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우리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루스 에버하트 | 양혜원 역 | IVP | 356쪽 | 18,000원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 존 하워드 요더의 성추행과 권력 남용에 대한 메노나이트의 반응(존 D. 로스, 대장간)’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 대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교단 내에 그 문제를 인지하고 처리해 나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고, 존 하워드 요더가 교계에 끼치는 무게감이 워낙 크기도 했기에 그 과정 속에서 지도자와 관계자들의 회피와 방기가 있을 뿐더러 심지어 교계의 이름 있는 일부 신학자들조차(스탠리 하우어워스 같은 신학자마저) 그랬다.

그 책은 그러한 메노나이트 교단의 잘못과 그 처리 과정을 묶은 보고서와 글들을 묶은 책이었다. 비록 그 책은 답답하고 아픈 책이었지만, 그들 스스로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메노나이트의 용기와 자기 반성은 대단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읽은 ’우리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교회 안의 #미투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위한 지침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아픈 책이다.

교회 내 성폭력은 아니지만 강도에 의한 성폭력과 이후 교회 내에서의 성추행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저자가 교회 안의 이러한 문제들, 아니 죄를 어떻게 해결해야 갈지 여러 사례를 들면서 다룬 책이다.

이전에 ‘다크 챕터(위니 리, 한길사)’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의 실제 성폭력 경험과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다룬 것을 보며 저자의 용기에 놀랐던 적이 있었다. 자신에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수 있는 일들을 드러내놓고 싸우는 것은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루스 에버하트는 ‘다크 챕터’의 저자가 자신의 문제에만 한정됐던 것을 넘어,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싸웠던 것을 통해 이러한 성폭력의 문제를 다루는 교회와 교단의 태도와 처리에 대한 문제를 여러 사건들을 통해 돌아보고 비판한다.

테디 베어 부상 질병 치유 케어 곰
▲ⓒ픽사베이
어떤 때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드러날 경우 벌어질 파장이 부담되어 숨기거나 가해자를 보호하는 악을 행하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목회자일 때만이 아니라 평신도로서 후배들을 양육할 때도 이러한 유사한 문제나 성 관련 문제들을 여러 번 접했다-성폭력까지는 아니었지만. 말씀에 근거해서 그러한 문제들을 원칙대로 풀어가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그러한 문제들이 벌어졌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도 힘들었고, 알아내서 처리하려 해도 그러한 문제들을 지도자들이 외면하거나 회피하기도 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서 미숙하고 잘못된 대응을 저자의 책에서처럼 하는 경우들이 상당히 있었다.

그러기에 요더의 문제를 다룬 앞선 책에서도 주요 신학자들마저 미숙하고 어리석은 대응과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환부는 곪아서 결국 커다란 문제로 그 피해자만이 아니라 교회와 기독교를 흔들고 말 것이다-‘야수의 송곳니를 뽑아라’는 그러한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는 그런 모습들을 이미 여러 번 목도하지 않았는가? 이미 다 드러나고 명백한 것마저 교회가 감추려 하고 교단이 변명함으로써 벌어지는 추한 모습과 부끄러운 현장으로 인해 우리들 자신도 힘들어 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비록 아프고 답답하지만 주목할 만한 책이다. 사실 이러한 연구와 또 그것을 통한 실천은 개인이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