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로마서 기도회

일로일로에 도착하자마자 선교사 사모님께서 부탁하시기를, 내가 머무는 동안 일로일로성결교회(Iloilo Holiness Church)의 금요심야기도회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아마 사모님께서 이를 위해 오랜 동안 기도해 오신 모양이다. 나는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믿고 쾌히 승낙하고, 이에 대해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마침내 호주 시드니에서 연속 강의했던 로마서 강의를 영어로 옮겨 약 10회에 걸친 부흥회 성격의 로마서 기도회를 갖기로 결정했다. 나는 마음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간구를 주님께 드렸다.

“하나님! 필리핀의 젊은 청년들이 로마서의 신앙과 성령의 능력으로 무장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래서 귀국하기 직전까지 매주 금요일 밤마다 심야기도회를 인도하게 되었다. 나는 로마서 연속 강의의 주제를 Gospel(1), Sin(2), Justification(3), Salvation(4), Sanctification(5), Dedication(6), Holy Spirit(7), Christian Life(8), Worshipping Life(9), Christian Life Goal(10)의 순서로 정하였다. 이 순서는 로마서의 배열을 따라 정한 것인데, 첫째는 죄의 실체에 대해서 로마서 1장부터 3장까지 나눈다. 둘째는 구원에 대해 4장과 5장을 다룬다. 셋째는 성결에 대해 6장부터 8장까지 다룬다. 그 다음에는 구원 받은 자의 세계관에 대해 9장부터 11장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구원 받은 자의 교회생활과 사회생활 그리고 선교적 목표의 삶에 대해 12장부터 16장까지 다룬다.

승리하는 크리스천의 영적 생애의 과정과 지표가 이 로마서에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열 번에 걸친 로마서 기도회를 통해 모든 참석자들이 뿌리 깊고 열매 맺는 크리스천의 생애를 누리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래서 먼저 본문의 말씀을 나누고, 그리고 본문 속에서 기도 제목을 뽑아 그 제목을 중심으로 합심기도의 시간을 갖는 방향으로 인도하였다. 물론 그 가운데서 놀라운 치유와 회복 그리고 성령 충만의 체험들을 갖게 되었다. 마침내 매주 금요일 밤마다 성령께서 강하게 역사하시는 뜨거운 부흥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때 아내가 큐티를 통해 약속의 말씀으로 붙잡게 된 구절이 있었다.

이 복음을 위하여 그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대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에베소서 3:7

나와 아내는 이 말씀에 의지하여 뜨거운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주님. 진정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능력대로 이곳 필리핀 일로일로의 부흥을 위해 저희들 섬기겠습니다. 이곳에서도 주님의 인도하심에 저희들이 힘써 순종하겠습니다. 주의 역사하심을 잘 분별하게 하옵소서. 주님께 영광 돌리게 하옵소서.”

겨울이 소동

선교사님 댁에 개가 몇 마리 있는데, 모두들 마당에서 키우는데 그 중에 ‘겨울’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흰 개 하나만 실내에서 먹고 자는 특권을 부여 받았다. 그런데 내 아내가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겨울이가 옆에 다가오기라도 하면 손을 휘저어 멀리 쫒아내곤 했다.

어느 날 밤인가 무슨 얘기를 나하고 주고받다가 그만 아내의 속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상한 마음을 온전히 풀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던가 보다. 다음 날 새벽기도 갈 준비를 하려고 방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을 가는데, 어두운 복도에서 뭔가가 뭉클! 하고 발에 밟히더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겨울이가 실례한 것을 밟은 것이다! 밤사이에 우리 방 문 앞에다 그 일을 저질러 논 것이다. 아내가 새벽부터 예상치 못했던 큰 시련을 만난 것이다.

‘아니, 얘가 왜 여기다 실례를 해놓았담?’ 아내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중에 아내가 내게 묻는다.

“여보, 당신은 겨울이 똥 안 밟았어요?”
“아니, 안 밟았는데. 어디 똥이 있었는데?”

사실 나는 아내보다도 더 먼저 방에서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날 비켜간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난 안 밟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왜 하필이면 개를 싫어하는 아내가 그 일을 당했는지 안됐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내게 이렇게 고백하는 것이다.

“아, 우리 주님은 언제나 날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셔. 사실 여보, 나 어젯밤 당신에게 좀 섭섭했었는데, 마음에 그걸 풀지 않고 잤더니 주님이 내게 섭섭하셨던 모양이에요. 내가 싫어하는 겨울이 똥을 밟게 하신 걸 보니…….”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제 아내의 큐티 말씀은 다음 성구였단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에베소서 4: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