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적 측면: 성례론 차이 충분히 고려를
신학적 측면: 개혁신학 총체적 이해 필요해
실천적 측면: 개혁교회 전통 복원 우선돼야

개혁신학회
▲김재윤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유아세례 후 입교(入敎) 전에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을까? 보통 만 14-15세(중학생 이상)인 입교 가능 연령대 전 어린이들에게 세례를 해도 될까?

예장 통합은 지난 제106회 정기총회에서 7-12세 어린이들(초등학생)에게도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2년 전인 2019년 104회 총회에서는 유아세례를 받은 어린이들에게도 성찬의 기회를 부여했다.

이 외에 기성과 감리회, 기장과 성공회, 루터회 등도 어린이 세례와 성찬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보수개혁주의 교단인 예장 합동과 고신, 합신 등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어린이 성찬’에 대한 개혁신학적 고찰이 지난 15일 분당중앙교회(담임 최종천 목사) 헤세드홀에서 열린 개혁신학회(회장 박응규 교수)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시도됐다.

김재윤 박사(고려신학대학원)는 ‘어린이 성찬에 대한 비판적 고찰: 개혁신학에서 설교와 성례 그리고 믿음의 관계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김 박사는 “세례는 새로운 정체성을 드러내는 증표이고, 성찬은 세례에서 시작된 삼위 하나님과의 교제를 평생 지속하는 것이다. 세례와 성찬은 복음 설교와 더불어 예배의 중심이다. 삼위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은혜의 방편들을 통해 예배 현장에 부르신 자들에게 은혜의 선물을 베푸신다”며 “그러나 성례는 아직 온전한 의미대로 한국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지 않는 자녀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혹여 유아세례가 이뤄지더라도 삼위 하나님의 언약 인치심과 부모 서약보다 백일잔치 같은 축하 세레모니로 전락하고 있다”며 “성인이나 유아 세례를 받은 자녀들의 공적 신앙고백(입교) 과정도 너무 빈약하다. 교회를 출석한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혹은 적절한 나이가 됐다는 이유로 한두 번의 아주 기초적 질문과 형식적 답변으로 세례나 입교 후 성찬에 참여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윤 박사는 ‘어린이 성찬’의 중요 근거를 3가지로 요약하고, 이를 차례로 반박했다. 먼저 4세기 이후 11세기까지 시행된 기록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 성찬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고대 교회에서 시행된 성찬의 회복이라는 교회사적 측면이다.

이에 대해 그는 키프리아누스와 아우구스티누스가 어린이 성찬 시행을 언급하고 옹호한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 “이들이 가진 성례 신학 전체의 그림 속에서 좀 더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박사는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는 성례는 모두 죄사함과 직접 연결된다. 원죄는 유아세례를 통해, 이후 자범죄는 성찬을 통해 사해진다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아우구스티누스가 왜 어린이 성찬을 시행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죄는 유아세례를 통해 사해지지만, 자범죄는 계속된 성찬을 통해 은혜 곧 죄사함 가운데 있어야 하고, 이 은혜를 담보하는 것이 성찬이기 때문에 어린이 성찬을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례를 죄사함을 위한 직접적 수단으로 본 그의 관점은 그것이 비록 그의 성례론 전체가 아니더라도 개혁신학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물론 그의 소박한 실재론을 1215년 라테란 공의회가 결정한 화체설과 같은 이론으로 보긴 어렵다”며 “칼뱅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성례론을 배웠다고 언급했지만, ‘성찬은 제사로서 죄사함과 직결된다’는 성례론을 전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둘째로 언약-공동체적 교회 특성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으로, 유아세례를 받은 언약의 자녀들은 필수적으로 성찬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거이다. 이는 한국교회보다 북미 개혁교회나 장로교회 전통을 지키는 ‘엄격한 유아성찬 옹호자들’이 선호하는 신학적 측면이다.

이 ‘언약-성찬인가, 믿음-성찬인가?’라는 신학적 측면에 대해 “그들은 유아세례를 받은 자녀들을 성찬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들은 출교된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유아세례를 강조하면서 ‘언약’을 강조하는 것이 성찬에서는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 개혁신학 자체에 교회와 유아세례, 성찬 사이의 긴장, 신학과 교회의 실천 사이에도 긴장이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성례와 교회의 모든 실천적 부분에서 언약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이를 토대로 유아세례 받은 언약의 자녀들은 필수적으로 어린이 성찬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약과 믿음, 그리고 유아세례와 공적 신앙고백-성찬의 관계를 지나치게 언약-일원론적으로 이해하면서 믿음과 공적 신앙고백의 중요성을 약화시킨다”며 “개혁교회 전통은 복음 설교와 더불어 성례를 말하고, 믿음에서 언약의 실현을 찾으며, 공적 신앙고백을 통해 확인된 동일한 믿음 안에서 성찬을 받고 거기서 하나된 믿음을 증거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세례와 성찬이 어린이들 신앙교육에 유익이 된다는 입장이다. 성례를 통해 유아와 어린이들이 공동체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갖고, 신앙적 유산을 물려받는데 도움이 된다는 교육적·선교적 측면이다.

이에 관해선 “심리학·교육학적 접근에서도 어린이 성찬을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는 매우 불안정한 ‘질풍노도’의 시기로, 청소년기 전 혹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확인된 믿음이 청소년기를 지난 후 더 명확하게 확인되는 과정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전통적 개혁교회가 청소년들을 성찬상에 받아들이기 위해 정한 연령 제한도 이런 측면을 고려했다. 어느 정도 영적 성숙이 성찬을 위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찬 자체가 주는 교육적 측면도 양면이 있다. 공적 신앙고백 후 성찬을 받게 된 성도는 사실 평생 성찬을 통해 양육받는다. 그러나 이런 성장과 양육은 인지적·이해적 측면보다는 영적·성화적”이라며 “성찬이 주는 양육과 성장을 위한 은혜의 수단이라는 측면과, 이를 합당하게 않게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 전자만 강조해 자칫 미성숙한 상태에서 분별없이 성찬을 행한다면, 성찬만으로 영적 성장이 오는 것처럼 여기는 성찬의 물질화”라고 우려했다.

선교적 측면에 대해서도 “어린이 성찬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주고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려면, 성찬이 담고 있는 내용 즉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전제돼야 한다”며 “성찬 시행 자체가 오히려 죄를 먹고 마시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성경과 종교개혁자들의 경고는, 단지 성찬에서 수평적 연합에만 관심을 가질 수는 없음을 깨닫게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찬을 ‘합당하게’ 행하는 문제는 현재 한국교회 문맥에서 더욱 중요하다. 성찬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사는 새로운 정체성’을 지키며 평생 자라기 위해 주신 은혜의 은덕을 인치는 것”이라며 “성찬은 이를 합당하게 받지 않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이를 통해 성찬의 정체성을 함께 보전하며 복음 설교를 믿음으로 고백하면서 그리스도와 진정한 연합을 유지한다. 한국교회는 윤리적·사회적으로 질타받고 있는데, 거룩하고 순수한 복음 설교와 가르침 그리고 성찬과 권징을 통해 보존된 참된 믿음을 전수하기 위해 공적 신앙고백과 성찬을 위한 교리문답 교육이 더 분명하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어린이 세례를 신설해 성찬에 참여시키자는 주장도 비슷한 난점을 동반한다. 아직 유아세례도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가운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라며 “오히려 유아세례가 정착되고 거기서 인쳐진 언약의 성격에 맞도록 부모와 교회가 함께 힘써야 한다. 신앙고백서에 일치하는 충실한 믿음의 확인 없이 세례받는 일이 횡행하는 한국교회에서, 먼저 어린이 세례를 준 후 신앙고백 교육을 활성화하자는 것은 지금까지의 부족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했다.

끝으로 김재윤 박사는 “한국교회는 신학적으로 개혁주의이지만, 개혁신학이 교회 곧 예배, 직분, 권징, 성례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며 “개혁교회 건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적 과제이다. 개혁신학과 신앙이 전수한 바를 따라 교회의 모든 부분에서 일관되게 개혁교회를 건설해야 한다. 이런 한국교회 문맥에서 보자면, 새로운 어떤 시도보다 개혁자들이 시행했던 있는 그대로의 성례가 신학적·실천적·교회적 의미를 따라 시행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혁신학회에서는 3개 분과에서 총 7개 발표가 진행됐다. 오전에는 개회예배와 ‘개혁신학회 20주년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김근수 칼빈대 총장, 김길성 총신대 교수, 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 이광희 평택대 교수 등 전 회장들과 현 회장 박응규 아신대 교수의 좌담회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