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뜨거운 감자

9일(현지시각)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상대편 대선 후보 미트 롬니(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반대 입장을 펴고 있어, 동성결혼 문제는 올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ABC 굿모닝아메리카에서 동성결혼 옹호 발언을 한 오바마 대통령. 왼쪽은 앵커 로빈 로버츠.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시민·사회적인 권리는 옹호하면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며, 자신의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evolving)는 유보적 견해만을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그의 애매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인 데다, 동성결혼을 지지자들과의 모임을 대거 앞둔 상황이어서 이같은 입장 표명을 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자금 모금에는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오바마 대통령의 향후 일정에 주목하면서 그가 10일(목) 1200만불의 대선자금 모금을 약속한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를 방문하기 위해 떠나며, 할리우드 배우 대부분이 동성결혼 지지자들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대선자금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주에는 뉴욕시 바나드칼리지에서 입학식 연설이 잡혀 있으며, 동성결혼 옹호 단체 ‘프리덤 투 매리’의 창설 총재인 에반 울프만과 함께 메달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돌아오는 월요일에는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대선자금 모금 캠페인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6월 6일에는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렌스젠더들이 모여 모금 행사를 펼치는 갈라 자선 행사의 연설이 잡혀 있다.

동성커플들의 이야기가 유명 TV쇼 등에서 다뤄지며 젊은층 사이 동성결혼 지지자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이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오바마 지지층이 적었던 화이트컬러층 뿐 아니라, 흑인 목회자가 이끄는 교회들이 투표 결과를 좌우하는 버지니아주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대부분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어, 오바마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트 롬니의 경우 지난달 동성애자 남성을 캠페인 고문단에 임명, 논란이 일었으나 최근 동성결혼 반대 의사를 확실히 표명했다. 그러면서 보수주의 표심을 안고 있던 릭 샌토럼 의원에게 공식 지지를 받기도 했다.

교회의 뜨거운 감자

얼마 전 조지아주 대형교회 ‘노스포인트커뮤니티교회’ 앤디 스탠리 목사의 설교가 미국 목회자들 사이에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자신의 교회 교인 중에 한 남성이 다른 교인 남성과 관계를 맺고 아내와 이혼을 한 사례가 있는데, 그 두 남성이 교회 안내자로 섬기고 싶다고 밝힌 사실을 설교에 인용한 것이다.

▲앤디 스탠리 목사. ⓒ노스포인트커뮤니티교회
스탠리 목사는 그 중 한 남성은 아직 사실혼 관계라는 데 집중하고, 이는 간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은혜가 진리를 만날 때(When Gracie Met Truthy)”라는 설교를 통해 그는 “진리는 우리가 죄인이라는 것이지만, 은혜는 나는 당신을 정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관계가 틀어진 두 가족이 용서와 사랑으로 함께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스탠리 목사의 설교가 “사랑”에만 초점이 맞춰져 “동성애는 허용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알버트 몰러 총장(서던뱁티스트세미너리) 등 보수 교계 리더들이 앞장서서 그에게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스탠리 목사는 아직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짧은 글이나 인터뷰보다, 시리즈로 연결되는 8개의 설교를 들으면 자세한 내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논란이 되고 난 다음주 설교에서도 스탠리 목사는 “게이” 혹은 “동성애자”라는 단어의 언급은 피했으며 “종종 기독교인들은 특정한 사람들에게 딱지를 붙이면서 나는 천국에 가고 그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질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며 쉽게 정죄하는 것을 지양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이 메시지만으로 미국의 뛰어난 설교가로 알려진 스탠리 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단정짓기는 성급하다고 교계 지도자들은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대형교회가 자유주의와 타협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동성애를 인정하는 교단, 논란의 중심에 서다

동성애가 교계의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며, 이에 관해선 교회의 전체적 방향을 결정하는 교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동성애 성직자 안수를 허용한 교단은 총 4개로 연합그리스도교회, 성공회, 미국루터교, 미국장로교가 있으며,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을 확고히 한 미국침례교회, 전미복음주의협회, 남침례교, 연합감리교 등에서도 총회 때마다 동성애 허용 유무에 대한 이슈가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플로리다 주에서 2주 간 열린 미국연합감리교 총회에서도 동성애 관련한 정관 수정을 요구하는 청원서가 70여개나 접수되는 등 뜨거운 접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보수층의 지지로 정관 개정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총회가 폐회되기 전 동성애 지지자들이 ‘비효율적 총회가 됐다’며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여파가 남았다.

한인교회가 다수 가입하고 있는 미국장로교의 경우, 2011년 5월, 안수기준 변경에 관한 수정안 (10-A)이 전국 173개 노회 과반 찬성으로 통과됨에 따라 동성애자들도 집사, 장로, 목사로 안수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후 지난해 10월 첫 동성애자 목회자가 안수를 받는 일이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장로교단 내 7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자들이 지난해 8월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공식 대화를 갖고 미국 장로교단 안에 새로운 복음주의 교단을 만드는 일 등을 논의하기도 했으며, 올해 초 두번째 공식 모임을 가진 보수측은 혁신 조직인 The Evangelical Covenant Order of Presbyterians(이하 ECO)를 시작했다. ECO는 펠로우십 내의 독립적인 교파로 교회와 지도자들을 지원해 부흥과 성장을 도모하고, ‘앞으로 PCUSA 내에 남아있는 회중과 떠나기로 결정한 회중 모두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데 헌신할 것’이라는 목적을 밝히고 있다.

대부분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PCUSA 한인교회들도 한미노회를 통해 구체적인 동성애 반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정체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교단 이전·탈퇴 의사를 표명하는 미국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한인교회도 교단 이전을 표명하는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올 여름 개최될 PCUSA 총회 총회장 후보로 동성애에 찬성할 뿐 아니라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를 지지하는 그룹에 속한 목회자가 출사표를 던지는 등, 교단 내 동성애 옹호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