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7장 부부상담에서 대화의 내용과 형식의 원리(3)

부부상담에서 대화의 수단은 주로 서로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상황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화의 수단은 서로에게 존재의 가치를 높이는데 목적을 둔다는 점에서다. 이때 부부는 서로에게 욕구불만이 특징적인 것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부부가 대화의 원리를 터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부부에게는 동일한 말이라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것은 부부상담에서 대화의 원리가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1. 언어적 대화

대화는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언어 외의 방법을 통해 암시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대화를 이루고 있는 내용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내용에는 물론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으로 구분되는 편이다. 이런 내용이 갖는 것들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 특징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은 전반적으로 대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언어적 대화는 의사소통의 중심을 차지한다. 인간은 구체적인 경험을 종류별로 분류하면서 이를 언어로 추상화시켜 대화하고, 인간이 상징을 사용하여 경험을 정리하고 의미를 나타내며, 이를 기반으로 타인과 대화한다는 의미이다. 그 의미란 대개 정신에서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에, 문화적 배경이 다르면 동일한 상황이라도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당연해진다. 언어가 담고 있는 의미란 상황과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외연적, 내포적, 상황적인 의미로 구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연적인 의미란 어떤 말이 해당하는 객관적인 대상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그에 반해서 내포적 의미는 말 속에 개인의 정서적이고 평가적인 감정이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외연적 의미는 내연적 의미와 달리 상황과 관련성이 많은데, 이는 문맥이나 기록된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언어를 통한 의미전달의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하여 고찰할 수 있다.   

1) 언어의 추상성과 관련되는 문제

일반적으로 대화에서는 추상적인 언어사용이 곧잘 이루어진다. 이런 언어의 추상성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압축된 언어를 사용할 때는 분명한 의사전달을 어렵게 만든다. 물론 추상화된 언어는 구체적 언어에 비해 정보를 보다 포괄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많은 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야가와(S. Hayakawa)는 인간의 사고와 언어의 추상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추상의 사다리’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이는 가축-소-암소-자기네 소(牛) 이름의 형식이다. 이것은 큰 개념에서 작은 개념으로, 일반적인 것에서 구제적인 것으로 된다. 일정한 질서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은 그만큼 기억을 쉽게 하는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언어의 추상성은 다음의 특징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나타난다. 대체로 외연적 의미가 지배적인 경우 대화가 원활해지는 반면, 너무 구체적이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것이 반드시 기분을 상하는 것만은 아닌데, 지식인의 경우는 반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식인은 구체적일수록 이해를 쉽게 하는 편이다. 이처럼 언어의 추상성은 대화에서 서로 의미를 분명하게 하면서 원활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추상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대화를 위한 선행조건이 될 것이다.

그러면 부부는 이런 추상적인 특성을 감안해 대화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차원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언어 자체가 추상성을 담고 있다면, 더욱 현실적 차원으로 바꾸어 전달해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이미 익숙하게 훈련되거나 경험된 점에 따라 매우 추상적인 특성이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점은 부부가 서로의 교육의 수준을 감안하여 말해야 하는 것을 상정한다. 말하는 사람이 지식이 높은 경우에서는 특히 그 추상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젊은 시절 인구조사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생각이 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명대학의 교수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어떤 아내였다. 그녀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었는데도, 남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지 않고 매우 만족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잘 맞추어서 대화를 하거나 관계를 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2) 언어의 추리성과 관련되는 문제

일반적으로 대화는 보고(報告), 추리, 판단의 차원에서 언어를 사용한다. 보고란 객관적이고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언어로 표현한 것으로 모든 과학적인 표현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추리란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공통된 특성을 유추한 언어로 대부분의 형용사가 추리 차원에 속한다. “저 나무는 10m이다”라는 표현이 객관적인 보고라면, “저 나무는 꽤 높다”는 말은 추리다. 한편 판단은 사실에 관한 언어라기보다는 그 사실을 표현하는 사람의 주관적 느낌을 언어로 나타낸 것이다. “저 나무는 정말 멋있구나!” 라고 한다면, 이것은 나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자기의 느낌을 나타낸 것이다. 칭찬이나 욕(辱), 또는 예술적인 표현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판단 차원의 언어를 마치 사실에 관한 보고인 양 혼동하여 의미 전달에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두 사람이 같은 추리의 차원에서 이야기하면 대화의 호흡이 맞지만, 차원이 달라지면 이야기가 겉돌며 갈등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달이 참 밝군요!” 하는데 “보름달인데 밝을 수밖에…” 하고 응수했다고 하자. 그런 경우는 일치하기 어려운데, 이는 판단 차원을 보고 차원으로 응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리성과 관련하여 부부의 대화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추리성에서는 어떤 사실을 알리는 보고, 객관적인 차원을 바탕으로 하는 유추, 그리고 주관적인 느낌의 차원이 작용되는 특성이 있었다. 이것은 부부가 동일한 대상을 중심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관심의 대상이 다른 경우 그만큼 소통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남편이 기분이 좋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아내가 기분이 좋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여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아내는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남편이 기분이 좋은 일을 말한다 해도 그에 상응하는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임을 암시한다.

3) 언어의 상황성과 관련되는 문제

대화는 대체로 상대방이 전달하는 문맥을 통해 그 뜻이 파악된다. 이런 경우 동일한 문맥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언어가 갖는 상황성이기에 대화에서는 시간이나 장소와 같은 물리적인 상황을 통해 언어의 의미를 배우는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수가 있다. 사람은 언어를 물리적, 혹은 사회적인 상황과 연관시켜 규정짓고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의사를 교환한다.

뿐만 아니라 대화에서는 음성의 조절, 감정의 고조, 화자의 신뢰도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도 의미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에서 “나, 당신, 사랑합니다” 중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동일한 말이라도 언어의 상황, 그리고 강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대화에서 정확한 의미전달은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언어의 상황성은 상황에 따라 말의 전달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시 말해 동일한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적절하기도 하고, 다르게 전달되거나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성에서는 특히 시간이나 장소, 그리고 음성의 조절이나 감정의 고조, 그리고 신뢰성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부부는 대화할 때 이런 상황성을 고려하여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부의 대화에서는 센스가 요구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센스 있는 사람이 부부의 대화에서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다.  

4) 언어의 부차적인 상징성과 관련되는 문제

대화에서 언어의 부차적인 상징성은 본래의 말이 갖는 의미의 전달보다는 감정 또는 기분을 전달하는 것이다. 언어의 부차적인 상징성은 직접적으로 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에 포함되어 언어의 의미를 보완하는 특성이다.

언어의 부차적 상징성은 일차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부차적인 상징성이지만, 이에 대한 효과나 작용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때로 이런 부차적인 상징성은 언어 이상의 의미로 해석돼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언어 자체보다 화자의 표정을 주시한다거나 그것을 언어보다 더 강한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언어의 부차적인 상징성에는 단순한 인사라든가, 가벼운 사교적인 언어를 들 수 있다. 이때 단순한 인사나 가벼운 사교적 언어는 진정한 대화, 즉 깊이 있는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려는 의도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부차적 상징 언어의 특성을 주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언어의 부차적 상징성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대개 상징적 언어란 상징 체계와 병행하여 사용되어 언어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상황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을 격감시킬 수 있다. 이로써 언어의 부차적인 상징성은 서로의 이해를 돕는 데 기여한다. 그런 점에서 부차적인 상징적인 언어의 사용은 상담에서 대화 상태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언어 체계의 하나이다.

부차적 상징성은 부부가 대화할 때의 태도나 표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부부는 즐거운 말을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표정이 아닐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말하는 내용에 걸맞는 표정을 가질 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에서다. 이것은 남편이, 또는 아내가 어떤 사실에 대하여 변명을 하려는 마음으로 얼버부리면서 말을 할 때에도 서로는 그 표정을 읽으면서 감추어준 속뜻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말의 내용과 표정이 일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비언어적 대화

대화에 대한 초기의 관심은 언어현상에만 국한되어 왔다. 그러나 대화에 관한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비언어적인 대화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 및 관심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상담은 주로 언어적 대화를 특징으로 하지만, 때로 비언어적 대화도 필요하게 된다. 비언어적인 메시지는 다양한 형식을 포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숫자, 몸짓 같은 신호언어, 걷고 뛰는 움직임으로 나타내는 행위언어, 그리고 물체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대상언어 등이 해당한다. 이러한 비언어적인 대화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의 3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1) 비언어적 대화의 특징

의사소통의 대가인 슈람(W. Schramm) 등은 비언어적인 대화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로 모든 메시지는 비언어적인 대화를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언어만으로는 그 의미전달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비언어적인 대화는 감정을 전달한다. 언어적 대화만이 아니라 비언어적 대화도 감정이 수반되어 전달된다는 의미이다. 셋째로 비언어적 대화는 그 메시지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주로 언어에 따르는 부차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그 정확성에 있어 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비언어적인 특성이 명확성을 가지고 있기에 완벽한 의사전달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넷째로 비언어적 대화는 문화적 영향을 받는다. 비언어적 대화는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손짓을 두고도 어떤 문화권에서는 ‘가라’는 말이 되기도 하고, ‘오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데비토(J. A. DeVito)는 비언어적인 특징을 5가지로 말한다. 첫째로 비언어적인 특징의 수단성(communicatio)의 문제이다. 비언어적 인 행위는 상호작용에서 의미를 주고받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부차적으로 사용하는 특성을 말한 것이다. 둘째는 상황의 제약성(contexually-bound)과 관련되는 문제이다. 비언어적 특성은 일정한 형태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신뢰성과 관련되는 문제이다. 때로 비언어적 행위는 언어적 대화보다도 더 신뢰할 만한(believable)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단호한 의사표시나 잘 들리지 않는 거리가 먼 곳에서는 언어보다 일종의 손짓이나 다른 행동적 표현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표현에서 종합성과 전체성에 관련되는 문제이다. 비언어적인 행위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특성 때문에 표현에 있어서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packaged) 있다. 다섯째로 기존의 대화를 보충하거나 확인한다(metacom-municational). 언어 뒤에 행위를 첨가하여 “이 말은 틀려”, 혹은 “내 말 알아  듣겠니?” 등과 같이 대화를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언어적 진술뿐 아니라 비언어적 진술에 대한 표시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비언어적 대화는 분명한 대화체계이지만, 특성상 때로는 불명확성 때문에 보조적인 한계성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명확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어 주된 의사전달체계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언어적 특성은 일정한 문화권에서 서로 뜻이 통하는 전달체계이지만, 때로는 언어적인 차원에서 보면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다 해도 비언어적인 의사전달은 몸짓 뿐 아니라 상황 전체로 나타내는 의사전달의 한 체계인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부부는 말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음이 전달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2) 언어적 대화와 비언어적 대화의 관계

비언어적 대화는 몸짓이나 시간, 공간 등을 상징으로 이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이다. 이런 비언어적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자체만으로도 의사전달을 하지만 언어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는 수가 많다. 이 비언어적 대화는 시각적이고 감각적이라는 이유에서 뿐 아니라 언어적 대화와 같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그 특징적인 것으로 다음의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반복성(反復性)의 문제이다. 비언어적 행위는 언어의 의미를 반복적으로 나타내 준다. 언어에 수반되는 부차적 수단으로서 언어적 표현을 되풀이해 준다. 둘째로 대체성(代替性)의 문제이다. 비언어적 행위는 언어적 표현을 대신할 수 있다. 대체성이라고는 하나 본래의 말보다도 정화할 때가 있다. 급한 상황의 경우에는 손짓이나 몸짓이 더 강한 의사표시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보완성(補完性)의 문제이다. 비언어적인 행위는 언어의 불분명한 점을 보완해 준다. 대화 중에 비언어적 행위인 제스춰(gesture)를 곁들임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보완하는 것이다. 넷째로 강조성(强調性)의 문제이다. 비언어적 행위는 언어의 일부분을 강조해 준다. 이것은 대화에서 특유한 제스춰를 통해 강한 인상을 주어 전달 의미를 강조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말하면서 제스춰를 수반하는 경우에 말보다는 그 제스추어가 더 강조적인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다섯째로 규제성(規制性)의 문제이다. 비언어적인 행위는 언어적인 행위를 규제해준다. 대개 끝부분의 목소리를 낮춤으로 상대가 말할 수 있도록 신호한다. 여섯째로 상반성(相反性)의 문제이다. 때로는 언어적인 표현과 갈등을 일으킨다. 화자가 전달하려는 의도와는 어울리지 않게 전혀 다른 표현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멋있습니다.”하면서 하품을 하는 경우이다. 상담에서 이런 비언어적인 특성이 곧잘 사용된다. 말이 없는 부부관계에서 말을 잘하는 부부관계에서나 모두 자신도 모르게 제스춰를 사용하게 된다. 상담자 역시 이런 비언어적인 행위를 사용하게 된다. 이때 비언어적 행위의 특성을 이해하여 사용하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혹시 상담자가 버릇처럼 사용하는 불필요한 동작이 있다면, 의미전달의 정확성을 위해 수정해야 할 것이다.

3) 비언어적 대화의 수단

비언어적 수단은 몸의 위치나 방향, 얼굴표정, 몸짓 등으로 표현되는 신체 언어(body language)이다. 이런 비언어적 수단에는 8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의상, 얼굴과 눈, 자세, 몸짓, 접촉, 목소리, 공간과 지역성, 환경 등이다. 첫째로 의상은 옷매무새로서 의도적이든 비(非)의도적이든 무엇인가를 남에게 말한다. 여기에는 유니폼을 가장 대표적인 예로서 들 수 있는데, 이는 대체로 교복을 보고 학생의 신분과 소속 학교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옷 뿐 아니라 모자, 신발, 등 전체 용모가 모두 비언어적 표현의 수단이 된다.

둘째로 얼굴과 눈은 일상생활에서 사람을 대면할 때에 옷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면, 그 다음은 아마 얼굴과 눈이다. 얼굴표정과 눈의 접촉은 언어 다음으로 중요한 대화 수단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얼굴과 눈은 수많은 표정을 만들어내며 그 의미는 직감적으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셋째로 자세는 좋은 대화 수단이다. 위협이 있는 상황이나 긴장이 있는 상황, 그 반대인 편안한 상황은 자세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분의 높낮이도 긴장의 유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넷째로 제스춰는 대화 중 고개를 끄덕인다든가 오라고 손짓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문화권을 넘어선 가장 공통된 비언어적인 대화이다. 이런 제스춰는 부차적 특성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언어가 없이 제스춰만 사용함으로써 언어보다 더 강한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또 몸짓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어 통제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이다.

다섯째로 접촉은 신체적으로 접촉을 하는 경우이다. 나이 어린 아동을 대하며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애정 표시를 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 외에 냄새를 맡거나 맛보는 행위도 여기에 속한다. 여섯째로 목소리이다. 목소리는 그 사람만의 특성을 갖게 되며 대개는 성격까지도 드러내는 츠겸니 있다. 이러한 목소리는 개인의 음성으로서 목소리의 크기, 높낮이, 특정 언어의 강조 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곱째로 공간과 거리는 인류학자인 헬(E. Hall)은 거리개념을 이용하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취하는 대화를 다음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친교적인 거리는 45cm로써 애인들 또는 엄마와 아기 사이의 거리, 개인적인 거리는 45-120cm정동의 거리이다. 일반 사교, 또는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사교적 거리, 사회적 거리는 120-360cm까지의 거리이다. 학생과 선생, 사장과 비서, 경찰과 범인 사이의 거리, 공공적인 거리는 360cm이상으로써 교실 안의 선생과 학생, 대중적인 집회에서 연사와 청중 사이의 거리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거리는 문화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지역성은 동물이 적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장소, 먹이와 짝짓기, 안전지역 제공 등의 기능을 말한다. 군대에서 계급에 따라 숙소의 위치가 정해져 있는 것도 한 예이다. 여덟째로 환경이다. 환경은 물리적 환경도 대화에 영향을 준다. 실내장식이나 조명등 실내 분위기에 따라서 전달하려는 대화의 내용이 다르게 수용되거나 이해될 수 있다.

비언어적 대화의 원리는 상담에서 많이 사용되는 편이다. 이는 대화를 유난히 어려워하는 부부에게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대화중에 말하기를 거북해 한다거나 천성적으로 표현이 원만치 못한 부부에게 어느 정도 비언어적 행위를 곁들이는 것이다. 말보다도 비언어적 행위가 때로는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언어보다도 더 많이 마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