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사람들
복음의 사람들

마이클 리브스 | 송동민 역 | 복있는사람 | 212쪽 | 13,000원

교회마다 추구하는 신학적 노선이 다양하지만, ‘복음주의’라는 말은 그들을 복음으로 하나 되게 하는 힘이 있다. 대표적으로 ‘복음연합’(The Gospel Coalition)이 이러한 긍정적인 사역을 해 왔다.

하지만 복음주의를 이해하고 규정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복음주의가 무엇인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마이클 리브스는 오늘날 복음주의 운동을 “너비가 수 킬로미터에 이르지만 깊이는 2-3센티미터에 불과한 거대한 호수처럼 보인다(13쪽)”고 평가했다.

복음주의는 단지 자기가 믿는 교리만을 정통이라 고집하며, 다른 견해를 철저히 배척하는 집단이 아니다. 반대로 자유주의 신조와 혼합돼 성경의 권위와 충분성을 거부하는 집단까지 복음의 넓은 울타리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정확히 복음주의란 무엇인가?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고(박사), 런던 랭엄 플레이스 올 소울스 교회의 목사이자 영국 대학기독인회 신학 자문위원으로 일한 마이클 리브스는 교회사와 조직신학에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는 목사, 저자, 신학자이다.

국내에도 종교개혁과 청교도 관련 저서가 제법 소개되었다. 리브스는 최근에 출판된 <복음의 사람들(복있는사람, 2023)>을 통해 진정한 복음주의가 무엇인지 신학적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그는 다이어그램으로 복음주의가 믿는 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보여주는데, 1. 성부 하나님의 계시, 2. 성자 하나님의 구속, 3. 성령 하나님을 통한 거듭남이 가장 큰 골자이고, 각 항목 밑에는 1-1. 성경의 최종 계시, 1-2. 성경의 영감, 1-3. 성경의 신뢰성, 2-1. 그리스도의 유일한 정체성, 2-2. 그리스도의 온전한 사역, 2-3. 오직 믿음에 의한 칭의, 3-1. 새로운 탄생, 3-2. 새로운 삶, 3-3. 새 백성이 각각 위치한다.

정리된 이 내용이 <복음의 사람들>의 목차이자 개요이다. 여기에 추가로 2개 부록을 통해, 저자는 복음주의가 정의될 수 있고 초대교회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들은 복음주의로 분류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장로교 신학(개혁주의), 침례교 신학, 감리교 신학(웨슬리 신학) 등으로 구분하더라도 복음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같은 주님을 섬기고 같은 구원을 받고 같은 믿음으로 같은 소망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복음주의’는 다르다. 저자가 말한 특징을 가만히 생각해 보라. 만일 스스로 기독교라 말하면서 성부 하나님의 계시를 의심한다면, 성경 외에 또 다른 계시, 나아가 성경을 보완하는 더 높은 권위와 추가된 계시의 필요를 인정하는 사람을 우리는 같은 기독교인이라 부를 수 있는가?

성경이 부분적으로 영감되어 인간적 요소가 묻어난 부분엔 오류가 있다고 말하는 자들과 성경에 관한 같은 믿음을 공유할 수 있을까?

오직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고 말하는 자는 모두 저주를 받게 될 거라고 공언한 가톨릭과,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산다고 믿는 기독교가 같은 복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성령 하나님이 생명을 주시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경험하는 바가 확연히 다른 두 집단을 모두 하나의 기독교로 통합할 수 있는가?

마이클 리브스
▲저자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 ⓒ복있는사람
그러므로 복음주의는 단순히 여러 신학적 견해 중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주의는 성격 자체가 복음적이라 그 안에 들어와 같은 믿음을 공유할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분별이 다를 수 있는 많은 교리들에 관용과 자유를 베풀지만, 핵심 교리를 반대하는 이들을 ‘다른 복음’을 가르치는 이들로 분류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복음주의는 모든 ‘복음의 사람들’이 알고 믿고 가르치고 전수하고 지켜내야 할 핵심 교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복음주의를 정의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복음주의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그 복음, 사도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수된 그 복음을 순수하게 지켜내고 따른다. 복음주의 밖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사랑과 친절과 온유와 겸손), 복음주의는 밖에 있는 이들이 ‘다른 복음’을 속히 떠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성경이 말하는 복음으로 돌아오기를 간구한다.

마이클 리브스의 <복음의 사람들>은 진짜 복음주의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어떻게든 ‘기독교’라는 큰 울타리 안에 각종 분파를 집어넣어 참 기독교가 무엇을 믿고 가르치는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된 지금, 우리는 복음주의의 핵심과 그 경계선을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독교의 한 분파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이 복음 자체를 명확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회라고 해서 다 교회가 아니고, 목사라고 해서 다 목사가 아니다. 기독교라고 해서 다 기독교가 아니고, 복음을 말한다고 해서 다 성경이 말하는 그 복음이 아니다.

진짜 복음을 믿고, 그 믿음대로 살고, 이를 통해 전수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자는 저자의 설명에 ‘아멘’으로 화답할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