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명구 박사, 이은선 교수, 정진연 교수, 박명수 교수, 박종현 교수, 김문기 교수. ⓒ이대웅 기자

서울YMCA와 한국교회사학연구원, 한국기독교학교연맹이 공동으로 학술세미나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기독교의 역할과 역사교과서 반영에 관한 진단 및 고찰’을 16일 오후 서울YMCA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이은선 교수(안양대)가 주제강연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에 이뤄진 기독교의 다양한 활동들이 역사교육을 통해 우리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는 측면 뿐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호감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러므로 초·중·고교 국사교과서에서 기독교를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올바르게 서술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구한말 일본의 침략을 제국주의라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나, 기독교 선교사들의 국내 활동을 제국주의 침략으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당시 고종은 美 정부가 조선을 지원해 주기 원했지만, 미국은 조선의 내정에 관여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고 선교사들에게도 정교분리 원칙을 지키도록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선 교수는 “조선 정부에서 근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선교사들의 국내 입국이 타진됐고 정부는 허용했다”며 “정부는 ‘동도서기론’ 입장에서 선교활동은 막고자 했으나, 선교사들을 통해 근대화 필요성을 충족시키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기독교가 근대화에 기여한 부문에서 주목할 부분으로 ①서양 의료와 교육 등 근대적 문화 전파 ②기독교 전파를 통한 남녀평등과 노동의 가치관 확립 등 근대적 가치관 제공 ③국내 지식인들을 통한 애국계몽운동 전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일부 학자들은 선교사들이 일부 이권사업에 개입해 개인이나 미국의 이득을 추구한 것을 제국주의 침략으로 규정하지만, 그런 입장이라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든 것이 제국주의로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며 “선교사들의 과(過)도 있겠지만, 그들이 우리나라 근대화 역사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선교사들이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했던 역할들을 객관적 근거에 입각해 공정하게 평가하고 교과서에 서술해 교육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개항 이후 한국사회 변화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한 곳에 모아 서술하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명시된 내용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도 기독교 관련 내용들이 분산 서술돼 있어, 개항 후 기독교 역할이 명확하게 인식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아울러 일제 강점기의 기독교 관련 사건인 105인 사건, 한글 보급과 여성 교육 기여 등도 보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민족사관에 입각해 우리나라 역사 발전에서 주체적 역할들을 사실에 입각해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기독교의 역할이 공정하게 서술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좀 더 객관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족사관과 동시에, ‘문화발전이 문화교류를 통해 이뤄진다’는 문명교류사관 입장도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화사상에서 출발한 민주주의, 기독교 통해 더욱 완전해져”

김명구 박사(한국교회사학연구원)는 ‘기독교가 한국 근현대사에 끼친 영향: 한국 정치·사상적 계보를 중심으로’를 첫 제안발제했다. 그는 “한국 보수교회는 교회 자체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부정적이었으나, 교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데는 관대했다”고 전제했다.

김 박사는 “해방 후 한국정치는 일제하 민족운동과 상해임시정부, YMCA를 중심으로 했던 흥업구락부나 서북지역의 흥사단 등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대부분 개신교인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었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했다”며 “이처럼 한국 개신교는 한국정치에 계보나 사상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나, 한국 근현대사 기록에 영향력을 가진 사학계나 정치학계에서는 근현대사 정치 주역들의 개신교 연계 연구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규수의 계보 아래 있던 개화파들은 북학사상을 이어받아 정치적으로는 중국을 벗어나려 했고, 사상적으로도 성리학적 세계관을 극복하고 ‘인간이 인간다워야 한다’는 인간화로 귀결돼, 필연적으로 기독교 사상과 조우할 수밖에 없었다”며 “더욱이 기독교 국가라 여겼던 미국은 박정양 등 개화파에 있어 사상적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대상이었고, 이승만·신홍우 등 배재 출신들은 미션스쿨인 이 학교를 통해 자유민권사상을 교육받았다”고 했다.

이후 대종교인들이 주도하고 기독교인들이 가세한 상해임시정부의 헌장은 기독교가 한국의 정체, 곧 민주공화제 설정에 결정적 공헌을 했음을 알려주며, 이는 독립 후 대한민국 헌법 1조로 이어졌다. 해방 후 한민당계와 흥사단계는 대부분 기독교인들로 민주주의 의식이 뚜렷했고, 공산주의가 민주주의를 훼손시킨다는 데 이의가 없었다. 그는 “개화사상에서 출발한 민주주의는 기독교를 통해 더욱 완전해졌고,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이념이 됐다”고 평가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역사교과서, 여러 종교들 중 기독교 설명만 지나치게 축소돼”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한국사 교과서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현재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 중 하나가 역사교과서 논쟁으로, 일제시대와 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싼 논쟁들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논쟁 가운데 간과된 것이 바로 종교 관련 서술의 문제점으로, 현재 역사교과서를 분석하면 한국의 여러 종교들 중 기독교 관련 설명이 유독 지나치게 축소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고, 이는 근현대사에 있어 기독교의 역할로 보거나 한국이 다종교 사회인 점에서 커다란 문제”라고 했다.

특히 똑같이 외래 종교라 볼 수 있는 천주교와 비교해도 기독교는 분량이 적고 내용이 빈약하다. 그는 “2013년 미래앤 고교 <한국사>만 봐도, 천주교의 설명은 기원·박해·전파·의의가 전반적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기독교에 대해선 개항 이후 여러 종교를 설명하는 가운데 단 한 줄로 ‘학교 및 병원을 세웠다’고 소개할 뿐”이라며 “이러한 경향은 현재 대부분의 교과서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에 몇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로 ‘전반적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개선’이다. 그는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이 최근 일부 개정됐지만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며 “다른 종교의 경우에는 집필기준이 아닌 교육과정에 분명하게 서술할 것을 명시하고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경우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으로,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을 전반적으로 개정해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같은 비중으로 서술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교육부와 관련단체들을 향한 ‘지속적인 개정 중요성 강조’이다. 그는 “한국교회는 집필기준이 개정됐기 때문에 역사교과서가 개정되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따라서 개정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고,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에 역사교과서의 종교편향에 대해 신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로는 ‘집필자와 출판사’에 대한 지속적 관심 표명이다. 박 교수는 “집필자들은 역사학 교수와 학교 교사로 구성돼 있고, 출판사들은 이들과 주요 내용을 집필하고 편집한다”며 “결국 이들이 한국 근현대사에 미친 기독교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역사교과서의 기독교 서술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외에 ④한국교회가 매년 지속적으로 역사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⑤한국교회는 일반 한국사 학자들과 지속적 대화를 통해 한국 기독교의 역할을 알려야 한다 ⑥역사교과서 개정을 위해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다 ⑦역사교과서 개정을 위해 기독교학교 및 기독교 역사교사들과 연대해야 한다 등을 열거했다.

박 교수는 “아무리 교회에서 한국 사회에 미친 기독교 역할을 강조한다 해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이런 내용들이 바로 실리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교의 위치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근대 한국사회를 이끌어왔던 사실을 후세에 바로 알려야 하고, 그러므로 한국 기독교를 바로 알리는 운동은 역사교과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후에는 박종현 교수(관동대)와 김문기 교수(평택대)가 지정토론을 펼쳤고, 정진연 교수(한국시민문화학회 이사) 사회로 질의 및 전체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