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내 작은 상담실 안엔 언제나 뜨거운 눈물 향기가 가득하다. 

지난 한 해 동안 흘렸던 눈물이 마르지 않고 다 모였다면 이곳은 아마도 푸른 호수가 되었을 것이다. 눈물로 풀어내는 동안 딱딱하게 굳어져 쓰리고 아리던 마음과 상한 감정이 씻겨진다. 그러나 치유되는 시간은 긴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리고 치유되는 동안 경험하게 되는 깨달음의 시간. 깨달음은 어느 한순간에 온다. 내 삶에 아로새겨진 상처가 치유와 깨달음을 거치는 동안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가 그토록 싫어했던 상처와 트라우마는 향기로운 꽃이 되고, 찬란히 빛나는 보석이 되고, 반짝이는 별이 된다. 상처와 고통은 새롭게 해석이 되면서 이전에는 그토록 원망하게 되던 통증의 기억이 변하며 놀라운 성장의 자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마음에 깊이 쌓인 상처가 치유되는 동안 상처에서 뿌리내리고 돋아난 우리를 힘들게 했던 무수한 상한 감정들이 새로운 것으로 찬란한 변신을 시작하는 것이다.

깨달음은 찰나에 오기도 한다. 그러나 치유되는 만큼 점진적으로 오기도 한다. 깨달음이 많아질수록 성장하게 된다. 또한 내가 아팠던 만큼 아픈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아픔이 타인의 치유를 위한 자산이 되고 자원이 되는 것은 늘 기적과도 같이 느껴진다.

치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직은 너무나 심하게 아픈, 애처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내담자들에게 나는 일말의 의심없이 늘 말하게 된다. 

"당신은 반드시 치유될 것입니다. 당신의 상처가 놀라운 보석이 되고 향기로운 꽃이 되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지금의 힘든 시간을 견디고 기다려주세요...."

나는 깊고 깊은 그들의 아픔을 만나며 아픔 속에서 그들을 깊이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지난한 기나긴 고통을 타인인 내가 견딜 수 있겠는가. 

사랑의 또다른 이름인 긍휼함으로 함께 가슴 아파하며 기도하게 된다. 매일 그들이 쓴 치유 일지를 보며 내 마음은 매일 그들의 고통과 닿는다.

만나지 않는 시간마저도 그들을 내 마음에 담고 그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치유의 시간을 함께 견디며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상담자가 되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그가 배우자이던 엄마이던 아빠이던 혹은 동생이나 언니라도 좋다. 지금의 아프고 힘없이 늘어진 모습을 비난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이해해 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깊은 마음의 병이라도 치유는 일어나게 된다. 

먼저 치유받은 사람이 이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 치유가 절반만 된 사람은 절반만 이해하게 될 것이고 치유가 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아픔 때문에 타인의 아픔을 볼 수 없다. 오히려 아픈 사람을 질타하여 상처를 주기 쉬울 것이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타인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마음 속을 점검해야 한다.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자신의 아픔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연약하고 쉽게 상처받는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나는 이 작은 상담실 안의 눈물 향기를 사랑한다. 아무리 고단해도 상담실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 아픈 감정들이 치유된 흔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픔과 눈물과 치유의 여정을 모두 사랑하기 때문이다.

많이 치유된 이들은 나와 가장 마음이 잘 통하고 가장 친밀한 친구가 된다.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던 긴 치유의 시간을 공유한 것보다 더 깊이 친밀한 사이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시 행복해진다. 한발자국 내딛는 것만으로도 죽을만큼 극심한 통증을 느끼던 그들이 그 시간들은 이겨내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가시밭길을 함께 걸으며, 경외심마저 느낀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 즈음에서 나는 그들에게 내 사랑을 전하며, 나의 다함없는 격려와 진실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추위나 냉기가 그들의 영혼에 스며 들지 않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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