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도… 모든 것은 나에게 스승이 되었다

|  

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12) 스승의 날에

▲ⓒpixabay

▲ⓒpixabay

어느 날
삶의 모든 경우에,
살아가는 모든 날에
나는 항상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묻기로 결심한 날부터
모든 것은
나에게 스승이 되었다

선교를 결정하고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던 나에게 어머니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자식이 있지.
가까이 있는 착한 자식과 멀리 있지만 자랑스러운 자식이 있지.
너는 자랑스런 자식이야.’
그때부터 나는 얼떨결에 자랑스런 자식이 되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가르친
스승이었다.

월급 대신 성미를 주던 가난한 시절
시골 교회 사모님이 말했다. ‘난 가난이 싫어. 그렇지만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살아야지 뭐.’
가난한 사모님은 나에게 가난이 우리에게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제자됨의 한 표지임을 가르쳤다.
그때 가졌던 가난한 목회자의 꿈은 내가 어디를 가든지 따라 다녔다.

아직은 어린 중학생 시절
우연히 나간 새벽기도에서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정장을 하고 제단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은명기 목사님을 보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날은 그가 삼선개헌 반대운동으로 한국교회 사상 처음으로 투옥되던 날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행동과 존재, 행동하는 양심과 기도하는 묵상, 그리고
선구자의 외침과 수도자의 기도가
우리의 신앙안에 항상 같이 있어야 함을 배웠다.

신학교 3학년때 만난 이중표 목사님,
나는 그에게서 교회의 존재과 성장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민족과 영혼에 대한 연민,
그리스도에 대한 지고 지순한 사랑, 그리고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세계에 대한 동경과 눈물을 배웠다.

그가 아직은 더 살아야 할 나이에 ’할렐루야‘ 하며 홀연히 세상을 떠났을 때
아직도 미련이 남은 내 목회를 떠나는 것과
아프리카에서 작은 섬김으로 남은 생을 드리는 것이
그리스도가 나를 위해 죽으신 희생에 비해 지극히 작은 것임을
그의 삶과 죽음을 통해 배웠다.

신자들은 삶으로 나를 가르친 스승이었다.
늘 말만 하고 그렇게 살지 못한 나에게
신자들의 말없는 실천과 치열한 삶은 매번 나를 부끄럽게 했다.

신자들은 다만 설교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없는 침묵과 삶으로 설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뒤부터
나는 차라리 내 설교를 내려놓고, 그들의 삶에서 우러러 나오는 진정한 설교를 듣고 싶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감사는
교회마다 하나님이 내 목회의 스승들을 많이 예비해 놓으신 것이다.

자연은 침묵의 소리로 말하는 스승
나는 가끔 내가 너무 힘들다고 느낄 때 하늘의 별을 보고
가끔 내가 너무 외롭다고 느낄 때 들에 핀 작은 꽃을 본다.

자연은 소리없는 아우성, 장엄한 서서시, 위대한 웅변
나는 매일 걷기를 통해
매번 만나는 나무와 사람과 들풀을 통해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을 통해
작은 소리로 크게 말하는 스승의 소리를 듣는다.

자녀는 나에게 고마운 스승
나는 그들이 어릴 때 부모였고
그들이 자랄 때 코치였고 그들이 장성한 후에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나의 스승이었다.
그들의 고통을 통해 나는 내 젊은 날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들의 슬픔을 통해 내 부모도 나를 위해 얼마나 술퍼하셨는지
그들의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보면서
하나님도 나를 보며 얼마나 안타까워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을 통해 나는 하나님도 그의 자녀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고
내 자녀를 사랑하는 것과 세상의 다른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한 가지 기도가 있다면
내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 그 순간까지
어떤 경우에도, 삶의 모든 순간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보다 슬픈 일이냐 기쁜 일이냐 보다,
내가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를 먼저 묻는 것과
그때마다 배운 것을 작게 나마 실천하는 것
그리고 일생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 나에게서 끊이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이 기도가
나와 같이 기도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이루어지기를.

2024년 5월, 스승의 날에

▲이윤재 선교사 부부.

▲이윤재 선교사 부부.

이윤재 선교사

우간다 쿠미대학 신학부 학장
Grace Mission International 디렉터
분당 한신교회 전 담임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북한인권정보센터

강제북송 98.9%가 중국서… 10~30대 여성 피해 다수

불법 구금, 강제 북송, 생명권 침해 가장 심각 통신 및 정보 이용 제한, 20년간 44배나 증가 대량학살, 고문, 종교 박해, 강제 낙태 등도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10일 『2024 북한인권백서』(이하 백서)를 발간했다. 이는 2020년 이래 4년 만이…

한국기독교영화제 KCFF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 10월 24-26일 코엑스에서

개막작 폐막작 대상작 할리우드 멘토링 제공 기독교 영화제 정체성 분명히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Korea Christian Film Festival, KCFF)가 오는 10월 24-26일 3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과 메가박스에서 개최된다. KCFF는 영화라는 매개체로 기독교인들과 비…

시니어 선교대회

2024 시니어 선교대회 개최… “액티브 시니어들이여, 일어나라!”

교회 부흥과 산업화의 중심에 있던 시니어세대 주님 향한 일사각오의 신앙이 가장 중요한 유산 건강·돈보다 주님과 친밀히 동행하는 것이 중요 우리의 싸움은 영적 싸움… 성령의 능력 구해야 2024 시니어 선교대회가 10일 오전 사랑의교회 본당에서 “늙어도 …

‘미국대선과 한반도 평화통일 전망’을 주제로 미래목회포럼

美 대선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한국교회의 역할은?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올바른 가치관 갖는 게 중요 건강한 대한민국뿐 아니라 건강한 미국도 필요해 한·미 공통의 주적, 자유문명 위협하는 ‘반기독교’ 이승만 대통령 소개 후 전략 제시 “미국과 한국 공통의 주적은 자유문명을 위협하는 반(反)기독교 운동…

예장 통합 총회 109회기 시무예식

통합 김영걸 총회장 “교단 위기, 사랑으로 헤쳐나갈 것”

“전 총회장, ‘불찰과 부덕, 죄송’ 사과… 같은 마음 총대들의 기도와 협력, 격려 속에 희망의 소리도 올바른 발전 위해 윤리·제도·법적 장치 강구할 것” 예장 통합 김영걸 총회장이 지난 회기 교단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사과하며 “교단이 올바르게 발전하…

한기총

한기총, ‘한국교회의 밤’ 12월 20일 롯데호텔에서 열기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는 지난 8일(화)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기총 회의실에서 제35-7차 임원회를 개최했다. 참석 22명, 위임 33명으로 성원이 돼 열린 회의에서는 개회선언, 전회의록 채택, 경과 및 사업보고…

이 기사는 논쟁중

동성결혼

동성 커플 22명, ‘동성혼 허용’ 소송 나서

대법원이 지난 7월 ‘동성 파트너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이후, 친동성애 세력의 전방위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모두의결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