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문수·장혜선·김영택 박사. ⓒ이대웅 기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창훈 교수) 제78회 정기세미나가 9월 30일 오후 부천 서울신대(총장 유석성 박사) 성봉기념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장혜선 박사(글로벌사중복음연구소 책임연구원)가 19세기 중·후반 웨슬리안-성결운동의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전도자 중 한 사람이었던 윌리엄 B. 갓비(William Baxter Godbey)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소 측은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시기의 미국 급진적 웨슬리안-성결운동 그룹은 감리교와 성결 운동, 오순절 운동 등 3개의 신학이 중첩되는 지점에 있었다”며 “그래서 흥미롭고 중요한 시기이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장혜선 박사는 “윌리엄 갓비는 성결운동 최초의 순회 부흥사로서 그의 사역으로 수천 명이 회심하고 온전한 성화를 경험했다”며 “그는 성결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신약성경을 번역했고 7권의 신약 주석을 출판했으며, 230여권의 저서와 소책자들을 출간해 당시 성결운동을 전파하는 데 문헌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특히 성서적 기독교의 회복과 초기 기독교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성서의 땅(Bible Land)’을 살피고 성경풍습을 연구해 ‘성지 전문가’로도 인정받았다고 한다.

또 갓비는 당시의 교파 초월적 성결운동에도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장 박사는 “그는 평생 감리교를 떠나지 않았으나 순회설교가로서 교파를 넘어 연합회 활동으로 성결운동을 펼쳤다”며 “특히 마틴 냅(M. Knapp)이 주도한 사도성결연맹(Apostolic Holiness Union and Prayer League)에 참여해 당시 성결운동 지도자들과 함께 적극 사역했고, 냅이 신시내티에 세운 ‘하나님의 성서학원’ 교사로 섬기며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저술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부하고 선교사로 파송받은 길보른과 카우만이 일본 동경에서 성서학원을 세우고 성결복음을 가르쳤고 그 학생들이 한국에까지 들어오면서, 이들의 사상은 아시아까지 전파됐다. 장 박사는 “그럼에도 한국에는 초기 성결운동 지도자들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며 “19세기 성결운동의 거장 갓비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하는 일은 성결운동의 핵심적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833년 6월 미국 켄터키의 경건한 감리교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난 윌리엄 B. 갓비는 무려 ‘세 살’ 때 어머니 무릎 위에서 회심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16세 때 침례교 부흥회에 참석해 명확한(clear) 회심 경험을 갈망하면서 초자연적 능력의 분출(outpouring)을 경험했고, 20세 되던 1853년 감리교 남부 지방 목사로서 사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적 불만족을 해결할 완전 성화를 추구하던 그는 35세 때인 1868년 12월 한 부흥회에서 자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사역의 분수령이 된 ‘온전한 성화(entire sanctification)’를 경험한다.

갓비는 완전 성결의 체험 후 불타는 성결전도자이자 뜨거운 부흥사가 되어, 하루에 6번 설교하거나 집회 사이에 집집마다 다니며 방문사역을 하는 등 ‘과격한 성결 주창자’가 됐다. 그러나 감리교에서는 남부 가장자리로 내몰리게 되고, 이는 그를 성결운동의 중심에 세운다. 그는 목회 초기부터 스타일과 방법, 특히 순간적 경험으로서의 성결교리에 대한 메시지 때문에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감리교의 경계 밖에서 새로운 부흥 사역지를 발견했고, 1883년 다른 성결 주창자들과 함께 켄터키성결연합회(Kentucky Holiness Association)를 결성한다.

장 박사는 “갓비의 부흥집회는 극적인 특성을 갖는다”며 “매우 다채롭고 감정적인 설교를 능숙하게 했고, 부흥회 군중들에게 극적인 ‘위기’ 경험을 추구하도록 이끌었다”고 전했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 중 회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죄 선언을 불태우는’ 설교를 했다. 그러나 그의 부흥회는 종종 교회를 나뉘게 하고, 이상한 버릇으로 인해 ‘미친’ 사람이라는 비난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발표하고 있는 장혜선 박사. ⓒ이대웅 기자

장혜선 박사는 갓비의 주요 서술들을 통해 그의 사상을 △순간적 성화론 △전천년설과 임박한 재림 사상 △분파적 교회론과 연합운동 정신 등으로 정리했다. 장 박사는 “갓비의 다작 이유는 성결인을 건전한 교리로 양육하고 성결운동을 지지하는 성서적 근거를 제공하며 성결운동이 직면한 새로운 섹트(sect)의 과다한 출현 등 때문”이라며 “그는 죄의 근절을 말하는 완전성화론과 전천년설적 재림론, 더 정확하게 신자들이 중생하고 성화의 은혜를 입어 임박한 종말을 준비하면서 주님의 지상명령을 실천하도록 훈련하기 위해 저술활동을 했다”고 했다.

갓비의 공헌점에 대해서는 “성결운동 지도자로서 영향도 지대했지만, 무엇보다 큰 공헌은 그의 삶에 나타난 효과적인 통합성이었다”며 “그는 당시 성결운동 그룹 내에서 가장 학식 있는 학자이면서도 강렬한 부흥의 열망을 지닌 실천적 부흥운동가였다”고 평가했다. 또 평신도에 의한 사역과 선교에 몰두했고, 오순절 성령세례에 의한 하나님 중심주의를 강조했으며, 지역과 경계, 교파를 초월한 연합정신을 소유했다.

갓비의 성결운동은 오늘날 성결교회에 어떤 시사점을 줄까. 장 박사는 “갓비의 성령론은 재림론과 교회론을 포괄하는 주제로, 성결운동의 생명력은 바로 이 임박한 재림 안에서 성결한 삶을 외친 데 있었다”며 “한국 성결교회도 재림신앙으로 고난을 받았던 역사적 경험이 있으나 성결과 재림의 메시지는 점차 쇠퇴하고 현실의 삶을 역동적으로 사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금의 신앙인들을 위한 성서적 재림론의 의미를 밝히고 하나님 나라의 본질적 역동성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요청된다”고 제언했다.

둘째로 ‘건강한 체험 중심적 신앙의 회복’이다. 장 박사는 “갓비가 완전성화의 체험을 강하게 주창하는 것은 사실 삶의 본질적이고도 실제적인 변화는 인간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교회 공동체에서 성령의 현존과 그 체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미혹하는 영적 체험에 더욱 이끌리게 될 것이므로, 영성시대라 불리는 21세기에 교회는 참된 영성의 내용과 경험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파초월적 연합운동을 위한 신학적 정립과 더불어 그 연합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할 필요성’이다. 장혜선 박사는 “성결운동은 발생부터 연합과 일치의 정신에서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통섭과 소통이 주요 화두인 21세기에 성결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성결교회는 연합정신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유전인자를 가진 셈으로, 우리의 장점이 현 시대 속에서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연합사역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신학적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교권적이나 교리중심적 신학이 아니라, 보다 성경에 충실하면서도 지금까지의 역사를 포괄할 수 있는 보다 큰 신학적 패러다임을 말하는데, 여기서 성결운동이 주창했던 중생·성결·신유·재림 등 사중복음의 신학적 주제들이 연합적 기반의 가능성이 제공된다. 장혜선 박사는 “갓비가 외친 강력한 복음과 그에 헌신했던 래디컬한 성결운동적 삶은 참으로 험난한 좁은 길이었다”며 “그러나 그는 좁은 길을 가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고통을 더 큰 기쁨과 소망으로 기꺼이 감수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 사회는 박문수 박사(서울신대 목회신학연구원), 논평은 김영택 박사(성결대)가 각각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