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칼바르트학회 정기학술발표회에서 박혁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교회와 정치’, 그리고 ‘기독교와 이스라엘’에 대한 칼 바르트의 견해는 어땠을까?

한국칼바르트학회(회장 이신건 교수)가 2일 오전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개최한 ‘2015년 제1차 정기학술발표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날 박혁순 박사가 ‘정치신학의 형성과 바르트 신학의 위상’, 김민호 박사가 ‘칼 바르트의 이스라엘 이해에 대한 비판적 소고’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먼저 박혁순 박사는 “비정치적 신학이란 지상에도 천상에도 없다. 비정치적 교회 또한 역사에도 하나님의 왕국에도 없다”는 위르겐 몰트만의 견해를 언급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 년 그리스도교의 전통에는 ‘신학이란 세속정치와는 무관하여 그 어떤 초월적 진리체계에 근거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학문이어야 한다’는 식의 관념이 있어왔다”고 박 박사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칼 바르트의 견해를 소개했다. 칼 바르트는 “복음은 본래부터 정치적”이며 “사적인 기독교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는 것. 이 밖에도 바르트는 “내가 언제나 정치에 관심이 있어왔다는 점을 말하길 잊지 말고, 그것이 신학자의 삶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 “(내가 추구해온 신학 주제는) 윤리, 공동적 인간성, 섬기는 교회, 제자직, 사회주의, 평화운동, 그리고 이 모든 것과 함께 뚜렷한 것은 정치”라는 말을 남겼다.

박 박사는 “바르트의 신학 이론을 따르자면, 비판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교회들이 어떻게 정치화될 수 있느냐’ 하는 사안이 우리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이미 어떠한 형태로든 ‘정치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안은 ‘교회들이 타율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습득한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역기능들을 어떻게 자각할 수 있느냐’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실존을 어떻게 해야 그리스도화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바르트의 정치신학에 대해 “헤겔식의 관념적·이성적 ‘절대정신’이나 마르크스식의 ‘물적 토대의 경제적 생산 과정’이 아니라, 역사의 주재자인 하나님과 계시인 하나님의 그리스도에 근거했기 때문에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비롯한 모든 이데올로기를 거리 두어 비판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르트의 신학이 현대 정치신학에 갖는 위상으로 ▲신학적 술어로서 ‘정치’를 가장 본격적으로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계속 진행되는 정치신학상의 전개와 발전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의학과 실천 사이 또는 신학과 윤리학 사이의 유기적인 통합을 이룬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고 있다 ▲현대 세계의 정치적 변혁 뿐만 아니라 세계의 보편적 역사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등을 꼽았다.

특히 바르트가 1933년 강연 ‘신학적 공리로서의 제1계명’, 같은 해 7월 트루나이젠과 함께 발간한 소책자 ‘오늘의 신학적 실존’, 같은 해 10월 강연 ‘결단으로서의 개혁’, 1934년 발표한 ‘바르멘 신학 선언’ 등을 통해 나치에 항거하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독일교회를 각성시켜 반나치 투쟁을 견고히 하는 데 일조했고, 침략전쟁과 반인륜적 학살의 광풍에 덮였던 독일의 역사에 있어서 신학적 반성의 근거가 됐다”고 했다.

두 번째 발표한 김민호 박사는 바르트가 신학 작업의 전 과정 속에서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계약이 영원히 존립하며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개회예배에서는 칼 바르트 연구자이기도 한 장신대 김명용 총장이 설교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