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과제로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하석수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양성평등위원회가 2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교회)개혁 과제로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호경 교수(서울장신대)가 ‘종교(교회)개혁과 한국교회, 그리고 여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고, 박세나 목사(하늘누리지역아동센터장)과 이혜진 목사(기장여교역자협의회 총무)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호경 교수. ⓒ하석수 기자

김호경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 교회 안에서 여성이 직분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이론적으로는 배제되지 않았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 여성에게 성서를 배우고 사랑할 수 있도록 교육의 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루터와 개혁자들은 신앙의 자유에 대한 물꼬를 텄지만, ‘복음의 재발견’을 강조한 종교개혁에 있어서 성(性)의 평등과 여성의 지위는 개혁자들의 궁극적인 관심 밖에 있었다”면서 “개혁정신 계승의 핵심은 ‘복음의 재발견’이므로, 오늘날 교회 안의 권력 왜곡과 성차별주의라는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상대적인 것을 절대화하지 말라’는 개혁주의의 원칙을 생각할 때, 가부장적인 인간 이해는 남성의 권력을 절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반종교개혁적 특성을 가진다”며 “루터가 만인사제설을 주장했을 때, 그것은 개인과 하나님을 막고 있는 교황과 교회의 권위를 부인하는 것이었으며, 또한 여자와 하나님 사이에 있는 남자의 권위를 부인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50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한국교회에는 여전히 여성들을 막아서는 또 하나의 벽이 있는데, 그것은 당회장 중심의 교권주의가 일반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입을 여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은, 그것이 누구의 부족함에서 연유하는 것이든 교정되어야 하며, 이제 평신도 여성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패널로 나선 박세나 목사는 “한국교회의 여성들 대부분은 가부장적 교회 문화와 그것에 근거한 성차별적 위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여성이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 해방하고 치유하며 회복하는, 인식 전환의 노력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여성 스스로의 노력 외에도 교단적 차원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여교역자 채용제, 여장로 할당제, 여성총대 할당제 등 강제적인 정책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패널로 나선 이혜진 목사는 “여성목사 임직과 청빙이 일단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차별 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유리천장’이 있다”며 “여성을 청빙하는 교회가 흔하지 않고, 임지가 주어졌다고 해도 인턴경력 2년이 지나면 목사 임직이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으려고 해도, 겸손하지 못하다거나 정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담임목사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