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을 때
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을 때

해럴드 센크바일 | 김태형 역 | 구름이머무는동안 | 216쪽 | 14,000원

우주에서 가장 막강한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어서 하지 못하는 일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는 신이 있다면, 그리고 그 신이 나를 너무 사랑해서 자기의 하나뿐인 아들을 내어주기까지 했다면, 그러면 내 삶은 형통하고 행복하기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을 때’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분명한 간극을 줄어들게 하는 지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특히 삶이 곤고하고 괴로우며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아니, 하나님은 정말 계시는가?

고통의 문제는 기독교를 가장 의심스럽게 만드는 실존적 문제다. 고통이 있다면 하나님은 계시지 않는 것이 맞고, 하나님이 계신다면 고통이 없는 것이 맞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도 살아계시고, 고통도 실재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없다고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이들 혹은 하나님이 계시다고 끝까지 믿고 싶어하는 이들은 하나님을 무능력하거나 사랑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루터교 영적돌봄센터(Doxology) 전무 이사로서 교회를 섬기고 성도를 돌보는 목회자, 신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50년 가깝게 신실한 삶을 살아온 해럴드 센크바일은 가깝게는 사위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고, 또한 여러 사역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저자다.

그의 책 <목자, 개, 양 떼>는 그의 농장 경험과 목회 경험을 조화롭게 담아내, 성경적인 목회가 무엇인지 탁월한 교훈을 제시하였는데(무근검, 2023), 이번에 그가 쓴 <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을 때: 고난과 고통 속에서>는 인생의 어려운 순간에 어떻게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짧지만 분명한 지혜를 제공한다(구름이머무는동안, 2024).

신선한 출판사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구름이 머무는 동안’이라는 표현은 민수기 9장 17, 18, 19, 20절에 각각 한 차례씩 총 네 번 나온다. 성막 위에 구름이 머물 때 하나님의 백성이 멈추고, 구름이 성막에서 떠오르는 때 행진하였다는 내용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구름이 머무는 동안 하나님이 그들을 이끌어가실 것을 기대하며 다시 행진하기 위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 우리를 채워 갈 따뜻한 책을 만듭니다’라고 출판사는 감춰둔 바람을 고백했다.

센크바일은 예전의 형식이 분명히 살아있는 루터교 출신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전체적인 구성뿐 아니라 마지막에 부록으로 첨부된 일상 기도, 아침 기도, 저녁 기도의 틀을 발견할 수 있다. 기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교독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주기도문이 항상 포함되어 있어 주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를 따라 심령을 바른 우선순위로 가다듬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이 기도문이 고난과 고통 속에서 드려진다고 생각할 때, 우리 상처와 주변의 상황에 온통 집중돼 있는 마음을 하나님 나라와 그분의 뜻, 일상의 공급과 보호를 구하는 올바른 마음으로 계속해서 바꾸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고통, 슬픔, 눈물,
ⓒPexel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돼 고난과 그 가운데 발견해야 할 그리스도의 약속을 바라보게 한다. 불신: 신실하신 그리스도, 눈물: 편드시는 그리스도, 고통: 위로하시는 그리스도, 십자가: 왕 되시는 그리스도, 약함: 능력 되시는 그리스도, 슬픔: 기쁨 되시는 그리스도, 어둠: 빛 되시는 그리스도, 외로움: 함께하시는 그리스도, 죽음: 생명이신 그리스도. 첫 장은 ‘당신의 고난’이고 마지막 장은 ‘당신의 승리, 그리스도’이다.

저자의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 그는 우리가 고난 중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란다. 많은 성경 구절이 인용됐는데, 새번역판을 사용해 신선하고 유익했다.

고통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맞이하는 어려움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만큼 극심한 고난과 고통 속에 있는 독자에게 진가를 발휘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각 장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길고 집요하게 파고들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들에게 합당한 분량이고, 내용도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하나님의 약속과 그 약속이 그리스도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고통 중에 있는 독자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을 붙드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저녁, 그리고 수시로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일들로 걱정과 불안에 빠지는 대신 그것들을 예수님에게 가져갈 수 있다. 예수님은 그분의 풍성한 사랑 안에서 우리의 두려움을 잠잠케 하시고, 우리의 걱정을 잠재우신다. 하루에 하나씩(167쪽).”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고, 또 믿음이 없으면 하나님을 기뻐할 수도 없다. 이 책이 하나님을 믿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고통 중에 있는 독자에게 다시금 하나님을 기뻐하고 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책이 되기를 간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