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이들이 교육을 연구하고 교육에 열을 올리지만 아직도 우리 교육은 갈 바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양화진문화원에서 개최한 ‘지성과 영성의 만남’ 대담. 사회자인 김종찬 박사(전 KBS집중토론 사회), 이어령 박사, 이재철 목사(좌측부터 순서대로)가 교육 문제를 논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래서일까. 양화진문화원 2010 목요강좌에서 ‘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어령 박사(이화여대 석좌교수, 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와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의 대담에 참석한 이들은 절박하고 갈급해 보였다. ‘삶과 가족’을 주제로 열렸던 지난 첫 대담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6일 오후 8시에 시작돼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끝난 대담. 교육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이어령 박사는 시종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줬고, 이재철 목사는 교육에 대한 기독교적이고 성경적인 태도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짚어줬다.

이어령 박사 “우리 교육은 달라고 하지 않는데 준다”

▲이어령 박사. ⓒ이대웅 기자
“교육은 본질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느냐”는 첫 질문을 받은 이어령 박사는 “오늘 교회 와서 얘기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명쾌한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어령 박사가 제시한 성구는 다소 뜻밖의 것이었다. 바로 마태복음 7장 9~10절의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는 말씀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청중들은 그러나 이어령 박사의 설명을 듣고서는 이내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 박사는 “이 말씀은 교육의 핵심을 찌른 말씀이다. 달라고 하는 게 먼저고 주는 게 나중”이라며 “그런데 우리 교육은 달라고 하지 않는데 준다. 생선을 달라는 아이에게 뱀을 주고, 떡을 달라는 아이에게 돌을 주는 그런 교육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어령 박사는 ‘교육’이란 ‘가르치는(Teaching)’ 것 보다는 ‘배우는(Learning)’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우는 게 뭐냐’ 하면 (교육 문제가) 풀리는데 ‘가르치는 게 뭐냐’고 자꾸 하니까 교육 하면 학교가 학원이 먼저 떠오르고 제도가 떠오른다”며 “지금까지의 교육은 가르치는 것을 묻는데 성경에서는 달라는 쪽에 포커스를 뒀다. 교육이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배우는’ 것만 강조하면 되는가. 이어령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배우는 이들이 원하는대로만 하게 되면 균형 잡힌 교육이 불가능하고 혼란이 오기에 ‘가르치는(Teaching)’ 것 역시 중요하다. 이어령 박사는 여기에 더해 ‘생각(Thinking)’과 ‘창조(Creation)’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를 해야 한다. 창조 못하면 우린 죽는다”면서 “그런데 자꾸 남의 생각만 집어넣으려 하니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이어가던 이어령 박사는 “절대 재치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제가 권하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을 향한 진지한 제안을 했다. 그는 “공부를 시켜보니 도저히 학문 할 아이가 아니라면, 읽고 쓰고 주판으로 셈만 따질 수 있으면 나머지는 별 지식 없어도 산다”며 “그렇게 해 놓고 그 아이에게 들어갈 학원비와 대학 수업료를 미리 계산해 보라. 그리고 그 돈으로 장사를 시키든지 자립할 밑천으로 주라”고 권했다.

이 박사는 “설령 그 돈을 다 써버려도 탕자는 돌아온다. 그러면 인생 다 배운다”며 “그러면 아이도 편하고 가르치는 사람도 편하다. 그러면 아주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철 목사 “서울대 나오면 성공? 크리스천이라면…”

▲이재철 목사. ⓒ이대웅 기자
이재철 목사는 흔히 자녀 교육의 모델로 거론되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맹자의 어머니가 공동묘지 옆에서 시장으로, 그리고 서당 옆으로 이사를 해서 맹자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키웠다고 하는데, 정말 현명한 어머니였다면 처음부터 공동묘지 옆에 살지 않았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맹자의 어머니가 일부러 공동묘지 옆에서 죽음을 가르치고, 시장 옆에서 생존의 현장을 가르치고, 그 다음에 학교에 가서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는지 알게 한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기존 해석 논리를 따른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을 줄까가 중요해지는데, 본질적으로 보면 왜 교육받아야 하는가가 중요해진다”며 “무릇 그리스도인 학부모라면 내 자식에게 왜 공부하게 하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철 목사는 “서울대를 졸업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통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우리가 성공이라고 말할 때 황제의 길에서 성공인가 예수의 길에서 성공인가, 이 부분이 늘 명확해야 한다”며 “크리스천에게 있어서 참된 교육의 목적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게 함으로써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면, 서울대를 나온다고 해서 그 삶이 정말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상적인 교육 국가로 꼽히는 핀란드에 대해서도 “교육에 관한 한 천국임은 틀림없는데,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그 나라 백성들 100%가 크리스천이었을 때 서로 합의해서 신앙으로 그런 나라를 만들고, 지금도 그런 나라의 외형은 견지돼 있는데 그들이 신앙을 다 잃어버렸다”고 했다. 지금의 핀란드는 전 국민의 50%가 1인 가정이고, 많은 국민들이 조울증에 시달리며, 알콜 중독이 많은, “교육 천국에서 영성을 잃어버릴 때 그들이 전혀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는 반면교사인 동시에 전면교사”라는 것.

이재철 목사는 결론으로 “그리스도인 부모들만이 입시제도에서 탈피할 수 있다”며 “우리 그리스도인 부모들이 이 세상이 다 간다고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 자식에게 주신 독창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면, 똑같은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자식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고 시험의 노예로 자식들을 병들게 하는 일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담에서는 서울대로 상징되는 서열화, 기러기 아빠, 대안학교, 공교육 붕괴 등 각종 교육 현안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이라는 거창한 슬로건도 슬로건이지만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라면 답답한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시원한 해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적지 않은 이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고 또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