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 기독론, 신앙과 지성 균형 있게 사용해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정기학술대회

초월성만 강조하면 이신론
내재성만 강조하면 범신론
바르트의 위로부터 기독론
판넨베르크의, 아래로부터
틸리케의 종교개혁 기독론
예수, 신앙 모범이자 대상

▲기념촬영 모습.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영한 박사. ⓒ신학회
▲기념촬영 모습.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영한 박사. ⓒ신학회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박태수 박사) 제46차 정기학술대회가 18일 용인 칼빈대학교(총장 황건영 박사)에서 ‘현대 기독론 쟁점’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가 ‘현대 기독론 논쟁 쟁점과 새 방향: 바르트와 판넨베르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했다.

김영한 박사는 “20세기 기독론은 19세기 자유주의 기독론의 인본주의로부터 급선회한 모습으로 수행됐다”며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하나님의 초월성보다 내재성을 강조해 범신론으로 흘렀다. 하나님의 초월성만 강조하면 이신론(deism)이 되고, 내재성만 강조하면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처럼 범신론(pantheism)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성경의 하나님은 초월성과 내재성을 다 가지신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셔서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면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으로 초월성과 내재성의 균형을 이루신다”며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기적을 부인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다 기적으로 본다.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기보다, 모든 인간의 신성을 다 인정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19세기 자유주의 신학과 이성주의적 철학은 인간의 자기인식으로부터 그리스도 인식으로 나아가고자 하면서 모든 기독론을 인간학으로 변형시키고자 했다”며 “이에 바르트를 위시한 20세기 변증법적 신학자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무한한 질적 차이’를 선언하면서, 초월적 하나님의 계시는 ‘역사적 시간에 대한 위기’이자 ‘역사에 대한 심판’으로 봤다”고 둘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후 김영한 박사는 기독론의 대표적 두 유형으로 바르트의 ‘위로부터의 기독론(Christologie von oben)’과 판넨베르크의 ‘아래로부터의 기독론(Christologie von unten)’의 공헌과 한계를 소개하고, 헬무트 틸리케의 ‘종교개혁신학적 기독론(Christologie von Reformatorische)’이라는 변증법적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에 대해 “그가 『로마서 강해』에서 전개한 초역사적 예수론은 19세기 자유주의 기독론의 ‘역사적 예수의 인간화’를 무너뜨리면서 역사적 예수의 초역사적 차원을 주제화했다”며 “그는 역사적 예수의 계시적 차원을 인정했으나, 신적 계시의 담지자로서 변증법적 신학이 파악한 인식적 차원의 불가지론에 머물렸다”고 평가했다.

김영한 박사는 “『교회교의학』에서 바르트의 ‘위로부터의 기독론’은 성육신 기독론으로서 삼위일체 교리에서 출발하고 칼케돈 회의의 그리스도 양성론을 인정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교회의 신앙고백에 합당한 성자(聖子) 예수 그리스도로 복권했다”며 “그러나 지나친 기독론적 일원주의(Chrito-Monismus)로 인해 역사적으로 파악되고 개인신앙적으로 고백돼야 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이 구체적 시공간성을 상실했다. 십자가 대속 사건은 일회적이기보다, 이미 영원 전에 일어난 하나님의 언약 사건의 충족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 1928-2014)에 대해 “위로부터 내려오는 성육신 기독론이 아니라, 보편사에 나타난 역사적 예수로부터 올라가는 삼위일체론을 전개했다. 이는 전통적 삼위일체 교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보편사적 이성를 지닌, 현대인들에게 이해되는 삼위일체론”이라며 “그는 부활로부터 올라가 예수의 신성에 이르고, 부활하게 하신 하나님의 신성에 이르고, 이 둘을 관계시키는 성령의 신성에 이르는 보편사적 방법을 개척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판넨베르크의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은 ‘본질적 삼위일체가 역사의 과정 속에서는 예기적으로만 존재하고, 역사의 종말에 가서야 비로소 참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봄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역사의 종말에 의존하는 것인가? 역사의 종국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하나님은 보편사에 의존하는 것인가? 등의 비판적 성찰이 제기될 수 있다”며 “그렇지는 않다. 판넨베르크는 하나님 존재에 대한 인식론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거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에서 발표하던 김영한 박사. ⓒ크투 DB
▲과거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에서 발표하던 김영한 박사. ⓒ크투 DB

이후에는 ‘현대 기독론의 3가지 새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로 ‘기독론은 성경 계시의존적 사고로 전개돼야 한다’. 그는 “현대 기독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 역사성과 그의 신성, 초역사성을 균형 있게 인정하고, 자유주의 신학이 도외시한 그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 사건을 복권시켜야 한다”며 “종교개혁적 기독론 사유는 신앙 대상인 그리스도를 이성적으로 사고하려는 방식을 거부한다. 종교개혁적 명제의 기독론에 의하면, 그리스도는 신앙의 모범인 동시에 신앙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영한 박사는 “종교개혁적 사유를 강조하는 독일 복음주의 신학자 헬무트 틸리케(Helmut Thielicke, 1908-1986)는 그리스도에 대해 ‘이성이 규범적 표준이 되고자 하는 요구’를 버리고, 신앙 대상인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진술을 추후적으로 반성하고자 한다”며 “역사적 예수를 신앙의 대상이요 근거로 보려는 틸리케의 관점은 예수를 단지 신앙의 근거 내지 원천으로만 보려는 에벨링의 관점이나, 단지 역사적 출현과 권능의 사역에 대한 사실적 접근에서 보려는 판넨베르그의 관점과 다르다”고 했다.

둘째로 ‘역사적 예수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역사적 예수에서 시작하는 것은 하나의 탐구적·잠정적 질문일 뿐이다. 예수가 우리를 변화시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든다면, 우리의 질문은 달라질 것”이라며 “복음서를 자세히 읽으면, 모든 유비에서 떨어져 나와 전적으로 다른 자의 위엄을 발견한다. 이것은 틸리케가 말하는 ‘유비(類比)로부터의 탈출’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놀라는 자로서 그리고 경배하는 자로서 이 전적 다른 자(der ganz andere)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바르트와 불트만을 비롯한 변증법적 신학자들이 역사적 예수의 초역사성(계시) 차원을 발견했으나 역사적 실재성애 관해 불가지론을 주장한데 반해, 판넨베르크는 역사적 예수의 실재성에서 출발했으나 계시성은 놓치고 있다”며 “판넨베르크가 묵시론적 지평 속에서 역사적 예수의 사역을 선취적인 이성에서 파악하려 한 데 반해, 틸리케의 종교개혁적 사유는 예수를 처음부터 메시아라는 하나님의 계시라는 신앙의 시각에서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셋째로 ‘신앙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이다. 그는 “종교개혁적 기독론 사유는 연역론적 사고가 지배하기 쉬운 ‘위로부터의 기독론’을 추구하지 않고,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앙에서 출발하고자 한다”며 “그래서 헤르만(W. Herrmann)이 강조하는 예수의 내적 삶이나 불트만의 실존적 해석에 관심을 갖기보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신앙’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앙적 관점의 역사적 예수에서 시작하는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은 역사적 이성의 통찰에 우위를 두는 판넨베르크의 입장과도, 위로부터의 기독론을 전개한 바르트의 입장과도 구분된다”며 구체적으로는 △역사에서 출발하나 계시(啓示)로서 초역사에 열림 △복음서는 전기와 계시 포함 △계시의 역사 중요시 △성령론적 성찰 중요시 등을 짚었다.

끝으로 그는 “개혁신학적 사유는 역사적 사건의 유비를 중요시하는 현대 자유주의 신학이 수행하는 역사적 비판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역사적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복음서의 증언을 받아야 한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기독론적 성찰은 구속론적 관심과 분리되지 않고, 신앙적 지성으로 논구돼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가 우리에게 주신 은혜와 분리해 생각될 수 없다”고 정리했다.

또 “개혁신학적 기독론은 신앙과 지성을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한다”며 “역사와 초역사, 인간적 차원과 신적 차원, 두 차원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균형 있는 신앙적 지성의 성찰은 하나님의 크신 은총과 계시를 향해 열린 기독론으로 종교개혁적 기독론 사유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박찬호 박사(백석대)가 ‘케노시스 창조론에 대한 존 폴킹혼의 견해’, 조영호 박사(안양대)가 ‘창조자 그리스도’, 이신열 박사(고신대)가 ‘이근삼과 기타모리 가조의 기독론 비교연구’, 강선 박사(남포교회)가 ‘아르미니우스의 속죄론: 그리스도의 대리성 이해’, 박태수 박사(칼빈대)가 ‘신천지와 재림예수교 천국복음전도회의 성향과 교리 비교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박태수 박사 사회로 황건영 총장이 설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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