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팀 켈러 목사가 생전 말했던 ‘죽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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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섭 목사 ‘팀 켈러를 추모하며’

팀 켈러(Tim Keller) 목사가 5월 19일 오전(현지시간) ‘예수님을 만날 준비를 끝낸 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보내심을 받은(I’m ready to see Jesus. I can’t wait to see Jesus. Send me home, 유언 중 하나)’ 가운데, 국내 최고 ‘팀 켈러 연구가’인 고상섭 목사님(그사랑교회)이 ‘팀 켈러를 추모하며’라는 글에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고상섭 목사님은 본 글을 포함해 1주일 동안 매일 <복음과도시>에 ‘팀 켈러 목사의 유산’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팀 켈러 목사 소천 후 홈페이지에 그를 기리며 게시된 사진. ⓒtimothykeller.com
▲팀 켈러 목사 소천 후 홈페이지에 그를 기리며 게시된 사진. ⓒtimothykeller.com

“암이 아니라 내 죄와 싸우는 중”
복음이 어떻게 죽음 극복하는지
죽음 앞에서도 말과 삶으로 보여

2023년 5월 19일, 팀 켈러 목사가 향년 7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아들 마이클 켈러(Michael Keller)는 페이스북에서 팀 켈러의 유언을 알려주었다.

“하나님께서 제가 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예수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저를 영원한 본향으로 인도해주시옵소서.”

“I’m thankful for the time God has given me, but I’m ready to see Jesus. I can’t wait to see Jesus. Send me home..”
링크: https://www.facebook.com/search/top?q=timothy%20keller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를 쓴 팀 켈러 전기 작가인 콜린 핸슨은 팀 켈러가 암과 싸우는 중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체험하려고 애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암과 싸우는 게 아니라 내 죄와 싸우고 있습니다.”

또한 부활의 소망을 기뻐하는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안식하고자 애쓰면서 17세기 신학자인 존 오웬이 죽음을 앞두고 쓴 <그리스도의 영광>을 통해 죽음을 준비했다고 말한다(콜린 핸슨,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 380쪽).

죽음 앞에서도 팀 켈러는 복음이 어떻게 죽음을 극복하는가를 말뿐 아니라 삶으로 보여준 모델이었다. 그의 삶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책 <죽음에 관하여>를 통해 팀 켈러가 어떻게 죽음을 준비했는지, 그리고 남아 있는 우리는 그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추모하고자 한다.

언젠가 맞을 나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죽음은 거대한 단절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우리에게서 또는 우리를 그들에게서 갈라 놓는다. … 현대인들은 사랑, 특히 낭만적인 사랑에 관해 끝없이 글을 쓰고 말로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고 우리를 피해가는 듯 하다.

하지만 죽음은 아무도 건너 뛰지 않는다. 어차피 누구나 한 번은 죽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선조들에 비해 죽음을 대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왜 현대인들은 죽음에 대해 이처럼 무기력한가(팀 켈러, <죽음에 관하여>, 15쪽)?”

팀 켈러는 현대인이 옛 선조들보다 죽음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과거 사람들은 죽음을 가까이서 보았다. 가족 중 몇 명이 태어나서 빨리 죽기도 했고, 누군가의 죽음과 시체를 눈으로 보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의학과 과학 덕에 조기 사망률이 낮아졌고, 병원과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인이 되도록 한 사람의죽음도 지켜보지 못하는 일이 당연해졌다.

아툴 가완디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현대인들이 “죽음의 불가피성을 부정하며 산다”고 지적했다(팀 켈러, <죽음에 관하여>, 17쪽). 성경은 죽음을 통해 인간 삶의 한계를 인정하며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며, 죽음을 부정하는 것은 우매자의 삶이라 경고한다.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혼인집에 있느니라(전도서 7:4)”.

팀 켈러는 죽음이 두려워하며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영적 후자극제(의식을 잃은 사람을 냄새로 깨어나게 하는 약)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은 우리를 흔들어 깨워 이 생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한다. 장례식장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 하나님의 사랑을 제외하고는 이생의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게 해준다.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이 우리를 떠나지만 하나님의 사랑만은 우리를 영원히 떠나지 않는다.

“그 사랑은 우리와 함께 죽음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통과해 우리를 그 분의 품에 안기게 한다. 당신이 잃을 수 없는 것은 그것 하나 뿐이다. 우리를 품어 주실 하나님의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늘 극도로 불안할 것이다(팀 켈러, <죽음에 관하여>, 35쪽).”

▲팀 켈러의 인생 베이직 시리즈 중 &lt;죽음에 관하여&gt;(120쪽, 두란노, 7,000원).
▲팀 켈러의 인생 베이직 시리즈 중 <죽음에 관하여>(120쪽, 두란노, 7,000원).

죽음을 이긴 챔피언이 있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만물이 그를 위하고 또한 그로 말미암은 이가 많은 아들들을 이끌어 영광에 들어가게 하시는 일에 그들의 구원의 창시자를 고난을 통하여 온전하게 하심이 합당하도다(히브리서 2:10)”.

성경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고난과 죽음을 통과해 우리 구원의 ‘창시자’가 되셨다고 말한다. 헬라어 원어로는 ‘아르케고스’다. 어근인 ‘아르코’는 ‘시작하다’ 라는 의미가 있다. 헬라 철학자들이 만물의 시작과 근원을 말하는 단어로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말에도 ‘제일’이라는 말은 ‘첫 번째’라는 말도 되지만 ‘최강·최고’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의 ‘창시자’도 ‘승리자’ 또는 ‘챔피언’으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이다.

챔피언은 우리를 대신해서 싸우는 사람이다. 다윗과 골리앗이 싸울 때도 단순한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자국 군대의 챔피언으로 출전했고 대표로 싸운 것이다. 다윗의 승리는 전 이스라엘의 승리이다.

챔피언이 이기면,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챔피언 되셔서 우리를 대신해서 출전하여 승리하신 것이다.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은 죽음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멸하시며 또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한평생 매여 종 노릇 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 주려 하심이니(히브리서 2:14–15)”.

히브리서 2장 14절에는 예수님이 죽음의 세력을 멸하셨다고 했다. 그분이 우리를 대신하여 죽음으로 죽음의 세력을 멸망시키셨다. 그리고 그리스도와 연합된 우리는 장래에 부활하리라는 소망을 함께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위대한 대장이시자 챔피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망을 물리친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에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전 15:55)”고 조롱했다.

히브리 사람들은 사망이 쏘는 화살에 맞으면 사람이 죽는다고 보았다. 바울의 말을 다시 풀어서 설명하면, “죽음아 나를 죽여 보아라. 나는 죽어도 사는 부활의 생명을 가진 존재이다. 너는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나는 그리스도로 인해 죽음을 정복했노라” 외친 것이다.

“신자는 죽든 살든 결과와 무관하게 늘 죽음을 이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셨기에 이제 죽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우리를 지금까지보다도 더 행복하고 더 사랑받는 존재가 되게 하는 것뿐이다. 예수님이 당신을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여 당신의 살아계신 구주가 되셨을진대 죽음이 당신에게 무엇을 어찌하겠는가(팀 켈러, <죽음에 관하여>, 42쪽)?”

팀 켈러는 그의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죽음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챔피언 되신 그리스도로 인해 승리했음을 그의 유언을 통해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있다.

“저는 이제 예수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저를 영원한 본향으로 인도해주시옵소서.”

▲콜린 핸슨의 전기 &lt;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gt;(윤종석 역, 420쪽, 두란노, 24,000원).
▲콜린 핸슨의 전기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윤종석 역, 420쪽, 두란노, 24,000원).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가?

“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 너희가 알지 못함을 우리가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소망 없는 다른 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데살로니가전서 4:13)”.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성경은 “소망없는 다른 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중 부정이므로, 실제로는 “소망을 품고 슬퍼하라”는 말이다. 우리의 철천지 원수인 죽음 앞에 극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팀 켈러, <죽음에 관하여>, 46쪽).

팀 켈러가 말하는 ‘균형’이란, 먼저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슬퍼하지 않는 것이 신앙적이라고 말하는 한쪽 극단을 거부하라는 것이고. 극도의 슬픔으로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신자라도 마땅히 슬퍼해야 하지만, 그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가슴 깊이 충분히 슬퍼할 수 있지만, 동시에 소망이 공존할 수 있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다(요 11:35)’. 또한 죽음을 슬퍼하고 분노하셨다. 인간이 하나님과 더불어 에덴동산에서 영원히 살도록 지음받았지만, 죄가 들어오면서 죽음이 침투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창조 세계를 무참히 일그러뜨렸다.

오늘날 세속적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죽음은 당연한 것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죽음은 잘못된 침입자이다. 그래서 아무리 죽음 앞에 평정심을 유지하려 해도, 모든 사람은 죽음이 두렵고 낯설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잠시 후 나사로를 살릴 것이지만, 슬퍼하고 분노하셨다. 그리고 죽음 앞에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상태를 가슴 아파하셨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심으로 결국 죽음을 정복하셨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정복하셨기에, 이제 우리도 장차 그분의 부활에 동참할 수 있다. 그 소망이 우리의 슬픔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소망을 품도록 인도한다.

팀 켈러의 아내 캐시 켈러(Kathy Keller)는 천국을 사모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영광은 기념품을 사지 않아도 되어서 좋아요.” 이 말은 위대하고 아름다우신 하나님을 장차 직접 뵙기 때문이다. 이 땅의 모든 행복은 사실 새 하늘과 새 땅의 예고편과 맛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또한 소망을 품어야 한다. 트와이트 무디 목사는 죽음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머잖아 시카고의 여러 신문에 드와이트 무디의 부고가 실리거든, 절대로 믿지 말라. 그 순간 나는 지금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있을 것이다(팀 켈러, <죽음에 관하여>, 79쪽).”

팀 켈러의 죽음 앞에서, 우리 또한 그의 가르침대로 슬퍼하지만 소망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천국을 사모하며 살 때 이 땅에서 천국의 예고편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 가르침을 기억하며, 영원한 나라의 그림자로 오늘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요전번 밤 우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정말 우리는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려고 하네요.’ 그 모든 결과로 우리는 늘 불행했습니다. 영국에 남을 수도 없고 집에 와야 하니까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남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캐시는 휴가가 내세를 사모하지 않는 이 땅의 천국이었다.) …

한편 저는 늘 내일을 생각하느라 하루도 즐거웠던 적이 없습니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늘 뒤쳐져 있으니까요. … 우리가 지상천국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런 천국은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 실제로 천국을 천국으로 삼으면 이 땅의 기쁨도 이전보다 짜릿해집니다. 참 신기하지요, 이전 어느 때보다 하루가 즐거워지는 겁니다(콜린 핸슨,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 381쪽).”

팀 켈러, 천국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예수님의 품 안에서 편히 쉬세요.
당신과 함께 이 땅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가르쳐 주신 복음의 풍성함을 누리며, 천국을 사모하며 주님의 사명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을 슬퍼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소망을 품습니다. 영원한 챔피언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셨습니다.
그날에 기쁘게 만날 날을 소망하며, 남겨주신 유산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가겠습니다. 콜린 핸슨의 전기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팀 켈러는 기도로 하나님께 돌아갔다. 믿음으로만 보던 그분을 직접 뵈올 그 날을 더 깊고 깊은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콜린 핸슨,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 382쪽).”

그날에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뵐 날을 소망하며 오늘을 슬퍼합니다.

▲고상섭 목사가 과거 &lsquo;팀 켈러와 복음신학&rsquo;에 대해 발표하던 모습. ⓒ크투 DB
▲고상섭 목사가 과거 ‘팀 켈러와 복음신학’에 대해 발표하던 모습. ⓒ크투 DB

고상섭 목사

그사랑교회 담임
영남신대·합동신대 졸업
팀 켈러 연구가, CTC코리아 강사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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