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말씀 이해력 향상 방안들
먼저, 쉬운 번역본으로 읽으라
‘왜 그럴까?’ 의문 품고 읽으라
큐티는 적용 통해 문해력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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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막무가내로, 닥치는 대로 읽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픽사베이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필자의 할머니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시느라, 한글을 깨칠 시기를 놓치셨다. 할머니께서 혼자 전화를 걸 수 없었던 이유다. 그래서 고모들이나 친지들과 통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셨다. 주로 필자가 전화를 걸어드렸다.

그런데 요즘 할머니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며 짜증을 내는 필자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없으면 본인의 마음부터 불편해지는 게 현실이다.

요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라는 말이 유행이다. 디지털 문해력(文解力)이라는 뜻이다. 문해력이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니, 디지털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이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는 이유는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세상은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는데, 새로 나온 기술이나 지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문해력이 더 문제가 되는 이유다. 그래서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뿐 아니다. 종이책도 이해하지 못하고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2개 OECD 가입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실질 문맹률이 꼴찌라고 한다. 전 국민의 75% 이상이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정보를 습득할 수 없는 정도다.

왜 이렇게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졌을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일상에서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글자는 알지만, 점점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마치 대학에서 4년간 전공을 했지만, 사회에 나와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면 일정 기간이 지나 전공 관련 직업을 선택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는 질문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정답 맞히기’만 배웠다.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다. 생각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보를 이해할 수 없다.

<질문의 7가지 힘>의 저자 도로시 리즈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질문하면, 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 생각을 자극한다. 결국 질문이 정보를 이해하게 해주는 것이다.

AI 시대에 문해력이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식 사회에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한글을 몰라 버스도 타기 쉽지 않게 되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정보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유용한 정보인지 가짜뉴스인지,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보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해석능력)을 기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만 문해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 말씀인 성경도 마찬가지다. 신앙인들은 성경을 읽고 쓸 줄 알지만, 이해력은 떨어진다. 성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는 우리나라 국민 실질 문맹률인 75%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도인 대부분이 성경 말씀을 일상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날마다 성경을 읽는 크리스천들도 다를 바 없다. 1년 1독을 해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지 않기 때문이다. 뜻 모를 성경 단어를 암기하는 것과 같다. ‘바이블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다. 성경을 이해하는 능력이 절실하다.

그렇다면 ‘바이블 리터러시’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성경을 가까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큐티를 하는 것이 좋다. 하나님 말씀을 관찰하고 묵상해서 적용하는 과정이 문해력을 키워주는 까닭이다.

‘바이블 리터러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두 가지를 권한다. 일단 예배를 드릴 때 사용하는 개역개정 버전 대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경으로 바꿔야 한다. 쉬운성경(아가페출판사)나 새번역 성경으로 읽으면 좋다. 왜냐하면 두 성경 번역본은 일상 언어로 쓰여 있어, 문장 자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만큼 국어 실력만 있으면 읽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질문을 품고 읽어야 한다. 하나님 말씀에 의심을 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어야, 성경에 감춰져 있는 해답이 보이기 때문이다.

무작정으로 믿으면 그렇게 삶을 살아낼 수 없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당위성을 본인이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질문을 품고 하나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해할 수 있는 버전으로, 질문을 품고 읽는 것이 큐티다. 큐티를 하면 ‘바이블 리터러시’ 역량을 키울 수 있다. 하나님 나라의 자녀로 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

지난 회까지는 큐티하는 순서에 맞추어 관찰, 묵상, 적용하는 방법까지 알려드렸다. 오늘부터 두세 차례 큐티를 하기 위해 성경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다루고, 그 후 성경 본문을 가지고 어떻게 큐티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제까지 ‘이론 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습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이석현 읽고 쓴다
▲이석현 목사.

이석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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