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목사(인천새로운교회).

해마다 한 날 오른 산, 설악산.

휘황하게 붉고 노란 단풍잎의 철철 피 흘림으로 우리의 인생 또한 소멸의 여정임을 돌이키게 하는 산, 설악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등에 업고 배낭을 꾸린다. 새벽 산행의 필수품인 헤드랜턴을 점검하고 여유분의 배터리까지 챙긴다. 더운 물 한 소금 데울 취사도구를 챙기고 간식거리 넣은 비닐 봉투 여미는 손에 지팡이를 접는다.

밤 시간 아랑곳없이 북적이는 강남 터미널, 밤 11시, 강원도 양양행 고속버스에 올라 잠시 곤한 잠을 청한다. 새벽 3시면 열리는 설악산행 오색코스 산행길.

경사면을 오르기만 하는 힘든 코스지만, 가장 짧은 시간에 정상을 오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당일 하산을 계획하고 새벽산행을 강행한다.

새벽 3시 30분 산행 시작.
헉헉 벌써부터 가쁜 숨이다.

헤드랜턴을 끄니 정막강산 칠흑의 어둠이다.
어스름 달빛 적은 하늘, 별 가까이 쏟아진다.
장엄하기까지 한 계곡 물소리 광활하다.
성도들의 찬양, 두 손 모은 그림자 새벽별에 매달린다.

오르고 또 오르기를 수십 번 반복한 굽이진 너럭바위,
보온병 녹차 한 잔에 무상한 세월을 넘는다.

정강이가 무겁다.
허벅지가 저리다.
발꿈치의 경련을 녹인다.
번갈아 발목을 흔들어 털고 스틱을 고쳐 잡고 오르고 또 오른 새벽 미명.

물소리마저 끊긴 지 오래
드디어 안개비 사이로 상고대 눈꽃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오십 칠 년 세월로 넘은 산
건강을 주신 분
호흡 멈추지 않게 하신 분
오늘 한 날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하신 분
인간 세상 소욕 속에 신음하는 모두의 안위를 비옵나니
몰아치는 감사의 은혜가 빛으로 쏟아진다.

산능선을 지평으로 펼쳐놓은 바위, 대청봉.
높다고 자랑치 말라
대청봉을 지평으로 펼치신 창조주의 광대하심이여

젖은 옷을 여미고 정상 바위 두른 무리들
남도 사투리 정겨운 입담으로 해가 오른다

오 할렐루야 하나님 아부지.

대청봉

산 넘고 산 넘어
고목 밟고 바위 딛고
깊고 깊은 협곡 지나
메아리마저 가쁜 숨
광활한 산봉우리 저편

지평에서 거대한 바위
조약돌로 발 아래 두고
안개 옷 겹쳐 두른
구름에 일어선 침묵
첩첩 산봉우리 그편

하늘 아래 산이냐고
땅 위는 하늘이 높더라고
계곡 물소리 잠든 지 오래
별 새벽 등짐 매야 만날 인연
산밭 두른 산봉우리 이편

아침나절 울던 매미 냉차 한 잎
절경 단풍 쉰 그늘 나그네 위
메아리 받아 소복으로 핀 눈꽃
하룻밤을 쪽빛으로 나눈 四季
푸른 빛 크게 선 하늘 봉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