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女 차별과 인권 유린 만연… 당국, 지원 체계 필요도 못 느껴”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북한의 CEDAW 이행을 위한 검토 보고서 세미나’ 개최

北서 여성 권리는 국가·수령이 선사하는 것
무보수 강제노동, 돈과 물자 제공 강요당해
여성 비하,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만연
여성이 가계 책임지지만, 사회적 지위 하락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 찾아볼 수 없는 현상

▲북한 여성. ⓒpixabay
▲북한 여성. ⓒpixabay

(사)한국여성정치연구소(소장 김은주)는 4월 30일 오후 「북한의 CEDAW 이행을 위한 검토 보고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북한의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CEDAW) 이행에 관한 검토 보고서 발간에 맞춰 개최됐다.

김은주 소장은 개회사에서 “북한은 2001년 CEDAW에 가입했지만, 2002년 첫 보고서와 2016년 2~4차 통합보고서를 제출했을 뿐 아직 보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북한이 모든 형태의 여성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국제사회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북한 정부가 마지막으로 CEDAW 보고서를 제출한 2016년 이후부터 최근까지를 조사 범위로 삼았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지난 2023년 5월부터 1년여간 북한 내 여성 차별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북한 내 여성 차별과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정부의 CEDAW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구자들은 최근 탈북한 북한 주민 3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와 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과 제도적 차별이 만연해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세미나는 원재천 한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윤승비 연구원, 강영실 연구원이 각각 ‘북한의 CEDAW 이행실태 분석: 차별에 대한 정의, 성평등, 자유권, 생명권 중심으로’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북한의 CEDAW 이행실태’를 주제로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북한의 여성 차별에 대한 인식은 국제 사회 정의와 차이가 있다”며 “북한은 여성을 개별 주체가 아닌 국가의 구성으로 보고 있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여성은 남성과 차별적 위치에 있다. 북한에서 여성의 권리는 국가, 특히 국가를 대표하는 수령이 선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의 임무는 수령에게 충성하는 것”이라며 “특히 매음행위 조항의 적용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CEDAW 국가보고서에서 여성 차별철폐를 위한 법으로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여성권리보장법, 가족법, 손해보상법과 신소청원법이지만, 조사에 의하면 북한 여성들은 이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 북한 여성의 권리 증진은 새로운 법안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은 위 법을 통해 여성의 사법 접근성이 개선되었다 주장했지만, 북한의 법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보다 체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절대 다수 또한 남성”이라며 “북한의 여성정책은 여성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운영에 동원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에서 여성동맹은 여성의 권리를 대변하기보다 국가의 정치조직으로 역할을 하며, 여성은 무보수 강제노동 참여, 각종 명목으로 돈과 물자 제공을 강요당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조사에 의하면 여성이 시장 활동을 통해 생계 부양을 담당하며 가정에서 지위가 이전에 비해 올라갔지만, 남자의 지위가 높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해, 간부 등용, 입학 등에서 여성을 제한하고 있으며, 연애도 남성이 주도하는 등 성별 고정관념이 유지되고 있다. 남성이 여성을 업신여기고 비하하는 말을 내뱉는 것도 일상적”이라고 했다.

또 “가정폭력이 흔하지만 사회적 인식 부족과 신고시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고, 가정 폭력자에 대한 법적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도 낮아 성폭력을 큰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만연하지만, 국가 차원의 보호, 지원 체계, 법적 구제를 위한 제도가 전무하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그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은 보고서에서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까지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도시에서 성매매는 일반화되고 있다. 단속은 여성에게 불공평하게 진행되며, 남성은 돈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반면 여성은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탈북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가 팔려 가는 방법으로라도 국경을 넘으려는 여성이 늘어났다”며 “중국으로 팔려간 후 북한으로 송환된 여성은 가혹한 처벌과 인권 침해에 직면한다. 먼저 보위부 집결소에 구금돼 취조를 받고 예심 과정을 거치고, 한국행 시도, 교회 출석, 한국 사람과 접촉 등의 행적이 드러나면 정치범 수용소로 가야 한다. 구금소 고문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기관, 기업 단체에서 여성 간부가 과거에 비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성 간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고, 권력의 핵심부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했고, 교육 면에 있어서도 “북한에서 여성은 대학을 졸업해도 남성에 비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대학 졸업생 중 여성 비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고용 면에 있어서 “여성은 주로 농업, 제조업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이 어렵고 힘든 오지로 진출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 공장과 농촌에는 여성을 위한 복지 시설이 거의 없다”며 “그러면서 국가가 맡아야 할 취약계층의 생계보장 책임을 여성에게 맡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여성 차별 실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 매우 부족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조사를 통해 2017년 이후 북한에서 여성 차별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북한에서 여성 차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여성이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회경제 구조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연구원들은 “남성들은 국가를 위해 무상봉사하며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있어야 하고, 이 비용은 여성들이 시장에서 버는 돈으로 충당되는데, 이를 위해 여성은 자신의 교육과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고 있다. 결국 여성의 노력으로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하락하고 남성은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아이러니컬한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후 토론자로는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바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사무국장,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기획센터장, 최설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 북한학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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