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사망한 지 11개월이 지난, 백골 상태의 여중생 시신이 발견돼 모든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범인이 피해자의 친부와 계모였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끔찍한 이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인 이모 씨가 바로 목사요 신학교수였다.

우발적인 폭행 도중 실수로 딸을 죽인 것도 아니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모 씨는 전처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모 씨와 재혼한 뒤 자녀들과 갈등을 겪었고,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다고 한다. 딸을 죽일 때도 계모와 함께 무려 5시간 동안이나 빗자루·빨래건조대·쇠봉으로 폭행했고, 이후 11개월 동안이나 이웃과 지인들을 속이고 범행을 은폐해 왔다.

범인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가 처음 인터넷에 떠돌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은 그가 사이비 종파에 소속된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도 믿기 어려웠지만, 이 사건의 범인이 정통 교단의 목사요 신학교수라는 사실은 더더욱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범인은 버젓한 정통 교단과 신학대 소속이었음이 확인되자, 기독교계는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범인은 독일 유학파에, 평소 소탈한 성격에 대인관계도 원만했으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모 씨는 자신의 범죄가 드러난 뒤에도 뉘우치는 기색이 별로 없어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시신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기도하면 딸이 부활할 것이라 믿고 촛불을 켜고 기도했다"고 했는데, 그가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책임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고자 한 변명에 불과할 터이다.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 역시 이모 씨를 면담하고 성장 배경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그가 딸의 시신을 장기간 숨긴 이유는 사회적 지위 상실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가 현장 검증에서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한 모습도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이 천인공노할 만행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우리 모두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했음을, 병들고 파괴된 한 영혼을 알아보지 못하고 치유하지 못했음을,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 철저히 죄인임을 말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이 사건 속에서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물론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 그러나 목사라 해도, 신학자라 해도, 아무리 많은 성경 지식을 갖고 있고 지금껏 많은 공로를 쌓아 왔다 해도, 그것이 우리를 죄의 유혹에서 자유케 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철저히 깨달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목회자들, 사역자들, 그리고 그 가정들이 안고 있는 상처와 연약함들을 우리는 보살피고 치유하는 일에 보다 더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만이 근본적 해결책임을 깨닫고, 그 사랑을 전하고 실천하는 데에 더욱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