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아동가정 자립지원사업 관련 의견 밝혀
복지 사각지대 사람들 위한 일도 큰 의미 있다 생각
가정폭력 피해 여성 아동과 가정 10년 넘게 돕는 중
피 흘려야만 상처? 마음 속 상처 정말 오래 가는데…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이 ‘가정폭력 피해아동가정 자립지원사업 성과연구 및 정책 포럼’을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조윤호 차장(월드비전 아동미래연구소) 사회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특히 홍보대사로서 최근 ‘유퀴즈’에서 “사회복지사가 인생 마지막 목표”라고 밝힌 배우 유지태 씨가 직접 의견을 전해 관심을 끌었다.
유지태 씨는 “배우로서 여러분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책 포럼에 참석해 의견을 발표하는 건 좀 낯설고 어색하지만, 영광스럽기도 하다”며 “앞으로도 좋은 정책으로 정말 힘든 사람들, 폭력을 당해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바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 씨는 “저는 배우로 활동하면서 영화 제작 현장의 비정규직 대부분이 제대로 된 복지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고, 많은 부당함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열심히 일하고도 어려움에 처하는 비정규직 동료들을 보면서 복지 정책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공부도 시작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틈틈히 하면서 사회복지사의 꿈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 공부를 하던 중 앞에 계시는 YWCA 백옥선 회장님과 함께 일하는 학우를 알게 됐고, 그 학우와 가정폭력 피해가정시설 마련을 위한 홍보 활동을 통해 많은 기부를 받아 도움을 전했던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유지태 씨는 “아까 확인해 보니 그들이 LH와 SH 생활주택을 355가구 제공받았다고 확인했다”며 “이렇게 기적 같은 일을 직접 경험하니, 배우 활동과 제 자아 실현도 중요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 아동과 가정을 10년 넘게 돕고 있다”고 전했다.
유 씨는 “오랜 시간 제가 치열하게, 그리고 가슴 아프게 고민했던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정책 포럼이 열린다는 소식에, 스케줄을 조금 조정해서 참석하게 됐다”며 “가정폭력 피해 아동과 가정의 아픔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논의하고 희망과 응원을 전하는 이 자리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포럼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 아동과 가정을 향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늘어나고, 이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들이 잘 논의돼 온전한 자립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와 고민들이 반드시 결실을 맺어, 가정폭력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고 아이들이 내일을 기대하며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줄 수 있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가정폭력 피해가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노출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피를 흘려야만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이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마음 속 상처는 정말 오래 가는데, 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인식 제고와 시스템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가정폭력 피해 아동과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전국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협의회 및 전국 쉼터 선생님들, 우리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님과 직원분들께도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며 “정책을 이끌어주시는 의원님들 많이 힘내주시고, 저희 같은 배우와 연예인들의 입으로 미디어를 통해 계속 알려서, 선순환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도 “가정 폭력으로 여성들이 많은 피해를 입지만, 아이들의 피해나 고통들도 어마어마한데 여성들의 피해에 비해 좀 멀리 있었던 것 같다”며 “먼저 와서 자료를 읽어보니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축사했다.
김기현 의원은 “당장 가해자 접근을 어떻게 더 강력히 차단하고, 그에 대한 제재나 법적 조치 강화, 상담이나 치료 프로그램 시설 부족과 단기간 체류 문제, 경제·법률·의료 지원 등이 방치돼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며 “김미애 의원님 뒤를 쫓아다니면서 숙제 해결에 열심히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포럼은 가정폭력 피해아동가정 자립지원사업 성과와 연구 결과를 공유·평가해 가정의 온전한 자립을 위한 사업과 정책 제안을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월드비전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신나래 연구교수(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서병수 의원 등 정부·학계·전국가정폭력 피해자보호시설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포럼을 공동 주최한 김미애 의원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질적 보호 체계 마련과 현장형 실행계획 수립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오늘 토론회가 이러한 실행 체계 구축 및 관련 계획 수립 등 구체적·실질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팀 김은영 팀장이 2016년부터 월드비전이 전국가정폭력 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이하 전가협)와 협력해 지원하고 있는 가정폭력피해아동가정 자립지원사업을 소개했다. 이어 신나래 교수가 작년부터 월드비전과 연구한 ‘가정폭력 피해아동가정 자립지원사업 성과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를 발표했다.
신나래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는 중복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성 피해자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 아동들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통합적 관점에서 정부 부처 간 상호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른 아동 중심적 가정폭력피해 대응 방안 모색’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박언주 교수를 좌장으로 여성가족부 권익보호과 김경희 과장,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정동민 사무관,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가정폭력대책계 이길찬 경정, 전가협 백옥선 회장,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옹호실 이진영 팀장,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팀 김은영 팀장 등 토론 참가자들은 피해아동 관점에서의 범정부 기본계획 개정, 아동복지법 기반 대응 방안 등 다각적인 가정폭력피해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백옥선 전가협 회장은 “쉼터 관계자들의 노력만으로 쉼터 환경을 개선하기는 역부족이다. 아동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지원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월드비전이 아동 양육 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한 어머니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큰 도움이 됐다”며 “쉼터 환경 개선, 실무자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폭넓은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고, 쉼터와 아동이 속한 지역사회 등 지원 범위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영 월드비전 팀장은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향과 의지가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직간접 영향을 받은 아동 또한 체감할 수 있는 제도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가정폭력의 숨겨진 희생자인 아동이 온전히 보호받고 자립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가정폭력 노출 아동에 대한 법률 및 정부 정책상 개념과 범주 구체화 △부처 간 유기적 협력을 위한 정부 정책 개정과 실행 △가정폭력 노출 아동 지원예산 확대 △가정폭력 피해 대응 시 아동 중심 접근을 강화 등의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