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고 지도자가 최근 아라비아 반도의 모든 교회 건물을 붕괴시키라는 명령을 내려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발표된, ‘파트와’라 불리는 이 종교명령은 급진파인 수니파 최고 이슬람 지도자 ‘압둘 아지즈 빈 압둘라’의 발언이다.

쿠웨이트 언론 ‘알안바’는 최근 이슬람 한 지도자가 쿠웨이트 국회의원들에게 “아라비아 반도에는 어떤 교회도 세워져서는 안 되며, 이슬람 법으로 엄격히 통제된다”며 “현존하는 모든 교회 건물은 붕괴돼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발언은 쿠웨이트 국회의원 중 하나인 오사마 알 무나워 의원이, 국회에 상정할 국가 내 교회 금지법에 대한 초안을 트위터에 공개한 후 이뤄진 것이다.

이번 보도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서구의 정서적 간격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1 테러 당시 19명의 자살테러단 중 15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이었던 것에 이어, 이 국가의 극단적인 성향이 더욱 확연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절대군주제 국가로 이슬람 지도자와 왕의 긴밀한 협력에 기반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지만, 이번 발표에 당황한 것은 압둘라 왕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이같은 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의 발언이 압둘라 왕이 추진하고 있는 유럽 다종교 교류 센터 설립 등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3월 30일 열린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수도) 회담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압둘라 왕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미 관계자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파트와가 이번 모임 중 언급됐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렸지만, “종교 자유와 허용에 대한 문제가 논의됐다”고 간접 언급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란 핵 도발 문제가 다뤄졌으며, 시리아 혁명과 예멘, 석유 그리고 “여성의 역할과 관련 왕국의 개혁” 문제가 다뤄졌다.

이번 반 기독교적 명령으로 전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의 공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럽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같은 리야드 지역 파트와 명령을 공개 비난했으며,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지에서도 기독교 지도자들의 공개 비난과 함께 수백만 자국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라는 운동이 일고 있다.

현재 아라비아 반도에는 이집트와 레바논 지역에 다수의 기독교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 명령으로 그동안 공개적 예배가 허용되던 기독교인들의 종교자유와 인권의 도를 넘는 침해가 예상된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종교 자유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사적 공적 종교 모임을 극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종교 모임의 자유는 제한되고 있다. 자유의 제한은 정부의 반 수니파의 예배 장소의 존재와 출현을 막는 방법으로도 이뤄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덧붙여 보고서는 “정부의 급료를 받는 수니파 성직자들은 종종 반 유대교, 반기독교, 반 시아파적 언어를 설교에도 사용한다”며 “비 무슬림을 포함해, 모든 종교 예배는 정부에 의해 허용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