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금융투자협동조합 이경윤 이사장
#사례 1
미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 주식에 빠져 지내온 최모씨는 박사의 꿈이 생겨 다시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강압적인 부모의 반대로 꿈을 접게 되면서 취업을 했다. 그러나 상사와의 갈등이 생겨서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몇 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다. 그러기를 두 차례 반복하자 “유학을 갔었다면 내 모습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원망과 분노가 가득하게 됐다.
그럴 즈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주식을 하는 것을 보고 본인이 가진 금융 지식을 이용해 친구의 주식 투자를 조언하면서 본인도 주식을 하게 됐다. 현재 실직 상태인 내담자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주식 그래프에만 매달려 있다. 잠시 벌었던 수입과 부모님에게서 빌린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모두 손실을 봤고, 그것을 회수하고자 더욱 주식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패배자라는 마음의 상실감과 자존감이 낮은 상태이고, 돈은 주식을 통해서 쉽게 벌 수 있다는 생각 속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례 2
이모씨의 남편은 첫 주식거래 때 우연인지 행운인지 4천만 원이라는 큰 수익을 보게 됐다. 엘리트 출신으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1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였던 남편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의 헛된 기대를 가지고 오직 주식에만 매달리게 됐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오히려 본인의 수입과 재산까지 다 잃을 정도로 큰 손실을 보았고, 시댁이나 친정에서 빚을 갚아주기를 수 차례였다. 이씨의 남편은 그때마다 주식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으나 그때뿐이었고, 그렇게 반복되는 날들 속에 최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로 11억 8천만 원을 날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구나 계속되는 손실 속에 폭력적으로 변한 남편은 폭언뿐 아니라 폭행까지 하게 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근거해 설립된 한국의 주식시장은 자본시장 육성정책과 기업공개 정책에 힘입어 발전해 왔고, 주식 보유 인구는 1,424만 명(2022년 12월 기준)이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비율이 98.9%이며, 전체 거래량에서는 74.10%, 거래대금은 55.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은 20조원에 이르며, 주식담보대출 증가율은 2023년 4월 20일 기준 약 25% 증가했다.
주식투자자 커뮤니티인 한국금융투자협동조합(이하 한투협) 이경윤 이사장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비중이 매우 높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항상 손실을 보고 있다. 또한 빚을 내 투자하는 금액이 큰 현실에서 개인의 중독화가 심화돼 가계 경제의 건정성에 큰 위협을 주고 국가 경제에도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이사장은 안수집사로서 지난 20여 년간 주일학교 고등부 교사로 섬겼고, 지금도 청소년부 교사로 아이들을 섬기고 있는 신앙인이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에서는 금융경제를, 박사과정에서는 의료경영을 공부했다. "주식중독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진단모형 개발의 경영학적 연구"라는 주제로 대한경영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선구자적인 자세로 주식투자자의 행위중독에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로 대기업과 금융 업계에 종사했던 그는 사업의 어려움을 겪고 신앙이 성장하면서,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잃고 방황하며 고통받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아픔을 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들을 돕고 근본적으로 주식중독을 예방 및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식시장을 개선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이 이사장은 주식시장에서 중독이 발생하는 이유로 첫째, 주식시장에는 객관성과 재현가능성이 없다. 돈을 벌어도, 잃어도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둘째, 삶에는 과정도 중요한데 주식시장에는 오직 결과 중심의 사고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한 지 평균 6개월 만에 중독이 시작된다. 셋째, 전문가의 말을 듣고 투자했는데 손실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나의 내면과 가정 경제의 파괴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사행산업으로 인한 중독 및 도박 문제의 예방, 치유, 재활 등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14조 제1항과 7항에 근거해 설립된 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전국 14개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알콜 및 인터넷 중독의 예방과 치유를 위해 전국 252개소 보건소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주식중독에 대한 치유나 예방을 위한 센터가 전무한 상태다. 이에 이 대표는 주식중독예방치유센터 설립을 목표로 MCTI와 주식심리삼당사 1, 2급 과정을 개발했으며, 작년 10월 한투협 홈페이지를 오픈한 데 이어 오는 2월 공식 MCTI 웹사이트를 런칭하고자 한다.
이 이사장이 개발한 MCTI(Mental Care Type Indicator)는 주식투자자들의 심리를 케어하기 위한 진단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투자자를 양성해 주식 중독을 예방하고 투자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이미 문제가 된 투자자는 관리 및 치유해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도구다.
앞서 언급된 최모씨도 우선 초기진단을 통해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이 대표는 최모씨를 상대로 세부진단을 하고, 주식에 대한 왜곡된 사고를 전환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심리적인 자신감의 회복도 중요하기에 심층적 상담을 진행했다.
주식중독의 정도를 확인하는 초기진단설문지는 전체 30문항으로, 비전문가들도 공감하는 질문지로 인지행동에 관한 항목(11가지), 심리상태 관한 항목(9항목), 투자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항목(10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후 세부진단설문지와 맞춤형솔루션(하루 5가지 질문과 해답 제공), 전화 상담, 방문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세부진단설문지는 전체 100항목으로, 심리상태 요소(15항목), 인지상태 요소(15항목), 투자행위 요소(10항목), 투자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항목(58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중독 정도 진단-심리상태-인지행동-투자행위-투자결과에 따른 회귀분석과 요소별 상관관계 분석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이밖에 2013년 주식중독진단지, 주식가격분석알고리즘, 상담 및 치유프로그램 개발을 시작으로 2015년 주식심리상담사 자격과정을 개발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고, 2015년 ‘주식중독’, 2016년 ‘주마다방’, 2017년 ‘주식병법’을 특허청에 서비스표 등록했고, ‘주식시장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10가지 방법’ 출간 등을 통해 2020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주식심리상담사 자격과정(주무부처 금융위원회)이 등록됐다. 비용은 1, 2급 과정당 각 44만원이고, 자격시험응시료는 3만 3천원이다.
이 이사장은 “주식시장은 나라에서 허락한 합법적 도박이라고 오해를 하지만, 사실은 주식시장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유용한 도구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손실을 경험하고 약 68%가 중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상품 중심, 수익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상품의 실제 주인인 시장 참여 개인들에 대한 돌봄이나 케어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왜곡된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식투자자 커뮤니티인 한투협을 설립해 기존 상품중심의 시장에 사람 중심의 또 다른 한 축을 세웠다. 그리고 MCTI와 주식심리상담사 자격증 과정을 개발하고 주식중독예방치유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주식에 중독된 사람들과 가정이 회복되고, 사람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개선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