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최귀수 선교교육국장(왼쪽)과 김훈 홍보기획실장(오른쪽)이 가처분 제기를 위해 20일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이하 한교연)이 지하철 9호선 신규 2단계 구간 ‘봉은사역’과 관련, 역명 확정 고시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역명사용중지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오전 한교연 최귀수 선교교육국장과 김훈 홍보기획실장은 서울중앙지법을 찾아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신청인은 양병희 대표회장과 최 국장, 김 실장 등 3인이다.

신청취지에서 한교연 측은 “서울시 역명 제·개정절차 및 기준(서울시 지하철역명 지정 조례)에 따르면, 지하철역명은 향후 분쟁 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을 배제하라고 명시돼 있다”며 “현재 ‘봉은사역’명과 관련해 기독교계와 시민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언론에서도 기독교와 불교 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모 포털사이트에서는 110만여명이 참여한 설문으로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특히 ‘봉은사역’명에 대해 위 역명 배제기준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옛 지명 또는 법정 동명, 가로명’ 등을 원칙으로 하는 역명 제정기준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까지 봉은사 미래위원장과 신도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해당사자이고, 시장 당선 후 봉은사 주지를 만난 자리에서 ‘봉은사역’에 대한 부탁을 받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역명 확정 고시를 앞두고 봉은사를 방문하는 등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친일사찰로서 시민정서에 위배되고, 특정 종교 사찰명을 역명으로 사용함으로써 지하철역이 특정 종교의 홍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종교편향 논란을 부추길 수 있고 역명 제정 주민선호도 조사도 봉은사 신도들이 대거 참여해 왜곡된 결과라고 했다.

최귀수 국장은 서류 제출 후 “한교연은 일찍이 성명서에서 밝힌 것처럼 서울시가 공정하게 역명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어 가처분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국장이 가처분 소송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후 설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교연은 앞서 성명서를 통해 “이 역이 들어서는 곳은 왕복 12차선 도로가 나 있는 서울 코엑스 사거리인데, 이곳 역명을 누구다 다 아는 코엑스가 아닌 특정종교 사찰의 이름으로 정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납득할 것인가”라며 “‘봉은사역’은 서울시의 역명 제정원칙에도 명백히 어긋나며, ‘코엑스역’으로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었다. 한교연은 이를 주제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지난달 27일 첫 공동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최 국장은 “한교연은 양병희 대표회장을 비롯한 총대들과 다음 주 월요일(23일) 오후 2시 ‘봉은사역’이 위치한 코엑스 사거리를 방문·시찰하고, 화요일(24일) 오전 10시 전문가들과 ‘봉은사역명 왜 잘못됐나’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어 ‘봉은사역’ 명명의 잘못된 점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은사역’이 포함된 9호선 2단계 구간은 오는 3월 28일 개통 예정이다.

한편 봉은사역 명칭에 대해서는 서울 강남구교구협의회도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려 했었다. 이에 대해 동 협의회장 김인환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처분을 먼저 신청하기보다, (역명 최종 권한자인) 서울시장과 대화와 설득을 먼저 하고자 했다”며 “법정으로 가기 전에 잘못을 인정하면 잘 해결되리라 생각했고, 결렬될 경우 가처분을 제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서울시장과 조만간 면담 약속이 잡혀 저희 임원 5명과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측 5명이 만나기로 했다”며 “거기서 어느 정도 대화와 설득이 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그쪽에서 여러 가지 변명과 함께 합법적인 절차였다고 할 경우 한교연이 제기한 법정 다툼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