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러 연합감리교회
▲2023년 6월 8일 메릴랜드주의 한 교회에서 벌어진 심각한 기물 파손 행위. ⓒ페이스북
미국에서 교회에 대한 적대감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 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FRC)가 20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교회에 대한 적대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교회에 대한 적대 행위는 436건을 기록했으며, 이는 2022년에 비해 두 배 이상, 2018년에 비해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FRC는 2018년부터 교회에 대한 적대 행위 데이터를 수집·발표해 왔으며, 지난 6년 동안 총 915건의 적대 행위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 사이에 교회에서 최소 315건의 기물 파손 행위, 75건의 방화 공격 또는 시도, 10건의 총기 관련 사건, 20건의 폭탄 위협, 37건의 기타 사건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17건은 하나 이상의 범주에 속하며, 기물 파손과 방화가 가장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FRC 토니 퍼킨스(Tony Perkins)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외에서 증가하는 종교적 박해와 국내 교회에 대해 급속히 증가하는 적대감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교의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해외의 무관심은 여기 미국에서 성경을 믿는 교회가 가르치는 도덕적 절대성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하는 것과 맞먹으며, 이는 교회에 대한 적대적인 환경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FRC에 따르면, 교회에 대한 적대감 증가는 2022년 보고서 발표 이후 둔화되지도 정체되지도 않은 채 오히려 ‘가속화’됐다. 이는 2023년 48개 주와 컬럼비아특별구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보고서는 “인구가 많은 주에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가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텍사스가 28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하와이와 와이오밍에는 보고된 사건이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역사적 흑인교회인 파울러연합감리교회는 지난 6월 발생한 기물 파손 행위로 10만 달러(약 1억 3,298만 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교회를 공격한 이들은 성경과 찬송가의 페이지를 찢어 바닥과 의자에 흩뿌리고, 의자 덮개를 찢고 큰 나무십자가를 무너뜨렸다. 또 강단에 있던 기독교 깃발을 제거하고, 교회 옥외 간판의 글자를 벗겨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낙태권 보장을 위한 주 헌법 개정안 1호와 관련된 여러 사건이 발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누군가 신시내티의 세인트모니카-세인트조지교회(St. Monica-St. George Church)에 세워진 ‘반대 투표’ 표지판을 뽑고 교회 안에 쓰레기들을 던져 놓았다. 

신시내티의 또 다른 교회인 세인트바르톨로뮤교회(St. Bartholomew Church)에서 발생한 별도의 사건에서는 누군가가 6~8개의 “반대 투표” 표지판을 제거하고 “찬성 투표” 표지판으로 바꿔 놓았다. 

테러단체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반이스라엘 또는 반유대주의’ 정서가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물 파손 행위가 발생했다. 11월 조지아주 디케이터에 있는 디케이터하이츠교회(The Church at Decatur Heights)의 부지에 있던 “우리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표지판 위에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이라는 글귀가 스프레이로 덮여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탄의 형상이나 상징이 포함된 사건도 12건 발생했다. 지난 7월, 누군가 텍사스주 엘패소의 삼위일체가톨릭교회(Most Holy Trinity Catholic Church)에 침입해 여러 물품에 ‘666’이라는 숫자를 적는 등 사탄의 형상을 남겼다. 교회 내부의 십자가도 뒤집혔고, 성유도 버려졌다. 10월에는 루이지애나주 제닝스의 예수예배센터(Jesus Worship Center) 건물에 “악마가 부활했다”는 문구와 오각형 상징이 스프레이로 그려져 있었다.

2023년 1월에는 여러 성탄 장식들이 표적이 됐다.

이 밖에 방화, 방화 미수, 원인불명 화재 등 75건의 화재 사건이 발생했으며, 그 중에는 빠르게 진압된 작은 화재부터 교회 건물을 완전히 파괴한 화재까지 다양했으나, 대부분의 경우 동기가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 헤이워드에 있는 루마니아정교회승천교회(Ascension of the Lord Romanian Orthodox Church)에 누군가 침입해 성경과 십자가를 포함한 여러 종교 유물에 불을 붙였고, 불에 탄 물건과 재가 제단 주변에 남기도 했다. 

FRC가 보고한 10건의 총기 관련 사건들 중 대부분에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커버넌트학교(The Covenant School)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경우, 학생 3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트랜스젠더로 확인됐다.   

FRC 종교자유센터 소장이자 보고서 작성자인 아리엘 델 투르코(Arielle Del Turco)는 “이러한 적대 행위들은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원하지 않거나 일반적으로 존중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문화는 기독교와 핵심 기독교 신앙에 대한 경멸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교회에 대한 적대 행위는 이를 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범죄의 동기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교회와 모든 예배 장소를 존중해야 하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종교 자유의 중요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