말만 믿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학교생활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을 새로 사귀지 못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과거에 별로 문제가 없을 때의 친구들과는 잘 지내지만, 새로운 환경 즉 학년이 바뀌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했을 때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또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공부는 싫어하지 않는데 동료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때문에 학교 가기 싫다는 것이 특징이다. 부모님들이 자녀의 말만 믿고 괴롭히는 동료들을 처벌하거나 담임선생님에게 따돌림 시키는 학생들을 처벌하거나 전학을 가면 문제는 더 커진다. 처벌 받은 학생들은 따돌림으로 피해를 받은 학생에게 접근하고 동료 관계를 하려고 시도한 것이 피해자에게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있다.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피해자는 동료들이 반응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접근하지 않게 되면 더욱 더 괴롭게 된다. 피해자는 동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자신이 반응을 보여도 위험한 인물로 낙인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그들은 자신에게 반응을 하지 않게 됨으로 무시당하고 더러운 벌레 보듯이 자신을 대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대인공포증과 왕-따돌림의 차이점은, 후자에게 가해자가 있다는 점이다. 학급에서 가해자 역할을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문제를 가진 가정의 자녀들로써 피해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동료들이 많다. 그런 동료들은 과거에 대인공포증을 가진 학생을 보호자처럼 돌보아 주는 학생이었거나 아니면 과거에 피해자와 친분이 있었던 동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어떻게 대인관계를 하는가를 모르기 때문에 계속 당하고만 있다.

이때 가해자는 피해자를 자신이 돌본다는 명목 아래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피해자를 이용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피해자가 가족 관계에서 복종적이고 의존적으로 자라왔기에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그들은 가해자가 자신의 권위적인 아버지나 형님처럼 닮아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가해자 역시 집에서 폭력의 피해자로 자란 학생으로 무의식적으로 피해자가 가해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심리적 흐름을 모르고는 아무리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두 사람 관계는 암암리에 서로 물고 물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녀들이 학동기에서 사춘기로 진입할 때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한다. 새로운 발달 단계에서 만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가족구성원 사이에서 친구관계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가족 사회에서는 형제들이 많아서 서로 부대끼며 대인관계를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것과는 달리 지금은 핵가족으로 자녀들이 한두 명으로 줄어들었고 아파트 문화로 바뀌면서 놀이문화가 실종되었다. 이런 가운데 부모는 자녀들을 자신들이 바라는 기대처럼 키우려고 하여 어릴 때부터 학원으로 보내는 편이다. 그 때문에 공부만 강조하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직장을 나가면서 자녀의 양육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게 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 어린 시절 애착 형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것으로 인해 아동은 친밀관계를 형성하는데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정에서 문제를 가진 사람은 가족 구성원들의 잘못된 상호관계의 결과일 수 있다. 그 결과로 인해 가족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혼자 짊어지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가족관계와 문제의 발생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은 가족치료에 들어가 보라고 하고 싶어진다. 대인공포증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긴장하게 되어 껄끄럽게 되기 때문이다.

3) 치료의 과정

사례에서 내담자의 양육과정이 밝혀졌다. 내담자보다 3살 많은 오빠는 어머니가 교사로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어머니 손에서 양육된 것이 아니고, 가정부 손에서 양육되었다. 게다가 가정부가 자주 바뀌어 오빠와 내담자가 애착형성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오빠도 문제가 많았다. 학급 동료들에게 폭력적이었고 공부와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내담자는 말썽을 부리는 상태에 있었지만, 퇴학을 당하거나 불량학생으로 전략한 것은 아니어서 어머니는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어떤 조치, 즉 전문가를 찾아서 치료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방치했다. 어머니는 자녀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어머니는 딸과 아들이 그때그때 위기에서 벗어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자녀들의 문제가 대인관계의 어려움에서 발생한 것임을 모르고 있었다.

내담자는 어려서부터 오빠에게 심한 폭력을 당해왔음이 밝혀졌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담자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은 반면, 오빠는 내담자가 버릇이 없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J양의 행동을 뜯어고치려 폭력을 행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로 직장에 나가고 없을 때 오빠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동생에게 풀었는데, 내담자가 그 대상이었음이 밝혀졌다. 내담자는 오빠의 폭력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냥 얻어맞아 왔고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해도 부모님이 너의 행동이 그러하니 얻어맞아야 한다고 대응한 것이다.

이러한 가족 관계가 밝혀지면서 치료자는 오빠로부터 폭력을 차단시켰다. 어머니를 호출해 내담자의 행동은 대인공포증이라는 일종의 정신장애에서 발생한 것이며,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임을 오빠가 알게 하고 “얻어맞고 자란 폭력의 피해자는 결혼이나 사회생활에서도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을 부모님이 알도록 했다.

그 후 오빠의 폭력은 차단되었다. 내담자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친구들에게 투사시키고 있음을 알게 했다. 안경을 착용하고 상대의 표정어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지름길임을 알게 했다. 동료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 올 때 욕설이나 모욕으로 반응하지 말고 수용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고맙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실제로 내담자는 다른 학생들이 자신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고 자신이 접근을  때 상대가 반응하지 않으면 더 괴로웠다고 실토했다.

이런 경우에 입장을 바꿔어 보며 생각하는 이른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생각해 보도록 했다. 상대가 자신에게 반응을 시도했을 때 자신이 반응하지 않으면 상대 역시 무안하고 미안해 다시는 다음에 반응하지 않음을 알게 했다. 내담자는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거나 수업 시간에 기분이 나쁘면 아예 담임선생님에게 조퇴 허락도 받지 않고 그대로 교실을 나와 버렸다. 그리하여 내담자는 집으로 오거나 야간에 다니는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가서 놀고 있는 빈도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내담자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음이 새로 드러났다. 아버지는 직접적 체벌 대신에 말로 공격함으로써 일종의 언어폭력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내담자가 자기의 방 청소를 게을리하거나 공부를 하지 않고 만화만 볼 때, 아버지가 이것을 보고 방을 대신 청소해 주거나 이곳저곳에 널려진 만화책을 정리해 주신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XXX 같은 년!” 등으로 욕설하면, J양이 분노해서 거꾸로 행동한다는 점이었다.

내담자는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면 가족들이 원하는 행동과는 반대 행동으로 가족들을 처벌하고 있었다. 오빠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또 부모님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때는 즉각 거슬리는 행동을 함으로써 부모님을 처벌하고 있다는 것을 알도록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자기주장의 훈련을 가미했다. 자신의 생각을 행동이 아닌 말로 표현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점차 안정을 얻으면서 조금씩 행동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내담자의 행동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