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대면 예배 금지 명령’이 기독교계와 정부의 협의를 통해 다소 완화됐다고 9월 18일 발표됐다. 정세균 총리가 지난 8월 18일 수도권에선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기독교계 측에서는 ‘대면 예배 금지 명령’ 해제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금지 명령 완화는 교회와 예배에 대한 탄압과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하나의 구실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감염이 확산될 때마다 교회부터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 지금까지 당국이 반복적으로 보여온 방식이었고, 곧 있을 추석 연휴로 인해 감염이 대대적으로 확산될 것은 거의 분명하기 때문이다.

9월 20일 주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조정안은, 교회 규모와 관계없이 무조건 온라인 예배를 위해 필요한 20명 미만의 인원만 예배당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던 기존의 안에 비해 어느 정도 유연성은 보여주고 있다. 300석 이상의 예배실을 보유한 경우 최대 50명까지 현장 예배 참석이 가능하도록 했고, 동일 교회 내에 다른 예배실이 있는 경우 같은 기준에 따라 실시간 중계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300석 이상의 소예배실 1개, 300석 미만의 소예배실 1개를 추가로 보유한 경우, 본당 50명, 2개의 소예배실에 각각 50명과 20명씩, 최대 120명까지 동시에 실시간 예배를 참여할 수 있다.

또 9월 21일 주간부터 진행되는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도 중대본과의 협의를 통해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거의 모든 교단들이 총회를 기존 며칠간 모여 진행하던 것에서 하룻동안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들이 교회 내에서의 회의(집회)라는 이유로 불허 방침을 보여 갈등을 빚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협의에 대해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픔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고, 또한 유독 교회에 전염병 확산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마녀사냥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같은 협의를 주도했던 교계 지도자들에 대해 도 넘은 비판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리고 극심한 반기독교 정서 속에서, 이를 빌미로 탄압받는 일선 교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잖이 고뇌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면 예배 금지 완화’가 교회를 향한 더 큰 탄압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지금껏 방역 당국은 감염이 크게 확산될 때마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희생양을 찾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해 왔고, 그 희생양은 주로 교회가 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중국발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으며, 그러면서도 국민들에게 정부가 아주 잘 대처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하라고 거듭 밝혔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날 청와대에서 벌어졌던 소위 ‘짜파구리 오찬’은 그 절정이었다.

그러다가 감염이 확산되자 대중교통, 유흥업소, 식당, 카페, 공연장 등 ‘거리 두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몸을 밀착하는 장소들은 제쳐 두고, 유독 교회 예배를 향해 제재를 쏟아냈다. ‘우한폐렴’이라는 명칭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며 이를 사용하지도 못하게 했으면서, 교회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은 방임 내지 조장하는 듯했다. 심지어 확진자 동선에 교회가 없었는데도, 특정 교회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교회 확진자’라고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경기도는 마치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몰아세우며 기세 등등하게 몇 주간에 걸쳐 교회들의 주일예배를 현장 조사했으나, 99% 이상의 교회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나머지 1%도 미준수 정도가 경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코로나 단속 공무원이 클럽 앞엔 4명, 특정 교회 앞엔 500명 투입됐다고 한다. 결국 이태원 게이클럽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갑자기 인권 논리를 내세우며 교회를 대상으로 할 때처럼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늘어난 ‘깜깜이 확진자’들과 ‘무증상 감염자’들이 퍼지고 퍼진 와중에, 8.15 연휴를 전후해 정부는 해수욕장의 수백만 인파를 막지도 않았고,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외식쿠폰과 숙박쿠폰도 남발했으며, 코로나의 발원지인 우한발 입국도 허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이후 발생한 모든 감염 확산의 책임을 몇몇 교회와 보수 단체들의 집회에 뒤집어 씌웠으며, 수도권을 비롯한 많은 지역 교회의 대면 예배를 전면 금지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수위를 완화한다고 하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곧 있을 추석 연휴 동안 수많은 이들이 전국 각지로 이동하면서 코로나19가 대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동 자제를 거듭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은데, 이로 인해 감염이 또 확산되면 “교회 예배 제재를 완화했더니 감염이 확산되더라” 하면서 다시 교회를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모든 교회들과 교단들은 더 철저하게, 더 열심히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서 언급했듯 이제 퍼질 대로 퍼진 ‘깜깜이 확진자’들과 ‘무증상 감염자’들로 인해, 아예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계는 특정 집단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세태의 문제점들을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방역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독교인들끼리 서로 비방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기도하며 단합하여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