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5세 A할아버지는 지난 6월 낙상으로 무릎 뼈가 골절돼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내원 당시 호흡곤란 등으로 전신마취에 대한 위험이 우려됐으나, 호흡기내과와 협진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술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엔 올해 103세로, 뇌경색을 앓고 있던 B할아버지가 땅바닥에 넘어지는 바람에 대퇴골이 골절됐다. 정형외과에서는 즉시 신경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등과의 협력진료를 통해 고관절 반치환술을 무사히 시행할 수 있었다. B할아버지는 퇴원 후 현재 재활치료 등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처럼 80대 이상 고령 수술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환자들이 여생 동안 삶의 질을 고려해 수술 치료에 적극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 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최근 “80대 이상 고령 수술환자가 지난 2019년 전체의 4.3%였으나, 2023년(7월 기준)엔 전체의 7.5%나 차지해 4년여 사이 74%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온종합병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총 수술환자 4,178명 가운데 80대 이상 고령 환자는 178명으로 전체의 4.3%였다가, 2020년 4.6%, 2021년 6.2%, 2022년 6.5%, 2023년 7월 현재 7.5%나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9년 90대 이상 고령 수술환자가 16명이었으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30명을 넘어섰다. 올해 7월 현재 90대 고령 수술환자가 19명이어서, 연말까지 4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80대 이상 고령 수술환자는 정형외과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고관절골이나 대퇴골 골절 수술의 경우 80대 이상 고령자가 2019년 51건, 2020년 52건, 2021년 83건, 2022년 104건, 2023년 7월 현재 54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부터 고령자 골절 수술환자들이 급증했다. 고령 암환자들도 그동안 진단 후 약물치료 등 비수술적인 치료를 선호했으나, 최근 들어 의술이 발달하고 길어진 여생에 대한 삶의 질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수술을 원하고 있다는 게 간담췌외과 측의 설명이다. 췌장·담관암의 경우 해마다 80대 이상 수술환자가 3∼5명에 이르고, 간 절제술을 받는 고령 암환자들도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복부 불편감으로 내원한 C할아버지는 담낭암이 간으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고령(86세)에도 불구하고 수술받기를 강력히 원해 담낭절제와 간 절제술을 통해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온종합병원 척추관절센터 윤성훈 진료원장(정형외과전문의)은 “전신마취 시 수술기준에 고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최근 들어 병소 외에 건강상태가 매우 양호한 고령자의 경우 환자 나이는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이라며 “특히 마취의학이 급진전을 이뤄 100세 환자도 전신마취가 가능하므로, 여생의 삶의 질을 고려해서 고령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진료원장은 “특히 고관절을 비롯한 하지 골절은 척추 마취가 가능한 경우 수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호흡기계 치료의 발달로 전신 마취에 대한 위험도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