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섬, 증도
유승준 | 홍성사 | 296쪽 | 15,000원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못지 않은 길이 많다. ‘올레 21코스’가 완성된 제주도에도 1코스 ‘순종의 길’부터 순교의 길, 사명의 길에 이어 4코스 ’화해의 길’까지 기독교 순례길이 최근 개발됐다. 여기에 순교자 문준경 여사가 고무신을 신은 채 전도여행을 다녔던 길들을 따라 걷는 증도도 있다.

▲곡도리 언덕에서 바라본 염전 위로 동 트는 모습. ‘순교자의 섬’은 오늘날 ‘빛과 소금’의 고장으로 변모했다. ⓒ출판사 제공

지난해 나온 <천국의 섬, 증도(홍성사)>는 문준경 전도사와 그의 자취가 서린 증도의 곳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개펄과 노두길(갯벌에 돌을 던져 넣어 만든 징검다리)을 오가며 섬에서 평생을 살다 갈 가련한 인생이, 위대한 전도자가 되어 신안 일대 섬들에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는 섬마을의 어머니가 됐다. “이 책은 길을 찾아 헤매다 스스로 길이 된 한 여인의 이야기다.”

한국의 테레사 수녀, 섬마을의 어머니, 여자 사도 바울로 불리는 문준경 전도사의 자취가 서려 있는 섬, 주민 90% 이상이 예수를 믿는 섬인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가 다시 관심을 얻고 있는 이유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최근 증도에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을 완공했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 이곳은 더 의미를 갖는다. 6·25 전쟁 당시 문 전도사는 스스로 순교자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많은 마을 사람들을 살려냈기 때문.

6·25 전쟁 당시 공산군은 증도에까지 내려와 무수한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문준경 전도사는 그 참극이 일어나기 전날 목포로 끌려갔는데, 다음 날 문 전도사 일행이 목포에 당도하니 국군이 수복해 공산당은 다 철수하고 없었다. 문 전도사는 일행의 만류에도, 이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성도들이 모진 수모를 겪고 있던 증도를 향해 다시 떠났다. 공산당은 ‘어미닭’이었던 문 전도사를 때리다 안 되니 총을 쏴 죽이고 말았다.

▲문준경 전도사가 복음을 전하며 들고 다니던 성경책. ⓒ출판사 제공

증도에서는 이외에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도 볼 수 있고, 밀물 때 휩쓸려 들어온 물고기들을 잡을 수 있는 체험장도 있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담배도 없고 공해도 없는 청정의 섬이라, 자전거를 빌려 섬 여행을 할 것이 권장된다. 섬 전체가 지난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글을 쓴 유승준 작가는 증도를 ‘최소한 두 번은 가야 하는 섬’이라고 말한다. 첫번째는 아무 것도 모르고 무작정 가야 하고, 두번째는 문준경 전도사에 대해 알고 나서 공부 좀 한 다음에 가야 한다. 이렇게 두 번을 가면, 가지 말라고 해도 세번째로 증도를 찾게 된다고 한다. 증도는 무작정 찾았을 땐 ‘즐거운 섬’, 문 전도사를 알고 다시 찾을 땐 ‘거룩한 섬’, 세 번째로 찾았을 땐 ‘즐겁기도 하면서, 한없이 아름답고 거룩한 천국의 섬’이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문준경 전도사와 증도 사람들의 헌신과 순교의 삶을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섬에 있는 여러 교회들도 소개하고 있다.

▲증도 일대 상세 지도.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