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장 인터넷중독 이해의 전제

인터넷중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인터넷은 우리 삶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고 생활과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매체이지만, 폐해를 낳고 있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인터넷의 폐해를 간과하고 장점만으로 대하다 보면 일정 정도를 넘어 중독으로 이행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인터넷으로 인해 수많은 일들이 파생되고 있다. 그런 일은 때로 개인을 파멸의 구덩이로 몰아넣는가 하면 사회에 놀라운 충격을 주고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이를 인터넷중독 이해의 전제로 구분하여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인터넷중독이 되는 상황을 보다 잘 고찰하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다.

1. 질병을 유발하는 매체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은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모든 신청이나 주문을 거의 인터넷으로 하고 있기에 이제 인터넷을 모르면 이러저러한 불편을 겪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이 이렇게 활용되는 데는 인터넷 공간의 구성요소와 상호 작용방식에 기존 가치관의 뿌리를 흔드는 혁명적 잠재력이 내장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정보의 저장방식은 엄청난 양을 저장하고 변조할 수 있는 숫자로 세는 디지털(Digital)방식이기에, 물리적 양을 중심으로 하는 아날로그(Analog) 시대의 방식과는 다르다.

또 인터넷은 사용자들이 정보와 정보 사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자적 연결을 통해 관련된 단편적 정보를 연결하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 체제로 구성돼 있다. 이는 책의 선형적 논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 역시 불특정 다수간의 실험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일방향적 소통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장면 연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터넷이 이제 정신 질병을 초래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이후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컴퓨터 중독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1990년대를 넘어서자 인터넷이 널리 퍼졌고,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면서 1996년 인터넷이 중독의 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이나 게임의 가상현실에 몰두한 나머지 성격 이상을 보이거나 현실을 도외시하는 이른바 컴퓨터 중독, 사이버 중독, 또는 인터넷중독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중독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인터넷이 우리 몸에 침투하는 어떤 물리적 성분이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이 점은 그들이 중독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현상의 원인이며, 그들은 혼란스럽다. 그들은 인터넷이 그저 컴퓨터의 일부일 뿐 절대 중독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가족이 인터넷중독에 대해 이야기하면 격렬하게 부정한다. “기계 따위에 중독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라거나 “그저 취미일 뿐이야. 요즘에는 모두 인터넷을 해!” 라고 대응한다. 그러는 사이 인터넷중독은 사회를 파고들면서 각종 폐해를 낳고 있다. 과히 ‘현대의 페스트’라 불릴만 하다. 중세에 페스트가 창궐하면서 많은 인명을 앗아갔듯 정보화 시대 인터넷중독은 무수한 현대인의 인격을 파괴하고 있다. 정보 이용자가 지나치게 컴퓨터에 접속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사회적·정신적·육체적·금전적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인터넷중독을 약물중독·알콜중독 또는 도박중독과 비슷하게 자기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성격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터넷중독에는 정보나 자료를 찾기 위해 강박적으로 웹 서핑을 하는 정보중독증,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경매, 기타 인터넷상 상업적 활동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넷(Net)강박증, 현실의 친구나 가족관계보다 통신망에서 형성되는 대인관계에 몰두하는 관계중독증, 사이버 섹스중독 등이 있다. 이 뿐 아니라 더 많은 중독증상이 인터넷에서 유발되고 있다. 확실히 인터넷은 잘 사용하면 편리한 도구이지만, 중독되면 가정파탄과 정신장애, 범죄를 일으킬 정도로 위험한 무기로 변한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중독은 알콜중독이나 약물중독과 마찬가지로 가족, 일, 대인관계, 학교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인터넷중독을 점차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염병 이상의 폐해를 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2. 컴퓨터의 희생물로서 인터넷중독

인터넷의 디지털정보는 그 존재방식에 특이함이 있다. 디지털정보는 그 자체로 ‘보여지는 것이 사실은 숫자에 의한 조합’이라는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우리가 보는 것 자체가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를 드러낸다. 이런 디지털정보의 존재방식은 진리가 어디나 존재할 수 있으며, 어떤 진리도 객관적으로 불변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또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축적이나 복제, 그리고 변조가 쉬워, 자료를 소장하거나 암기하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함도 일깨운다. 컴퓨터 프로그램 시스템인 웹(Web)에 검색어만 쳐 넣으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따로 저장하거나 굳이 암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는 유통될수록 힘을 가진다는 원리가 인터넷의 사용을 더욱 활성화시키는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정보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생산한 정보를 얼마나 짜임새있게 제공하여 널리 알릴 것인가, 그리고 정보 사용 차원에서는 그런 널려있는 정보를 얼마나 짜임새있게 구성할 능력을 갖추는가가 주요 과제로 대두된다. 얼마나 독특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가, 차별적으로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가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인터넷에 지나치게 빠지는 경우다. 게임이나 음란물, 채팅, 상품구매 등에 집중하다 인터넷중독으로 이행(移行)되는 경우다. 음란물에 빠지는 사람은 밤늦게까지 음란물을 보다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채팅에 빠지는 사람들은 인터넷 대화방 친구들을 체크하지 않고는 하루를 그냥 넘길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가 자신만의 은밀한 시간을 컴퓨터와 보낸다. 게임에 빠지는 사람들은 그냥 재미를 위해 게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게임을 위한 것이지 음란물이나 도박을 위함이 아니라면서도 어떤 경우 하루종일 컴퓨터와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모두 컴퓨터 모니터만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취미나 여러 활동, 중요하게 여기던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한다. 물론 이들의 성향은 외적으로 보면 중독이고, 그 행동은 강박적이고 죄책감을 가진 점에서 맹목적 도취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은 거기서 스스로 벗어나오지 못한다. 그들에게 인터넷으로 인한 감정과 행동은 그들의 건강과 부와 명예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쾌락 추구나 현실세계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적 욕망은 결코 포기되지 않는다. 이들은 인터넷의 남용과 오용의 한계를 넘어 인터넷의 파괴적 영향력에 희생되고 있는 꼴이다.

심리적 장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정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에 의하면 알콜과 약물 중독은 다른 강박적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 그런데 이 편람에는 아직 ‘인터넷중독’이 들어있지 않다. 미국에서는 천백만명이 강박적 인터넷 행동과 싸우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인터넷 사용을 도저히 중단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인터넷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고 오히려 더 자주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 바로 인터넷중독의 증상이다.

이들은 오늘도 여전히 인터넷 경매, 주식거래, 도박, 그리고 게임, 음란물 및 대화방 채팅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일상생활이 점차 지장을 받는 등 비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하여 주변으로부터는 “컴퓨터를 그만 좀 하라!”는 말을 듣지만, 그들은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면 의기소침해지거나, 짜증이 나거나 화가 치밀거나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고 중도에 탈락해 버린다. 주부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하느라 자녀에게 음식을 주는 등의 보살핌을 하지 않거나 온라인상에서 밤을 샌 탓에 늦잠을 자거나 다른 일에는 무관심해진다. 이들이 컴퓨터의 희생물이자 인터넷중독이다.

3. 인터넷중독에 빠지기 쉬운 성격

인터넷중독에 빠지기 쉬운 성격의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꺼려하는 내향적인 사람, 혼자서 깊이 몰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색다른 정보에 심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좋아하기 쉬운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구체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들이 이렇게 컴퓨터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는 컴퓨터의 속성 중 하나인 인간지향성에서 찾아야 한다.

컴퓨터의 인간지향성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 문제다. 인터페이스(interface)는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또는 두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도록 접속되는 경계(boundary)나 이 경계에서 상호 접속하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조건, 규약 등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다.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인간의 오감을 보다 적극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과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발달 및 진보해 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계산기계’ 이상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펀치카드만을 사용하여 컴퓨터를 조작했다. 그러던 것이 마우스나 키보드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손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게 됐다. 키보드로 텍스트를 입력하고 컴퓨터에 명령내리는 일과 스캐너와 사운드카드로 듣고 보는 인간 감각의 활용도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터치모니터, 말을 해석할 수 있는 모듈, 신체 움직임의 자동 캡처가 가능한 데이터장갑 등이 계속 출현, 인간의 감각을 총동원한 소통으로 변화되고 있다. 인간의 명령에 의해, 그리고 ‘가상(假想)’을 ‘현실감’있게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에 빠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전술한 대로 인터넷중독은 컴퓨터가 갖는 속성 때문에 일어난다. 마약이나 도박이 제공하는 일종의 쾌락에 중독되듯, 인터넷 역시 요구를 충족시키는 보상 능력이 있어 중독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는 병리적 측면에서 의사소통 장애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전화나 편지와 달리 자신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과의 접촉을 쉽게 할 수 있고, 자신의 비언어적 반응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나아가 인터넷은 개인이 접촉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시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자기와 타인의 관계가 이전보다 잘 유지되고 있다고 믿고 이를 추구함으로써 인터넷에 대한 집착이 더 증가한다. 여기에 특히 인터넷중독을 부추기는 특성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한 성적 충족은 그 정도를 넘어 본능에 관련돼 유혹의 뿌리가 깊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온라인상에서의 성(性)이야말로 안전한 것으로 인식, 신체 접촉의 위험부담을 느끼지 않은 채 자유롭게 성을 표현하는 점이 대단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런 이유로 인터넷에서는 감춰진 성격이 그대로 발현될 수 있다. 현실에서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적극적이 될 수 있으며, 공격적이지 않았던 개인은 온라인 게임에서 강력한 힘을 얻어 마음껏 공격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런 특성은 물론 노출 요소의 표현에 해당하지만, 이런 노출의 표현으로 개인은 심리적으로 인정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현실 세계에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성취감을 가져다 준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해 심리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느낄 뿐 아니라 같은 그룹의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영향력을 얻어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이로써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뛰어들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관찰하고 탐색하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잠복해서 관찰하는 이것 역시 본능적인 ‘훔쳐보기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인터넷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신의 정체감에 불만이 있는 사람, 사회생활에서 자신감이 결핍된 사람, 자기실현의 좌절을 겪는 사람, 환상적 사고에 취약한 사람 등이다. 이들은 대개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어려운 것이 공통점이다. 인터넷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익명적 관계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나이, 신분 등을 알 수 없으므로, ‘누가 말했는가’보다는 ‘내용이 얼마나 타당한가’가 중요하고, 권위 역시 좋은 내용을 올린 사람이 차지하게 된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생산자이자 전달자다. 자신이 컴퓨터를 더 잘 다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음악을 좀 더 많이 안다는 사실만으로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불특정 다수가 동시에 소통하는 다방적 소통(multi-way communication)이라는 점이다. 자신과 상충되는 의견에 대해 언제든지 반박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런 매력은 그들을 중독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된다.

4. 폭력성의 학습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은 폭력성을 유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인터넷 게임에서 보고 시도한 장면은 간접적인 폭력성을 경험하게 해 현실에서 폭력을 드러내게 한다. 이들은 때로 가족, 친구, 동료를 가리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고, 심한 경우 살인까지 저지른다. 인터넷 폭력게임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을 점차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고, 총을 쏘거나 사냥하는 게임 등은 사람의 성격 자체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이는 인터넷에 빠진 사람들이 폭언이나 거친 행동, 때리는 등으로 나타나는 데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로 우리는 ‘총기 살인범’ 조승희를 들 수 있다.

조승희는 고등학교 시절 1인칭 슈팅게임(FPS)인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조승희가 범행 전 찍었던 동영상을 보면 인터넷에 과하게 접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양손에 권총을 쥐거나 장도리를 들고 위협하는 장면은 영화, 게임 등을 모방한 것이다. 이는 인터넷에서 폭력성을 갖는 게임이 보통 사람에게도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실제 미국의학협회(AMA)에서는 2010년 6월 29일 연례회의에서 게임중독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했다. AMA는 “게임중독이 개인의 정신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며 “1994년 이후 한 차례도 개정하지 않은 미국 게임등급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게임중독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일부에게 폭력적 성향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게임중독은 후에 사이코패스 범죄와 상당부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게임중독자들과 반사회성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의 범죄성향이 유사한 부분이 많은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범행 전후 살해 행각에 대해 매우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데, 일부 게임중독자들에게도 이러한 특성이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할머니를 살해한 뒤 토막 내려 했던 고등학생의 경우 현장검증에서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해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대기업 연구원을 살해한 사람은 범행 후 인근 PC방에서 버젓이 게임을 하는 파렴치한 행각을 벌였다. 전술한 조승희는 범행 전 치밀한 사전계획을 짠 후 자신만이 세상을 구원할 거라는 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녹화해 방송국에 보낼 정도로 태연했다. 이들 모두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이혼, 학대, 따돌림 등 외부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게임중독자나 사이코패스 범죄자 모두 부모의 애정결핍으로 외톨이가 되거나 성격이 삐뚤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기질은 사회를 향한 적대 감정으로 발전하고 종국에는 범행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폭력게임 중독자가 사이코패스로 연결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개연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폭력게임은 폭력적 성향이 잠재하고 있는 사이코패스들에게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 성 충동을 유발하는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컴퓨터의 인간 지향성은 소프트웨어인 특징인 하이퍼텍스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끊임없이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보해 왔고, 그 중심에 하이퍼텍스트가 있다. 하이퍼텍스트는 책이 일관된 논리체계에 의해 짜여지는 것과 달리, 관심 주제별로 묶인다. 화면에서 관심 주제를 클릭하면 다른 주제가 열리고, 다시 그 주제에서 관심이 가는 내용을 선택하면 다시 다른 내용이 열리는 체계다. 웹이나 멀티미디어 텍스트 구성은 이런 하이퍼텍스트로 구성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체제가 인간의 정신활동을 모델로 삼고 있는 점이다.

인간의 오감을 총동원하는 하드웨어와 지능의 활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된 하이퍼텍스트는 사람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상황을 사이버 공간으로 끌어들이면서 이를 보완한다. 기술 발달은 문자에 의한 소통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상호접속 국면을 넓힌다. 특히 하이퍼텍스트 체제로 현대인들은 다양한 소통 방식을 구사하게 됐다. 문제는 인간의 오감을 동원하는 방식이 유달리 인간의 시각을 자극하는 쪽으로 발전, 인터넷이 가상의 시각적 효과를 활용하는 유용한 매체가 된 점이다. 그것이 인터넷이 오늘날 성충동을 유발해 각종 성범죄를 유발하는 매체로 등장한 이유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는 6세 여아 성폭행 살해범이 8개월 만에 검거됐다. 뜻밖에도 범인은 불과 17살의, 결석 한 번 해본 적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가 밝힌 범행 동기는 다름 아닌 음란물이었다. 부모가 없는 사이 인터넷에서 즐겨보던 음란물이 그릇된 성 충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취재의 시작은 바로 이 사건부터였다. 이제 인터넷 음란물은 충격적인 사건까지 일어나게 만드는 동인이 됐다. 음란물로 가득 찬 인터넷은 어느새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됐고, 밤마다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위험한 놀이를 즐기고 있다.

청소년 40%가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경험한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하는 청소년 중 절반 가량이 컴퓨터를 사용한 뒤 신체적·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는 지난 3일 “전국의 초·중·고생 19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48.6%가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한 뒤 집중력 부족과 육체적 이상 등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30.2%가 “인터넷 생각만 나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응답했으며, “시력장애·언어장애·피곤 등 육체적 이상을 느낀다”는 응답이 8.2%, “현실과 가상의 혼동이 온다”는 응답이 7.7%, “화나거나 폭력을 사용하고 싶다”는 응답이 2.5%로 나타났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음란물을 접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40%의 학생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은 “음란물을 계속 보고 싶다(32.5%)”, “성 충동을 느낀다(26.4%)”, “사이버 성 폭력을 하고 싶다(5.1%)”고 대답해 사이버 음란물이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 의식을 심는 것은 물론, 사이버 성 폭력까지 조장하고 있었다. 인터넷은 유용한 수단이지만, 성 충동을 유발하고 각종 성 범죄를 양산하는 매체가 되고 있다.

6. 건전하지 못한 정보를 경험하는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역적 편향을 줄이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메시지는 언제나 저장이 가능하므로 송신자와 수신자가 동시에 마주앉아 있을(real-time communication) 필요가 없고, 지역적 제약이 없으므로 사람들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심에 따라 구성된 새로운 집단과 만나면서 새로운 내용을 접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유럽으로 얼마든 인터넷에서 만나 이야기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빠르고 확실한 정보와 달리 건전하지 못한 정보도 전달한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일부 중·고생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남학생 67%, 여학생 14.9%가, 학년별로는 중학생 31%, 고등학생 39%가 음란 정보에 접촉한 경험이 있었다. 자주 접속한다고 대답한 학생은 9.6%, ‘가끔’은 42.8%였다.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술한 음란물의 접속이다. 음란물은 청소년들에게 성 충동,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중독현상 및 정신분열증 현상 등을 유발한다.

그뿐 아니라 컴퓨터 통신에 들어가 보면 여러 은어나 비어, 욕설 등을 찾을 수 있는데,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정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 음성정보 서비스 문제는 그 도를 넘고 있다. 이 서비스에서의 불건전한 정보 유통을 살펴보면, 700서비스, 국제폰팅, 국내폰팅, 전화방 등이 있다. 700서비스는 현재 1100여개 사업자가 4600여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제공될 정보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협의하고 있어 불건전 정보 유통 사례는 많지 않다.

이에 비해 국제폰팅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유발한다. 국제폰팅은 외국에서 음성정보 사업자가 해외에 자동응답장치를 설치해 주로 국내의 이성간 전화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로 유형으로는 불건전한 전화 대화방, 음성사서함, 음성데이터베이스(database, DB) 등이 있다. 이러한 국제폰팅은 주로 청소년들의 음란 대화로 이용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내국인끼리 통화하면서도 국제전화 요금이 부과돼 일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이용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아까운 외화가 유출되고 있는 데 있다. 어느 농촌 학생이 지난해 두 달간 국제폰팅으로 인한 전화요금 1300만여원 부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년간 국제폰팅으로 해외에 유출된 외화도 약 4천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청소년들이 인터넷상 음란, 폭력, 마약 등 불건전한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인터넷의 개방성과 국제문제 등으로 불건전 사이트에 대한 원천적인 차단이 어렵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도 직접 규제보다는 인터넷 관련 사업자 및 이용자를 통한 자율적 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현재 컴퓨터 필터링의 일종인 넷네니(Net Nanny) 사이버패트롤(Cyber Patrol), 사이버시티(Cyber City), 서프워치(Surf Watch), 세이프서치(Safe Search) 등의 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 보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데 많은 불편이 있고, 문화 차이로 인해 효율성에도 한계가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한국전산원이 개발한 차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보급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차단 소프트웨어의 활발한 개발 및 보급과 아울러 인터넷 등급제를 조기 도입해 대응해야 한다.

7. 인터넷과 언어파괴

인터넷은 언어를 파괴하는 측면이 있다. 요즘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인터넷 용어의 문제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방가방가’ ‘ㄷㄷㄷ’ 'OTL' 등 이런 것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방가방가’는 ‘반갑습니다’를, ‘ㄷㄷㄷ’는 ‘덜덜덜’로 충격적이거나 황당하다는 뜻으로, 그리고 'OTL'은 몹시 좌절한 사람의 모습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른 것으로 언어를 많이 깨뜨리지 않은 정도에서의 사용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한글’이 매우 우수하다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는데, 정작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글의 위대함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언어 중 한글이 가장 훌륭하다는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인터넷상에서 더 인정된다. 한글은 문자 조합이 자유로워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도 정작 우리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언어 파괴는 대개 말 줄임과 인터넷 용어 사용으로, 어른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바야흐로 말보다는 글이 많이 쓰이는 시대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휴대폰 보급이 늘면서 문자 사용도 늘어났고, 글이 많이 사용되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통신매체 특성상 빨리 쓰고 글을 줄여쓰기 위해 말을 소리나는 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젊은 세대가 어른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Emoticon)도 많이 사용한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힘들어 기분이나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말 줄임은 십대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WTO 같은 국제기구의 이름도 앞 글자만으로 쉽게 쓰이고 있다. 특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특수문자의 기호로 만든 외계어들이 인터넷상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금년도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사전에는 많은 신조어들이 실렸다. 이 신조어들은 사전에도 없었으며, 2002-2006년 우리 사회에서 새로 만들어져 인터넷 공간이나 실생활에서 유행처럼 쓰인 표현 1330여개다. 그동안 출처 불명의 외계어로 푸대접을 받던 이들 신조어 중 일부가 내년 새로 발간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신조어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거울이기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주요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신조어로는 떡밥글, 악플러, 낚시글, 된장녀, 펌 등이 꼽혔다. 낚시글은 게시물 제목과 본 내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네티즌들을 현혹한다는 의미가 있고, 떡밥글은 낚시글을 덥석 무는 네티즌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악플러는 악성 리플의 줄임말에 악플과 사람을 나타내는 영어식 접미사인 러(-er)를 혼합한 말로, 유명인 등을 근거없이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기존 단어를 축소하거나 합성하는 방식의 신조어도 눈길을 끈다. 경제력을 갖춘 30대 이상의 미혼 여성을 뜻하는 골드 미스(올드 미스), 애완견을 돌봐주는 사람인 도그 시터(베이비 시터), 재테크 감각이 부족한 돈맹(문맹) 등이 좋은 본보기다. 어구를 줄여 만들어진 말 가운데 갈비(갈수록 비호감), 즐감(즐거운 감상),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이 있었고, 형태가 변형된 말에는 노래와 호텔이 합쳐진 노래텔, 레저와 바캉스가 결합된 레캉스 등이 포함됐다. 인터넷에서 선생을 지칭하는 사이처도 사이버와 티처의 합성어다. 이는 시대 변화와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인터넷의 언어파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연출한다. ‘어 탸콰 ㆀ뎌응 九들乙 ㉯드 설 家ㆀ’ 이 말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 네티즌들이 풀이하는 방식에 따르면 뜻은 “우리 착하고 좋은 친구들을 놔두고 서울로 가요”다. 최근 인터넷에는 이처럼 한문과 영어, 특수문자까지 조합한 이른바 ‘외계어’가 범람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정상 언어를 파괴하는 양상이 10대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이다. ‘방가’가 ‘반갑습니다’로 통용되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극단적인 사이버 언어가 판을 치고 있다. 다른 예를 들면 ‘2ㅹYo’는 ‘예뻐요’, ‘번애쥬세孝’는 ‘보내주세요’로 해석된다. ‘엎 쓰 납허? 하띄 마횹’라는 기상천외한 문장은 ‘외계어 쓰는 게 왜 나뻐요? 쓰던지 말던지 상관하지 마세요’라는 뜻이다.

언어파괴를 반대하는 사람들(cafe.daum.net/antioutside) 게시판은 이러한 외계어 신고로 넘치고 있다. 10대들이 만든 포털사이트 ‘아이두(www.idoo.net)’도 언어파괴 중단 배너달기 운동에 나섰다. 10대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외계어는 끼리 문화를 만들어 그 말을 모르는 사람을 배척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통신 언어가 언어의 본질적 기능인 의사소통 장애까지 일으켜, 성인들과 달리 청소년은 통신 언어가 제도권 언어로 확대돼 우리말을 하면서도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소통에 장애를 주고 있다. 우리말이 개방적 표기체계를 갖고 있어 통신언어의 확장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거의 외계에서나 쓸 법한 언어까지 등장한 세태에 대해선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8. 결론: 다른 중독과 인터넷중독 차이는

지금까지 인터넷중독의 이해의 전제에 대해 기술했다. 인터넷중독으로 들어가 전 인터넷에 대해 이 정도는 알고 지나가자는 의도였다. 이 정도만 기술해도 인터넷 영역이 어떤가를 아는 데 기초가 됐을 것이다. 인터넷이 갖는 특성을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인터넷중독 원인이나 경향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은 특성상 성인보다 청소년들이 접하기 쉬운 매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중독을 다룰 때 청소년들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음을 염두에 두자는 것이었다.

청소년들은 급격한 인지발달이 이뤄지는 시기이면서도 놀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증폭된다. 이러한 증가와 달리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힘은 시차를 두고 발달한다. 그래서 어릴수록 쉽게 인터넷 게임에 빠져든다.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본능적 행동에 비해, 이를 자제하거나 더 중요한 일을 위해 잠시 보류하는 힘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경향은 사회적 관계가 활발하지 못한 아동들에게 더 나타난다. 친구관계가 활발하고 밖에서 잘 노는 아이들에서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드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 인터넷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다. 이는 ‘인간 반응(human response)’에 비해 기계적 반응을 더 많이 경험한다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접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해야 할 청소년들이 비감정적이거나 삭막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면 향후 이들의 성격과 같은 전반적인 성장에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활발한 보급으로 이제는 모든 아동과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친숙해져 있다. 인터넷을 모르고는 유용한 정보와 학습 자료를 얻는데 불리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학교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 인터넷의 이용은 필수적이다. 이처럼 인터넷의 유용한 측면이 많지만, ‘지나친 몰두’에 주의해야 한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갖가지 정신적 증상은 실로 다양하다. 치료기관을 방문하는 아동·청소년들은 인터넷 문제만으로 오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학교 적응의 어려움이나 의욕 저하, 스트레스, 우울 등의 문제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상세한 진찰과 면담을 해 보면 많은 경우 인터넷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

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자녀가 인터넷에 중독돼 많은 폐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상 그런 경우에도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기준을 잡기 어렵고, 아직 그러한 문제까지 보이지 않는 경우 어떻게 예방을 해야 할지 알고 싶어한다. 요즘 시대에 자녀를 잘 기르는 요령 중 하나는 부모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적 지식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의 직접 상담, 사이버 상담 등을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부모와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대한 상식과 그 폐해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인터넷중독은 정보이용자가 지나치게 컴퓨터에 접속하여 일상생활에 심각한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및 금전적 ‘지장’을 받는 상태다.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해야 만족을 느끼는 ‘내성’,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거나 감소하면 정신 운동성 초조나 불안, 혹은 인터넷에 대한 강박적 사고나 환상(또는 백일몽)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 ‘금단’, 이와 함께 인터넷 사용을 위해 중요한 사회적·직업적 활동을 포기하는 사태가 12개월 내 발생하는 것을 ‘인터넷 중독장애’라 일컫는다.

이제 다양한 사례와 그 치료 경험을 통하여 인터넷이 충분히 중독될 만큼 강력하며, 그 위력은 일상생활을 파멸로 이끌 만큼 위력적이라는 것을 보임으로써 모든 의문을 일축시켰다고 할 수 있다. 치료자는 수많은 인터넷중독자들과의 면접과 심리치료로 인터넷중독이 가상공간의 비현실적 관계로 인해 가정파탄을 초래하고, 억제할 수 없는 사용은 학업문제를 일으키며, 업무시간의 인터넷 사용으로 직장에서 상사와 문제를 일으켜 퇴직까지 당하는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현대에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는 중독증이란 마약이나 알코올과 같은 약물만이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며, 도박·과식·성 행위·운동·TV 및 컴퓨터 게임 등 인간의 모든 활동이 중독될 수 있다. 이런 중독 성향을 갖는 것들은 그대로 인터넷중독에 관한 이론적인 토대가 된다.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에 매우 필요한 수단이지만 다른 중독보다 훨씬 더 많은 정신적 증상을 유발한다. 그래서 인터넷중독은 더 심도있게 다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