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피를 피로써 갚는 살벌한 분쟁의 땅에서 오랜만에 평화의 메시지가 들렸습니다.


지난 3일 요르단강 서안의 예닌에 살던 아흐메드 카티브(12)는 이슬람 축제일을 맞아 플라스틱 장난감 총을 갖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실제 총을 가진 '무장 전사'로 오인한 이스라엘군이 카티브에게 총을 쏘았습니다. 소년은 머리와 배에 심한 총상을 입었고 곧바로 팔레스타인 지역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다시 이스라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이틀 뒤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 소년의 아버지 이스마일은 "내 심장은 울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보다 중요한 희망이 있다"며 아들의 장기를 이스라엘 아이들에게 떼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스마일은 수년전 자신의 동생이 간을 이식받지 못해 세상을 뜬 기억 때문에 이 같은 결심을 굳히고는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소년 카티브의 심장과 폐와 간은 6일 이스라엘 소녀 3명에게 각각 이식되었습니다. 카티브의 심장은 같은 날 동갑내기 이스라엘 소녀 사마흐 가드번에게 전해졌고, 허파는 또 다른 14세 소녀에게, 간은 태어난 지 7달 된 아이에게 각각 이식되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진 아들의 장기를 적국인 이스라엘에 기증하여 3명의 생명을 살아난 것입니다.

심장을 이식받은 동갑내기 소녀 사마 가드반의 아버지는 "카티브의 부모가 내 딸을 자신들의 딸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면서 가드반의 퇴원 날짜에 맞춰 카티브 가족을 초청했습니다.

카티브의 아버지는 “간을 기증 받지 못해 죽은 남동생이 떠올라 누군가를 꼭 돕고 싶었다”며 “알라 신은 우리에게 어려움에 빠진 자는 누구든 도울 수 있다고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군 측은 오인 사격에 대해 즉각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저항운동으로 수감된 팔레스타인 전사들은 카티브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적에게 신장을 주지 말라"며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입니다. 성탄을 맞아 그 평화가 우리 마음에 가득 차기를 기도합니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