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

콜린 핸슨 | 윤종석 역 | 두란노 | 420쪽 | 24,000원

팀 켈러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신학적 노선은 복음주의가 분명한 것 같은데, 가르치는 방식은 근본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주의자처럼 보인다.

그래서 콜린 핸슨은 팀 켈러가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평가한다.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고 성경의 정통 교리를 표방하지만, 독자의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며 변증과 복음 전파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 같다.

예컨대 켈러는 웬만한 복음주의 저자가 인용하지 않는 상업영화와 드라마 대사를 종종 인용한다. 2013년 두란노에서 출간된 <일과 영성>을 통해 처음 팀 켈러를 접하고, 필자는 기독교 안팎의 방대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성경적 원리의 핵심으로 끌고 들어가는 저자의 방식에 조바심이 났다. 한편 <팀 켈러의 기도>(두란노, 2015), <팀 켈러의 설교>(두란노, 2016)를 읽을 땐, 뚜렷한 성경적 가르침을 풍부하게 맛보는 기쁨을 만끽했다.

콜린 핸슨은 팀 켈러가 설립한 TGC(복음연합)의 콘텐츠 부문 부대표 및 편집장으로,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있는 비슨신학교 변증학 교수이기도 하다. 국내 소개된 핸슨의 책은 <교회의 재발견>(개혁된실천사, 2022) 등이 있고,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라는 책을 통해 이번에 팀 켈러에 관한 호기심을 말끔히 해소해 주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전기와 다르다. 인물의 탄생부터 현재 모습 혹은 임종까지 중요한 업적이나 사건을 다루기보다, 부제에서 밝힌 것처럼 ‘그(팀 켈러)의 영성과 지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설명한다: “이 책은 지금의 팀 켈러를 만든 많은 사람과 책의 강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다(31쪽).”

팀 켈러는 근본주의자에게 유신진화론자라는 지적을 받으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저작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 하나님에 대한 오해와 진실>(두란노, 2017)을 보면, 실제로 그는 창세기의 창조 기사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한편 켈러는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경의 권위를 가지고 분명하게 가르친다는 이유로 기독교 기관에서 주는 상을 박탈당하기도 했는데, 이를 보면 어떤 영역에 있어 그는 근본주의와 의견을 같이한다.

팀 켈러
▲팀 켈러 목사 소천 후 홈페이지에 그를 기리며 게시된 사진. ⓒtimothykeller.com
핸슨은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에서 켈러가 가진 지성과 영성이 어떻게 지금처럼 형성되었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켈러는 종교학을 전공해 다양한 세계관을 이해하고, 가톨릭에서 루터교, 장로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독교를 경험했다. 그가 수학한 웨스트민스터, 고든 콘웰에서 그는 자유주의와 근본주의 교수들의 영향을 두루 받았다.

특별히 프란시스 쉐퍼, R. C. 스프로울, 제이 아담스, 엘리자베스 엘리엇 등을 통해 하나님은 켈러가 복음주의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정통 기독교를 수호하는 일꾼이 되도록 빚으신 것 같다. 하지만 근본주의자의 시선으로 볼 때, 켈러의 복잡하고 다양한 배경은 그를 분명 근본주의와 거리가 있는 인물로 보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켈러는 IVF에서 일할 때부터 복음 전파의 사명에 열정적이었다. 하나님은 사명에 충성하는 켈러 부부를 통해 열매를 거두게 하셨다. 대학 때부터 뉴욕 리디머 교회까지 켈러 부부는 가정을 개방하고 복음이 필요한 자들을 초청했다.

그는 멋지고 폼나는 도시 교회를 지향한 게 아니다. 복음이 필요한 사람이 많이 있는 곳, 사회적·정서적·영적으로 굶주린 이들을 복음의 능력으로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상의 본부로 도시를 선택한 것이다.

영혼을 설득하여 구주를 만나게 하려는 켈러의 분명한 의지는 그가 쓴 모든 책과 강단의 가르침, 설교, 교회 운영 방식 등에 모두 드러난다. 켈러는 주입식으로 가르치기보다 독자/청자와 대화하기 원하고, 방대한 각주와 인용을 통해 그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그들의 세계관의 맹점을 스스로 발견하게 하며 성경의 대안이 최고의 해결책임을 보여준다.

한편 켈러는 근본주의자가 이웃의 필요에 무관심하면서 복음만 제시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래서 그는 참된 복음의 능력에 사회의 불의를 해소하는 능력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핸슨의 책을 통해 수긍할 수 있는 건 팀 켈러가 그만큼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실 수 있는 그리스도께 인도하기를 갈망했다는 것이다.

아내의 크론병, 자신의 암 투병을 겪으면서도 팀 켈러는 끝까지 하나님의 사람으로 충성을 다했다. 모든 것을 혼자 아는 것처럼 교만하지 않았고, 독선적인 태도로 교회나 기관, 가정을 이끌지도 않았다(어떤 사람은 그래서 켈러의 더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했다고 한다).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통찰을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겸손하게 행했던 켈러. 수천 명의 교인이 모였지만, 각 사람에게 말하듯 개인적이고 친밀하게 또 단호하고 분명하게 가르쳤던 켈러. 우리는 켈러의 모든 견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가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충성스럽게 주를 섬겼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콜린 핸슨의 책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를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를 빚으시고 사용하셨는지 발견하고, 그 놀라운 기쁨과 감사를 가지고 독자를 빚으시고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게 되기를 바란다.

또 켈러의 저작을 대할 때, 핸슨이 그려낸 켈러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모두 팀 켈러를 빚으시고 사용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그의 저작을 통해 더욱 친밀하게 경험하기를 소원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